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처호러
Posts
21 posts그렘린 Gremlins (1984)
미국 80년대 영화에 특히 많이 있었던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의 상상력이 발단인 영화다. 후에 나올 [빅 트러블] 등의 모험물보다는 조금은 더 음침하고 신비주의를 강조한 쪽이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 이 영화에 일본식 기괴한 정서 까지 덧붙여서 그걸 만화로 그리면 [펫숍 오브 호러스] 같은 물건이 된다. 기본적으로는 "금기 클리셰"에 충실하다. 헐리웃 크리스마스 영화(사실 북미에서는 6월 개봉이지만)라는 게 대개 이거하지 말라, 저거하지 말라 등등 훈화말씀 하는 게 많다. 다만 이 영화는 귀여운 이생물과인간의 뻔한 우정극 따위는 아니다. 까놓고 말해 이거 전체 관람가 슬래셔다. 때문에 작중 모과이 종이 야식 쳐먹고 각성하는 그렘린들은 그 숭한 생김새와 달리 허술하고 귀여운 면도 있다. 사람을 잡아먹

콰이어트 플레이스 A Quiet Place (2018)
한 가지 강렬한 규칙으로 굴러가는 작품들이 있다. 80년대 강시 영화, 드라마는 '숨 쉬지 말라'고 했고 [나이트메어] 시리즈는 '잠들지 말라'고 했다. 후비안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닥터 후] 에피소드 'Blink'에서는 역시 눈 깜빡이지 말라고, 닥터가 직접 화면 밖 시청자들한테 당부하기도 한다. 이런 장르의 작품들을 볼 때의 적합한 감상 태도라면 세세한 설정의 합리성보다는 영화가 이야기하는 바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게 영화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암묵적인 게임의 규칙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영화 쪽에서도 관객이 사소한 것들 때문에 몰입을 방해받지 않도록,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논리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소리를 내면 즉사나 다름 없는 룰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그 룰

트롤 헌터 Trolljegeren (2010)
잘 만든 B 영화의 덕목 중 하나는, 그 자신이 B 영화임을 애써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는 점이다. 잘 만든 B 영화의 뻔뻔함에는 자본이나 유려한 기술이 제공할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쾌감이 있다. '트롤'이라 함은 북유럽 신화라든가 노르웨이 민담 등으로 전승되는 일종의 골칫덩이 괴물. 그리고 중간계의 아버지 톨킨은 이를 위압적인 몬스터로 환골탈태 시키기도 했다. 이 트롤을 현대의 호러 영화에 등장 시킨다 하면, 미친 과학자 집단의 실험이 낳은 괴물이라든가 등등의 부수적인 재해석이 들어갈 것을 예상하기 마련일텐데. 하지만 이 영화는 노르웨이 전승, 톨킨의 판타지 괴물인 채 그대로의 트롤을 실사 화면에 데려온다. 심지어 리얼리티가 생명인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예컨대,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
잠자는 사자의 콧털도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닌데, 영원한 잠에 빠졌던 종을 되살림에 있어서 자본가의 이상은 충분한 고찰을 거치지 않았다. 금지된 영역을 건드린 자본가와 과학자들 앞에서 공룡들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되어 자신을 창조한 자들을 저주한다. 사육할 수 있는 짐승에 불과할 거라 믿었던 공룡은 인간이 통제에 사용한 기술의 헛점을 절묘하게 파고든다. 전기가 끊긴 철조망을 찢고 개구리의 DNA를 이용해 교미의 통제 마저 깨부순 공룡들은 어쩌면 오만하게도 신의 영역에 침범한 인간들을 향한 대리 심판자였을 것이다. 또한 영화는 과학에 대한 순수한 탐구심과 자본의 논리, 그 경계에서 중심을 잃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물 중 하나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예상치 못한 악천후가 모든 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