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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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Tremors (1990)
에컨대, 엘리자베스 헐리 주연의 [일곱가지 유혹]이 떠오르는, 누군가의 욕망이 왜곡된 형태로 성사되는 소동극 코미디의 뉘앙스. 주인공 발렌타인은 척박한 네바다 컨테이너촌에 근거지를 두고 돈만 주면 온갖 허드렛일은 다 해주는 이른바 심부름 센터 콤비의 한 명인데, 파트너인 프레드에 비해 젊고 그만큼 현실에 대한 불만, 상승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 시작부터 줄곧 밉지 않게 투덜대던 그의 상승 욕구는, 본작의 대표 괴물인 '그라보이드'가 출현하면서 엉뚱한 국면을 맞는다. 땅 밑에서 진동을 감지하며 움직이는 괴물을 피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트럭 위에서 바위로, 건물 옥상 위로. 빌은 어느샌가 더 이상 세속적인 욕구 때문이 아닌, 그저 살기 위해 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한다.
미스트 The Mist (2007)
"화살촉 프로젝트"라는 모종의 실험은 닿아선 안 될 곳에의 문을 열어 인류에게 재앙과도 같은 초자연 현상과 조우하게 한다. 마치 금기를 행한 인류에게 내려진 징벌과도 같다. 선악과를 따 먹거나 바벨탑을 쌓은 인간들을 벌줬다는 그리스도교 경전의 에피소드들 처럼 말이다. 이런 종교 메타포적 이해 안에서, 그 유명한 "카모디 부인"은 어쩌면 그저 잔혹한 광인일 뿐인 게 아니라, 정말로 신의 의지를 담은 그릇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역발상이 가능하다. 신의 권능인지 뭔지를 사유화하려고 선을 넘은 광신도 카모디는 결국 권총에 맞아 일종의 죗값을 치른다. 적어도 카모디에게 저항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군이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신의 뜻이란, 인간의 그릇

트롤 헌터 Trolljegeren (2010)
잘 만든 B 영화의 덕목 중 하나는, 그 자신이 B 영화임을 애써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는 점이다. 잘 만든 B 영화의 뻔뻔함에는 자본이나 유려한 기술이 제공할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쾌감이 있다. '트롤'이라 함은 북유럽 신화라든가 노르웨이 민담 등으로 전승되는 일종의 골칫덩이 괴물. 그리고 중간계의 아버지 톨킨은 이를 위압적인 몬스터로 환골탈태 시키기도 했다. 이 트롤을 현대의 호러 영화에 등장 시킨다 하면, 미친 과학자 집단의 실험이 낳은 괴물이라든가 등등의 부수적인 재해석이 들어갈 것을 예상하기 마련일텐데. 하지만 이 영화는 노르웨이 전승, 톨킨의 판타지 괴물인 채 그대로의 트롤을 실사 화면에 데려온다. 심지어 리얼리티가 생명인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예컨대,

25주년 재감상 - 쥬라기 공원 3 Jurassic Park III (2001)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니 이미 평가가 끝났다고 봐야하는 작품이지만 이제와 재평가하자면, 당시 그리고 이후에도 혹평의 중심이었던 공룡들의 디자인 문제.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내 입장은 똑같다. 그게 무슨 문제라고. "클래식 삼부작" 중 1편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된 실험작이었고 2편은 스필버그의 거만한 태업에 가까웠으나 테크닉 측면에서는 큰 한 걸음이었다는 각각의 의의와 상징성이 있다. 그러나 그 스필버그조차도 고사한 후속작을, 가족 모험물 전문가(?) 조 존스턴을 데려와 찍는다? 멸종한 공룡들을 복각한 20세기 과학자들처럼, 스튜디오 역시 더 할 얘기가 없을 이야기에 굳이 사족을 달기로 결심한 것이다. 검증된 캐릭터 앨런 그랜트 역시 다시 불려와 좋게 말 하면 해설역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