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ary.邊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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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디 국립공원(Fundy National Park), Hopewell Rocks

Boundary.邊境|2020년 1월 1일

* 성탄절 다음날, 홀로 집에 틀어박혀 지난 여름날의 추억을 되새기려니 기분이 묘하다. 그 긴 간격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보면 쓰라리기도 하고,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쓸모없지는 않았지만 효율이라는 내 인생 철학에 반했던 그 시간을 반 강제로 나는 보냈다. 그리고 여전히 남은 그 길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나는 걱정이다.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난 정말, 변하지 않는다. 서론이 길었다. 1. 찬란했던 그 여름날의 캠핑도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이 여름 캠핑 이후에도 나와 아내는 가을 단풍 구경을 갔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이 캠핑은 이유 없이 그 해 마지막 여행처럼 기억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퍼붓는 비를 뚫고 늦은 밤에 차

펀디 국립공원(Fundy National Park), Laverty fall,뜻 밖의 고향 계곡

Boundary.邊境|2019년 9월 21일

1. 어느덧 여름이 다 지나고 있었다. 1년 전 우리는 Atlantic Canada의 이런저런 도시를 지나고 있었는데 지금 나와 아내는 집안일과 회사 업무와 벗어나지 못하는 무료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우리에게 Labor day가 낀 long weekend는 또 집을 떠날 좋은 핑계가 되었다. 근처 몇 군데의 캠핑장을 홀로 다녀보았던 나는 주립 공원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좀 멀리 가더라도 뉴브런즈윅에 있는 펀디 국립공원(Fundy National Park)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왕 놀러가는 것 최소 2박3일은 머물고 싶었고, 노바스코샤의 케짐쿠직 국립공원의 캠핑장은 지금 보수공사 중이었기에 사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더하여, 이전에 1박 2일로 머물렀던 펀디 국립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빨간머리앤의 생가와 잊을 수 없는 피쉬앤칩스

Boundary.邊境|2019년 8월 29일

1. 이른 아침,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적잖이 돈이 들어간 숙소에서 편하게 잠을 잤기 때문일까 나와 와이프의 컨디션도 매우 좋았다. 기운차게 일어나 숙소에서 제공되는 조식을 먹고 우리는 신속하게 짐을 꾸리고 다음 목적지인 케번디시Cavendish)의 Green Gables Heritage Place로 향했다. 한국인과 일본인에게는 으로 익숙한 캐나다의 소설, 는 바로 이곳, PEI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리라. 그나저나 일본에서는 왜 이 소설의 원제를 바꿔 '빨간머리 앤(赤毛のアン)'으로 했을까...라는 생각을 차 안에서 해 봤는데... 아마도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Charlottetown

Boundary.邊境|2019년 8월 21일

1. 그 여름날, 아내의 취업이 확정되었다.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는 더 이상 쉽게 여행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슬픈 소식이다. - 물론 한국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 매우 자유롭다. - 그래서 이 자유로운 일상이 끝나기 전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럴 때를 위해 나에게는 아껴 둔 여행지가 있었다. Prince Edward Island. 통칭 PEI. 제주도의 4배에 달하는 거대한 섬. 그 이름만 떠 올려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빨간머리 앤의 고향. 그리고 집에서 겨우(?) 3시간 4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 아내는 지난 여름 나를 버리고(?!) 학교 동료들과 같이 이 곳에 다녀왔었다. 버스로 떠났던 그녀는

쿠바(Cuba),Epilogue:Nothing gonna change

Boundary.邊境|2019년 7월 11일

1. ...이미 저녁 아홉 시가 되었지만 하늘에는 아직 해가 남아 있었다. 아니, 이 정도의 해가 딱 좋지. 황금색, 주황색, 노란색으로 사그라지는 그 아름다운 노을을 멍하니 보며, 나는 포치의 안락의자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내 무릎 위에는 쿠바에서 산 시가 박스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나는 박스를 열어 시가를 하나 꺼내어 코 끝에 가져다 대고 깊이 숨을 들이켰다. 담배와 꿀이 섞인 그윽한 향기가 숨을 따라 코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마치, 성냥개비 소녀가 추위에 못 이겨 성냥을 그었을 때에 떠올랐던 그 광경처럼, 시가향을 맡을 때 마다 깜빡깜빡, 하바나와 트리니다드, 시엔푸에고스에서 보냈던 즐거웠던 추억이 등대 불빛 마냥 내 머릿속에 다가왔다 멀어졌다. 그 멀어지는 추억을 붙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