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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중고 서점에서 만난 또 다른 세계_USA, Newyorkcity

#21 중고 서점에서 만난 또 다른 세계_USA, Newyorkcity

4번가 NYU 기숙사 근처에 한 서점이 있었다. 온통 책으로 뒤덮힌, 왠지 코콤한 책 냄새가 날 것 같은 서점.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밖에 트레이를 놓고 일광욕을 하고 있는 책들,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던 뉴요커들도 지나가다 힐끗. 책을 뒤적이다 그 자리에 바위처럼 멈춰서서 책을 보기도 한다. 서점 건너편 델리에 야식을 사러 종종 갔던 나는 언젠간 가야지, 여름학기 끝나기 전에 가야지 가야지 하고는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넘쳐나는 과제 때문이라고 해두자. 여하튼 교환학생이 끝날 무렵, 나는 수업을 같이 듣는 후배의 손에 이끌려 드디어 방문하게 되었다. "언니 안가면 후회해, 얼른 가요." 그녀는 한국에 사갈 책이 있다며 나를 이끌었다. 한국에는 안 들어오는 비싼 악보가 많다며, 한국에서는 많이

#19 몸이 기억하고 있다, 알러지_ San salvador, EL SALVADOR

#19 몸이 기억하고 있다, 알러지_ San salvador, EL SALVADOR

처음엔 나도 잘 몰랐다. 그저 팔이, 몸이 좀 간지러웠다. 손으로 가려운 곳을 살짝 긁적였을 뿐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가려운 곳을 살펴보니 벌겋게 달아올랐다. 뭐가 물렸나? 에잇, 귀찮게 되었군. 그냥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연고를 당장 집에가서 발라야 겠다고만 생각 했다. 그런데 가려운 곳이 그 곳 뿐이 아니었다. 점점 목도 간지럽고 얼굴도 간지럽고.. 서둘러 집으로 와 거울을 보니 붉은 반점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자세히 보니 벌레는 아닌 것 같아 연고 바르는 일은 그만 두었다. 조금씩 열이 나는 것도 같다. 샤워기를 틀고 팔과 얼굴을 차가운 물속에 담가본다. 왜이러지? 내가 더러워서 그런가. 이내 옷을 벗고 거품을 잔뜩 내어 몸을 씻어보아도 붉

#18 여행세포, 세포분열의 시작

#18 여행세포, 세포분열의 시작

1990년 9월21일 소인이 찍힌 편지. 어린 시절 내가 여섯살쯤 되었을까.. 겨우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 아빠가 나에게 써준 편지들이다. 아빠는 그 당시 회사에서 출장으로 약 두 달간 핀란드로 떠나 있었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처음 길게 떨어져 본 시간이었다. 당시 중국과 수교를 맺지 않아 중국 상공을 날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비행기는 미국 알래스카를 거쳐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핀란드 헬싱키로 지구를 돌아돌아 도착하였다고 한다. 긴 비행시간 아빠는 나와 나보다 더 어린 동생에게 여행의 첫 편지를 써 주었고, 나는 이후로 매일매일 아빠의 편지를 기다렸다. 엽서에 있는 낮선 곳 멋진 유럽풍경은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아, 우리 아빠는 여기있구나. 안도감과 함께 행복감을 느낀다. 지구가 얼만큼 큰지

#17 'Before sunrise'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을 꿈꾸지만, - NYC, USA

#17 'Before sunrise'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을 꿈꾸지만, - NYC, USA

문득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기억의 파도가 밀려올 때가 있다. 계획되지 않은 여행기지만 갑자기, 문득, 나도모르게 기억에서 되살아난 한 이야기가 있어 끄적여 본다. 요즘 한참 영화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하여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은 이후 한동안 비포쓰리즈에 중독되어 전편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찾아보았다. 참 아름다운 이야기. 특히나 1995년 개봉한 첫번째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젊은 이들에게 워너비 같은 이야기이다. 여행의 설레임과 함께 누군가를_그것도 잘생기고 멋진_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혹은 허튼 꿈에 부풀어 여행을 더욱 부추기게 하는 것. 여행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 내가 "비포 선라이즈"를 처음 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영화의 배경인

#16 젊음, 그것도 행운_ Praha, CZECH

#16 젊음, 그것도 행운_ Praha, CZECH

오랜 여행의 후유증은 타인의 부재에 의해 갑자기 몰려왔다. 우리가 이 여행에서 대외적으로 마주쳐야할 일정들이 일시적으로 사라진 며칠간,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아주 즉흥적으로 정해버렸다. 프라하, 프라하로 가자. 그리고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을 가로질러 달리고 달려 체코 프라하로 향했다. 꽤 멀었다. 유럽은 가까운 듯 해도 이동 시간으로 치면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게 멀었다. 그래도 우리는 정해진 일정이 아닌 우리가 머물고 싶은 도시를 향해 달렸기에, 기꺼이 그 수고를 감내했다. 휴게소에서 1유로도 안되는 싸구려 빵과 뉴텔라로 점심을 간단히 때우고, 쉬면서 풀밭에서 네잎크로버 찾기놀이를 했다. "너 찾으면 내가 아이스크림 쏜다!!" "진짜지 언니? ㅎ_ㅎ!!" 결국 이 깜찍한 녀석은 네잎크로버를 찾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