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ary.邊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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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Cuba),6일차:Havana,You dirty little lover

쿠바(Cuba),6일차:Havana,You dirty little lover

Boundary.邊境|2019년 7월 5일

택시로 스페인 대사관 앞에 내린 우리는 곧 숙소로 향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었지만, 이 짐을 들고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이 나라에 남아있을 시간도 이제는 반나절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전에, 나는 이 도시에서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인터넷을 하기 위해 근처 광장까지 하수와 오줌을 뚫고 걸어야 하는 그런 도시' 로 내 기억에 남기고 싶지는 않았단 말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밖으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나와 아내에게는 각각 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내는 'Havana 1791'의 향수를 한 병 더 사고 싶었고, 나는 쿠바에 와서 6일이 지나도록 듣지 못했던 '제대로 된' 쿠바 밴드의 연주를 칵테일을 마시면서 '적당한' 가격으로 듣고 싶었다. 이날이 지나면 나는 그 음악을 유튜브에서나 찾아

쿠바(Cuba),6일차:Cienfuegos, 복서와 뱃지, 그리고 시가

Boundary.邊境|2019년 6월 29일

이번 여행지 날의 아침이 밝았다. 내일 아침에는 정신없이 공항으로 가서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야겠지. 무언가를 볼 시간도, 살 시간도 없을 것이다. 물론, 투덜거리고 짜증 낼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나는 마지막 시간 만큼은 즐거운 감정으로 색칠하고 싶었다. 가기 전에 조금이나마 많은 것을 알고 싶고, 얻고 싶었다. 그래서 말 그대로 새벽같이 일어나 바깥으로 나섰다. 1. Good morning, Cienfuegos 일단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호텔 부터 돌아보았다. 이른 아침이라 식당, 수영장, 호텔바, 기념품 가게 등등 많은 곳이 문이 닫혀 있었다. 혹은 원래부터 문이 닫힌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불이 켜져 있던 곳은 단 한 곳, 카운터 뿐. 덕분에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호

쿠바(Cuba),6일차:Cienfuegos,당연하지만, 때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

Boundary.邊境|2019년 6월 24일

6일차. 우리는 쿠바 여행의 끝을 하루 약간 넘게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 아침. 청량한 공기와 쎄한 에어콘 소리, 그리고 부드러운 어둠이 가득 차 있던 방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묘한 감정의 림보지역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1. 어제 하루 동안, 나는 앙꼰 해변에서 기대를 상회하는 경험과 까사의 저녁에서 기대에 한껏 못 미치는 경험을 겨우 몇 시간 간격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좋았다 말았다, 줬다 뺏었다, 나는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 위에서 휘둘리다 지쳐버렸는지도 모른다. 혹은 내 마음속의 무언가 부서졌을 수도 있겠다. 이유와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이날 아침 이후,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달관? 체험의 상태에 접어들게 되었다. 왜 이날 아침에 그렇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

쿠바(Cuba),5일차:Trinidad,Maybe this is all I ask to you, Cuba.

Boundary.邊境|2019년 6월 23일

이날, 우리는 느지막히 일어났다. 딱히 잡아둔 계획이 없기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가 우리의 시간을 할여한 곳은 단 한 곳, 바로 안곤 비치(Playa Ancon)이었다. 1. 파란 카리브의 하늘 아래 따끈따끈한 모래사장에 누워있다 더워지면 시원한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몸이 식으면 다시 밖으로 나와 백사장에 누워 다이키리를 마시고 독서를 하거나, 한가로히 이런저런 몽상에 빠진다. 그렇게 신선놀음을 하다보면 이날 하루는 후딱 지나가겠지. 여기까지가 나의 '계획' 혹은 이번 오늘이란 시간 속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여행 일정 중 하루를 오롯이, '검증되지 않은' 해안에 몽땅 투입하는 것은 리스크가 큰 선택이긴 했다. 여행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이 시점까지 쿠

쿠바(Cuba),4일차:Trinidad,뭘 해야 할지 애매한 이 동네에서 찾은 희망

Boundary.邊境|2019년 6월 13일

여행지의 아침, 눈을 뜨면 응당 그날 할 일에 설레이고 기분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럴 수 없을 때가 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한다면 말이지. 예를 들어 쿠바의 환전소에서 환전을 해야 하는 것 같은 것 말이다. 이날, 아침 일찍 밥을 먹고 환전을 하러가야 했던 나는 거의 동이트자 마자 일어났다. 사실 그렇게까지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었으나 긴장을 해서 그런지, 눈이 일찍 뜨이더라. 1. Las Margaritas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니 복도와 연결된 테라스의 테이블에 준비되어야 할 아침이 보이지 않아다. 당연하지. 내가 일찍 일어났으니. 아내는 아직자고 있고, 식사를 기다릴 겸 테라스에 있는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나갔다. 옥상에서 내려다 본 동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