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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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아카데미 Police Academy (1984)

멧가비|2021년 3월 24일

내 세대 혹은 그보다 조금 윗 세대에게 추억의 주말 외화를 물어 볼 때 늘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다. 국내에 소개된 초창기 미국식 코미디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한국의 주말의 명화 세대는 이 영화로 미국 코미디를 배웠다. 가만 살펴보면 하나의 시대 지표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적인 감수성이나 균형 감각 면에서는 지금 시대에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단은 이렇다. 여성 시장이 취임하고 경찰 학교 지원 기준이 대폭 완화되는데, 성별, 나이 그리고 "인종"을 기준 삼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다. 바꿔 말하면, 기존 "남자" 시장 임기 중에는 경찰 채용 기준에 인종이 포함됐었다는 소리지. 즉, 단순히 어중이 떠중이 오합지졸이 경찰 학교에 모인다는 플롯을 위한 설정을 넘어, 시대의 한계를

나는 아직 진심을 내지 않았을 뿐 俺はまだ本気出してないだけ (2013)

멧가비|2021년 1월 8일

뭔가 해 볼 생각은 만반인데, 남에게 다 설명하지 못할 장대한 목표는 있는데, 다만 아직 그 때가 아니야, 라는 자기최면으로 백수 시절을 겪어 본 사람들에게 이 영화의 존재는 제목부터 뼈 아프다. 제목에서 이미 호기심이 생기는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뭔가 된 후에 반드시 저 영화를 보고 말리라, 라고 생각해 본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생각 외로 이 영화는 "아직 진심을 내지 못 한" 잉여들에 대한 위로라던가 진심을 내는 것에 대한 방법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백수 생활에 대한 작은 어깨 토닥임에 가깝다. 오늘 벌어야 오늘을 겨우 넘기는 다급한 생활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부의 축적은 잠시 미뤄두고 게으른 자신에게 면죄부를 줘도 된다는 태도가 좋다. 게으르면 어때, 망설이면 좀

우드잡 ウッジョブ 神去なあなあ日常 (2014)

우드잡 ウッジョブ 神去なあなあ日常 (2014)

멧가비|2017년 11월 9일

야구치 감독의 장기인 '입문자 코미디'에 흔히 "일본 힐링물" 하면 떠오르는 '킨포크 라이프'의 개념이 섞인다. 단지 새로운 분야에 입문해 "기술을 배운다" 혹은 "청춘을 즐긴다"의 개념을 넘어,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돌아보는 영화다. 영화는 히라노가 벌목꾼으로서 노련해지는 과정보다는 숲에서의 생활을 통해 관점을 바꾸는 부분에 집중한다. 영화에는 누군가에게 일침을 놓기도 한다. "슬로 라이프" 어쩌고 하며 촐싹대는 도시의 대학생들. 비도심권의 1차 산업을 도시의 하청업 쯤으로 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그들을 향해, 산업 이전에 사람들의 삶이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물론 킨포크 영화 따위에 홀려있는 힙스터들을 노골적으로 비웃고 있지만, 이 영화 역시 킨포크 라이프의 예쁜 단면 위주로 보여주고 있다

해피 플라이트 ハッピ- フライト (2008)

해피 플라이트 ハッピ- フライト (2008)

멧가비|2017년 11월 8일

야구치 감독의 '입문자 코미디' 작품군에 큰 변화가 온 지점. 기존에는 영화 속 인물이 특정 분야에 입문함으로서 생기는 과정에서 코미디가 작동했다면, 이 영화는 관객을 입문자로 상정해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카타르시스를 발동시킨다. 특정 주인공이 없는 본작 내에서 굳이 따지자면 주인공에 가까운 기내 승무원 에츠코와 부기장 스즈키는, 각각 국제선 첫 승선과 기장 테스트라는 시험대에 선다. 해당 직무에서 초보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긴 하나 그들도 진작에 엄연한 프로들. 즉 영화는 프로페셔널의 세계를, 마치 크로스섹션 도감처럼 여객기 이곳 저것을 샅샅이 훑으며 관객에게 전달한다. 여객기를 직접 조종하는 기장에서부터 항로의 새를 쫓는 "들어본 적도 없는" 직업의 조연까지 동원해가면서 한 대의 여객기가 왕래발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