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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처에게 무슨 나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겠죠?[나를 찾아줘Gone Girl](2014)

By  | 2014년 10월 25일 | 
(스포 주의) 극장에 나오면서 생각했다. 감독님께 최근 무슨 나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겠죠. 꽃뱀한테 사기를 당했다거나, 참을 수 없는 성적 역차별을 당했다거나... 그 다음에는 다음의 노래가 떠올랐다. 다이나믹 듀오가 부른 '죽일 놈'. 그러나 분명히 하고 넘어가자. 이것은 스릴러다. 그것도 그냥 그렇게 대충 만들어놓은 스릴러가 아니라 '핀처의 인장이 선명히 새겨진' 잘 빠진 스릴러이다. 하나의 단락이 마무리되는가 싶다가 또 다른 단락이 시작되는 동안 관객에게는 결코 쉴 틈이 없다.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된다. 동시에 이것은 거대한 여성 혐오의 서사이다. 여성은 남성을 속박하고 감시하며 조종한다. 여의치 않다면 유리한 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버린다. 극 중 에이미 던

그것은 왜 '우리의' 전쟁일까? [Our World War](2014, BBC)

By  | 2014년 10월 26일 | 
그것은 왜 '우리의' 전쟁일까? [Our World War](2014, BBC)
"현대전은 잔혹하다" "100년 전에는 이것을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Our World War" 우리에게는 별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2014년은 제 1차 대전 개전 100주년이었다. 사실 유럽인들에게 1차 대전은 2차 대전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다. 그들이 'First World War' 나 'WWI' 대신 굳이 'Great War' 라는 명칭을 애용하는 것은 이를 반영하는 수많은 예들 중 하나이다. 인트로에서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듯 1914년 이전의 사람들은 그렇게 "잔혹한 전쟁"을 마주한 바가 없다. 인류는 탄생 이래로 수많은 전쟁을 접해왔으며, 전쟁해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아마 그렇게 잔혹한 전쟁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잔혹도에 있어서 1차 대전은 현대전의 시

구세대 유대인이 신세대 유대인에게, [우먼 인 골드Women in Gold](2015)

By  | 2015년 8월 4일 | 
스포일러 있습니다. 막스 베버에 따르면 국가란 특정한 영토 내에서 '정당한' 수단으로 폭력을 독점하는 데 성공한 지배 조직을 이른다. 바꿔 말하면 국가는 독점하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에 국가인 것이지, 실패했다면 국가일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전제가 [우먼 인 골드]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립 서사를 만든다. 다시 말해 주인공 마리아 알트만(헬렌 미렌)은 '폭력을 독점하여 개인의 사적 재산권과 자유 의지를 쥐고 흔드는' 나치 오스트리아 그리고 현대 오스트리아와 시대별로 각각 이중의 대립 구조를 형성하며, 이로 인해 주요 서사가 시작된다. 여기에서 나치 오스트리아와 현대 오스트리아 사이에는 사실상 총과 탱크를 통한 무력적 강탈인가 혹은 법적 장치를 통한 제도적 강탈인가의 차이만이 존재한다.

단상들: [베테랑](2015), [암살](2015)

By  | 2015년 8월 9일 | 
베테랑(2015) 사실 여름 휴가가 아니었더라면 보지 않았을 영화. 시놉시스부터 배우, 포스터까지 한 눈에 봐도 완전하게 취향 밖의 영화였고 실제로도 그러했으나 그렇다고 영화에 몰입하지 못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류승완 감독이 완전하게 '상업영화' 감독이 되었다는 느낌. 마지막 스펙터클을 위해 끈기있게 밀어붙이는 박력 그리고 능수능란한 템포가 좋았다. 악역을 맡은 유아인 연기 특유의 '쿠세'를 굉장히 싫어함에도 스스로를 서서히 파멸로 몰아가는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미친놈'이 되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장렬했다는 느낌. 덕분에 굉장히 촌스러운 유머코드가 난무하는 속에서도 그는 상당히 '진지한' 악역으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악역 뒤에 으레 따라다니는 진부한 미장센들(예를 들

열 일곱명의 나를 설득시키는 과정, [내일을 위한 시간](2014)

By  | 2015년 1월 11일 | 
(스포있음) 2011년 [자전거를 탄 소년] 이후 오랜만의 다르덴 형제다. 아무렴 프랑스 영환데 먹기에 적당하겠지 하고 들어갔다가 큰 코가 다쳐서 나왔다. 비교될 만한 최근작으로는 [카트](2014). 신자유주의의 위기에서 프랑스라고 살 만할리 없다. 그래도 우리 나라보다는 낫겠지. 게다가 외국인에 외국어니까 감정이입이 덜 할 줄 알았다. 웬 걸. 산드라, 그리고 산드라가 찾아다니는 열 여섯명, 도합해서 열 일곱명이 모두 나였다. 열 일곱명에 모두 감정이입을 하느라 숨이 가빴다. 그러느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너덜너덜 해졌다. 이 영화는, 김세윤 작가의 말을 빌리면, 결국 '열 일곱명의 나를 설득하는 과정'. 나는 눈물을 글썽이는 산드라 앞에서 마음을 바꾸는 무른 나였다가, 월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