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임파서블 Lo imposible (2012)
By 멧가비 | 2021년 2월 5일 |
'재난물' 하면 롤랜드 애머리히의 이름이 즉각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이 영화가 당황스러운 것은, 그 재난물 황금기의 영화들이 관객에게 학습시킨 몇 가지의 공식들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상 현상을 예측하는 국가 기관이 없다. 모두가 코웃음 칠 때 홀로 헌신하는 과학자도 없고 성조기 그 자체인 해병대라든지 무감각하게 죽어나가는 군중이 없다. 영웅이 없고 내러티브의 인과관계도 없고 사필귀정, 권선징악의 메시지도 없다. 쓰나미 오고 사람 죽어, 그게 전부다. 영화에는 그저 타국에서 무력하게 다치는 평범한 한 가족이 있을 뿐이다. 거대 고릴라와 육식 공룡과의 삼각관계에서도 멀쩡하던 강철인간 나오미 왓츠는 죽음의 문턱을 반보 밟는다. 이완 맥그리거는 더 이상 포스가 함께하지 않아 막연히 가족을
선샤인 Sunshine (2007)
By 멧가비 | 2016년 7월 9일 |
내부 침식 중인 태양을 폭발시키기 위해 두 번째 이카루스가 날아간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처럼 오만하거나 무모한 대신, 인류의 존망이라는 책임감만을 짊어지고 있을텐데 어째서 이 유인 우주선들엔 이카루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일까. 죽어가는 태양을 살리겠다는 것 자체가 신에 대한 도전이었을까. 영화는 확실한 대답을 주진 않지만 영화가 이카로스와 같은 꼴을 당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마치 하드 SF와 같은(존나 지루한) 연출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영화는 그 어떤 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즉, 과묵한데 지적이지도 않은 영화라는 것. 하드 SF인 척도 제대로 못하는 전반부가 지나가면 미스테리 스릴러로 장르가 변한다. 그리고 역시나 영화는 과묵하다. 뭔가 재미난 그림이 막 펼쳐지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패신저스 Passengers (2016)
By 멧가비 | 2017년 3월 13일 |
동면기의 기능 고장에서 시작된 이야기. 생각해보면 소재 자체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재난물 가운데서도 정말 SF 장르와 밀접한 형태다. 동면기가 나오는 영화는 많은데 그 동면기가 말썽을 일으켜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를 내가 전에도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는데 답을 못 찾았다. 극한 상황에서의 윤리적 고민이나 스톡홀롬 증후군 등 생각해 볼 소재가 많지만 영화는 그것들을 한국식 이자까야에 걸린 일본화 족자처럼 적당히 분위기만 내는 장식 이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짐이 오로라를 살린 셈이라는 결과론적인 모순의 인과관계에도 무심하다. 사고가 아니라, 의도해서 짐을 깨워놓고 숨어서 관찰하는 제 3의 인물이 있다거나 하는 식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던 와중 타이밍 좋게 등장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Godzilla: King of the Monsters (2019)
By 멧가비 | 2019년 10월 12일 |
토요일 오후는 무조건 AFKN 틀어서 보는 시간이었는데, 간혹 로얄럼블이라도 하는 날이면 미치는 거다. 이 영화의 기획이 키덜트들의 로얄럼블이 되었어야 했다. 근데 이거 뭐지. 워리어, 헐크 호간, 달러맨, 언더테이커, 미스터 퍼펙트, 빅 보스맨이 줄줄이 링에 오르는데 씨발 화면에 자꾸 해설자 나오고 주심 쳐 나오고 있으면 되겠냐 이거. 헐크 호건이 손바닥 빙빙 돌려서 귀에 한 번 댄 다음에 피니쉬 무브 들어가려는데 분골함 들고 다니는 언더테이커 꼬봉이 원샷 받으면 되겠냐고. 괴수 레슬링 전에 에피타이저로 인간극장 1절 2절 해대는 피터 잭슨의 [킹콩] 흉내를 내고 싶으셨나보지. 그래도 그건 아니지 씨발 고지라가 인간이랑 연애할 거 아니잖아. 피잭 킹콩도 공룡이랑 다찌마리 할 때는 그것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