일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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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posts데드 라이크 미 Dead Like Me (2003)
서양의 저승사자 쯤 되는 그림 리퍼(grim reaper)들의 이야기. 소재와 달리 판타지나 호러 쪽은 전혀 아니고 그냥 일상물이다. 검은 로브에 낫 들고있는 그림 리퍼는 오프닝에만 나온다. 주인공 조지아는 매사에 시니컬한 사회초년생인데,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죽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게, 주인공이 저승사자가 돼야 이야기가 진행되니까. 그런데 그 죽는 방법이 좀 골 때려서 저승사자들 세계에선 마치 해리 포터처럼 나름 유명인사다. 저승사자가 되어 자신의 손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면서 삶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며 조지아는 성장한다. 즉 주인공이 죽은 다음에야 성장하는 기묘한 드라마. 경제적으로 무능하지 않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 독립을 독촉 당했던 것도 아니고 착한 동생도 있었다. 조지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2018)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과 본의 아니게 페어를 이루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양 쪽 다 보편적이지 않은 가족을 중심으로 '가족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전제를 두고 상수를 바꿔가며 실험한 한 쌍의 다른 결과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김태용의 가족들은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정서적 이끌림에 의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고레에다의 가족은 물리적 필요성에 의해 가족을 가장하던 사람들이 서로를 잃은 후에야 가족의 부재를 느끼게 된다는 "결과"를 그렸다는 차이. 화려하게 공연하고 깔끔하게 해체하는 마치 이벤트 유닛 밴드처럼, 시작은 범법이고 그 끝은 파국이었으나 가족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모여 살았던 시간 동안 만큼은 그 어떤 가족보다 진짜 가족이었다. 그러나 진짜 가족이라는 게 뭐냐며
나는 아직 진심을 내지 않았을 뿐 俺はまだ本気出してないだけ (2013)
뭔가 해 볼 생각은 만반인데, 남에게 다 설명하지 못할 장대한 목표는 있는데, 다만 아직 그 때가 아니야, 라는 자기최면으로 백수 시절을 겪어 본 사람들에게 이 영화의 존재는 제목부터 뼈 아프다. 제목에서 이미 호기심이 생기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뭔가 된 후에 반드시 저 영화를 보고 말리라, 라고 생각해 본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생각 외로 이 영화는 "아직 진심을 내지 못 한" 잉여들에 대한 위로라던가 진심을 내는 것에 대한 방법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백수 생활에 대한 작은 어깨 토닥임에 가깝다. 오늘 벌어야 오늘을 겨우 넘기는 다급한 생활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부의 축적은 잠시 미뤄두고 게으른 자신에게 면죄부를 줘도 된다는 태도가 좋다. 게으르면 어때, 망설이면 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亀は意外と速く泳ぐ (2005)
배우들 개런티 외에는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았을 것 같은 이 소박한 영화는 놀랍게도 화려한 볼거리와 거창한 플롯으로 하나의 장르를 만든 '007 시리즈'의 대척점에 서 있다. 느끼하도록 잘 생긴 장신의 미남 대신 일본 작은 주택가의 평범한 주부(라고 주장하는 우에노 주리)가 장난인가 싶은 스카우트를 통해 스파이가 됐는데, 역시나 놀랍게도 아무 것도 안 한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스파이 업무란다. 그런데 그게 설득력이 있고 또 왠지 흥미진진하단 말이지. 생각해보면 너무나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진정으로 평범한게 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도 없고 생각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게 또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무엇을 해도 눈에 띄지 않게 불특정 다수에 섞여, 존재하는데도 존재하지 않는


![[웹툰단행본] 『통제구역관리부』 1권 후기 : 이상한 변칙과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에 대하여](https://img.zoomtrend.com/2026/06/09/1780996474-SE-5eda86fa-0d63-4afd-b8dd-b801879fed5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