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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고소공포증에 관한 짧은 이야기 2_Busan, KOREA

#31 고소공포증에 관한 짧은 이야기 2_Busan, KOREA

그렇다. 이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두 편이 하나로 이어져야 할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이 두번째 이야기에 있다. * 2012년 여름, 그러니까 나는 스믈 아홉이 되었다. 아홉 수 여자. 남들은 그 어떤 시기보다도 급격한 감정변화가 있는 시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아홉의 사춘기. 나도 그러했다. 살면서 맺었던 여러 관계에 관하여 새침해지고, 아프고, 후회되고. 내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나를 떠나간 누군가는 정말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해지고, 지금 내곁에 있는 이들도 언젠가는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조금은 무섭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잠시 되돌아보는. 그것도 안다. 서른이 되어도 나는 변한 게 없을 것이지만 이 울렁대

#30 고소공포증에 관한 짧은 이야기 1_Seoul, KOREA

#30 고소공포증에 관한 짧은 이야기 1_Seoul, KOREA

난 실은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높은 곳은 딱히 두렵지 않았지만 두 발바닥이 땅에 붙어 있어야만, 지구의 중력을 내 몸무게 온전히 느낄수 있어야만 안정을 찾는, 그런 병 말이다. 어릴 때 평균대 위에서 양 손을 놓고 걷는 그게 제일 싫었다. 구름사다리 위를 총총 걷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건 자살행위라 생각했다. 옥상 위에 걸터 앉는 것 조차 무서웠다. 놀이동산의 자유로드롭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냥 내가 디디고 있던 안락한 땅을 벗어나 곧 공중에 붕 떨어지는 그 공포가 생생하게 느껴져 그게 싫었던 것 같다. * 2002년 6월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2002 월드컵은 내 생애 최초라는 말을 써도 아깝지 않을 만큼 최초의, 최고의 축제였다. 나는 그때 갓 대학에 들어간 02학번 새내기였고, 십

#29 트라팔가 광장에서_ London, UK

#29 트라팔가 광장에서_ London, UK

"어...? 어...!! 윤도현이다!!!" "으악 꺄악 사랑해요!!" "아 네.. 안녕하세요... 어어엇..!!" 한국 사람 만나도 반가울 판에 한국 연예인을 이 먼 땅 영국에서 만나다니.. 포토벨로 마켓에 가는 지하철 입구에서 딱 마주쳤다. 어휴 나는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부끄러워서 말 못거는데.. 그도 그럴것이 당신이나 나나 무대에 서는 딴따라인데 내가 그렇게 숙이고 갈 필요 없지않아? 하는 알량한 자존심도 한 몫 한다. 같이 있던 이 친구는 참 대단도 하다. 그 짧은 찰나에 사랑고백까지 하다니. 밀려오는 사람이 너무 많은지라 계단에서 스치듯 인사했지만, 도현오빠(읭?)는 진짜 머리도 조막만하고 멀리서 봐도 연예인 아우라를 가진 오빠였다. 정신없는 가운데 팬의 인사도 놓치지 않고 답해주는 예의바른

#28 대륙의 위엄_ Beijing, CHINA

#28 대륙의 위엄_ Beijing, CHINA

사람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대륙의 위엄'이니'대륙의 기상'이니 하는 참 황당한 중국 사진들을 올릴 때마다, 속마음은 '설마 저럴까?' 반, '역시 중국!' 반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어떤 것들이랄까. 그런데 이걸 어쩌나. 베이징에 네번째 방문인 나도 현장을 목격하고도 믿을 수 없던 것을. 첫번째 방문 고딩때 수학여행, 두번째 방문 연주여행, 세번째 방문 역시 연주여행이었다. 다들 누군가 케어해주는 상황이어서 대중교통을 탈 일도 없었을 뿐더러 기껏 돌아다녀봤자 공연장 근처나 관광객들이 바글대는 관광지었다. 그러나 두둥 이번 중국 여행(정말 최신판 2013)은 유학생 김모양의 안내로 베이징의 길거리를 누비고 다닐수 있어서 참 기괴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진짜과연 이것이 중국인가. epis

#27 비오는 날, 거지아저씨와의 추억_ Edinburgh, SCOTLAND

#27 비오는 날, 거지아저씨와의 추억_ Edinburgh, SCOTLAND

에든버러, 축제가 한참 무르익고 있는 7월의 어느 날이었다. 우리는 매일 광장에서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는 팀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서너 팀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벌써 며칠째 공연 중이었다. 우리 공연을 보러 몇몇의 팬이 생기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 주는 사람들, 사진을 찍어 보내준 사람들도 있었다. 축제는 화려했고, 우리 또한 축제의 즐거움에 흠뻑 취해 있었다. 에든버러 날씨는 변덕스러워 화창한 날에도 금방 소나기가 쏱아지고 몇십분만에 다시 활짝 개이곤 했다. 그날도 오후에 비가 왔고 비가 그치겠거니 했는데 그날 따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서둘러 악기를 싸서 박물관 처마 밑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엠프(스피커)는 무거워 도저히 들고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할수 없이 우산을 갖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