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 자신을 미워하지 않다.

왕좌의 게임 2시즌 종영

By  | 2012년 6월 6일 | 
왕좌의 게임 2시즌 종영
"봐, 대작이란 건 이렇게 화면에 옮기는 거야!" 시범을 보여주는 명품드라마. 2시즌은 제작진이 호언장담한 만큼 스케일이나 스펙타클이 더 커졌다고까지 보기 힘들지만, 3시즌 제작이 확정되어서인지 한층 이야기에 자신을 가지고 밀어붙였다. 중요한 건 물량이 아니라 이야기니까. 각본과 연출은 원작의 외형을 억지로 따라가는 대신 군데군데 대범하게 재해석함으로써 오히려 원작의 핵을 러닝타임 내에서 거의 완벽하게 전달했다. 특히 피터 딩클리지가 거진 작두타고 연기했다 할 티리온이 압권이다. 원작에서처럼 코를 잃지는 않았지만, 2시즌 마지막편에서 샤에를 안고 우는 장면은, 굳이 코를 날리지 않더라도 블랙워터 전투를 통해 그가 잃은 것의 크기를, 상실감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동시에 그가 얻은 것까지도)

19곰 테드 (2012)

By  | 2012년 10월 15일 | 
19곰 테드 (2012)
기본 아이디어와 주제 자체가 내게서는 까방권을 얻어버릴 이야기인지라(말하자면 소년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30대 덕후의 이야기인데 그 곁에는 입에 육두문자를 달고 살면서 성인개그에 능한 테디곰이 친구로 나오는... 어떻게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T.T), 나는 이 영화에 그저 관대하고 우호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점 일찌감치 알고 간 터였고, 영화소개와 예고편을 보고 기대한 딱 그만큼의 영화. 다만 예상밖이었던 건 밀라 쿠니스가 분한 여자친구 로리 쪽. 이건 단지 남친의 철없음에 시달리는 여자친구 이상, 천사표를 넘어서 거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랄까. 알고보면 주인공 존에게 '어른이 되어야하'게끔 만드는 것도, 존과 테드의 진상질을 애정으로 받아줌으로써 이 이야기가 좌절이

다크나이트 일어서다(2012), 뒤늦게

By  | 2012년 8월 19일 | 
다크나이트 일어서다(2012), 뒤늦게
영화가 다 내려갈 즈음에야 턱걸이로 보았다. 이래저래 따지고 들자면야 한도끝도 없겠지만, 자잘한 험담들을 늘어놓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만치 '큰 영화'였다. 조커가 안 나온다느니 베인이 막판에 기대만큼 멋있지 않았다느니 하는 쪼잔한 불평들도 실은 이 영화의 크기에 압도된 사람들이 그 안에 쏙 들어가 나름대로 영화속 세계의 미장이 역할, 영화에서 창조된 세계에 '나라면 이렇게...' 운운하며 끼어들고자 하는 시도들로, 흠을 잡는다기보다 오히려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 내게는 보였다. 따지고보면 오직 도시 하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이렇게 크다는 건, 역시 영화의 스케일은 배경의 물리적 크기보다는 다루는 이야기의 크기라고 생각하게 한다. (물론 세트장의 크기와 자본력의 크기가 중요하겠지만

케빈에 대하여(2012)

By  | 2012년 9월 6일 | 
케빈에 대하여(2012)
신형철의 스토리텔링-어떤 사랑의 실패에 대하여 (링크) 이것저것 길게 끄적이려 했는데 위에 링크한 씨네21 글이 좋고 옳은 이야기는 다 해 버려서 짧게만. (1) 케빈은 전형적인 싸이코패스이고, 에바는 그냥 서툰 엄마다. 케빈의 행동들을 싸이코패스라 규정짓고 끝내서는 안되겠지만, 싸이코패스란 규정 없이는 그것을 해석할 길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서툴고 냉정한 엄마 슬하의 아들이 모두 케빈처럼 되는 것은 아닐 테니까. 케빈의 특이함과 사악함이 영화의 결론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시작이고 영화의 기본 전제이다. 케빈은 선천적으로, 지나치게 영악하면서 냉정한 21세기식 싸이코패스였고 엄마인 에바 입장에서는 천재지변과 같은 재앙이었다. 이 영화와,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거기에서 시작된다.

007 스카이폴(2012)

By  | 2012년 11월 6일 | 
007 스카이폴(2012)
한 줄 감상: '그래, 리부트란 건 딱 이렇게 하는 것!' 감독이 '다크나이트'에서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던데,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한 배트맨 3연작과 특히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오래된 영웅물의 (한 버전으로서의)완결을 교과서적으로 다루었다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오는 007 3연작은 007이라는 오래된 영웅물의 리부트를 역시 교과서적으로 깔끔하게 해내었다는 느낌이다. 사실 나는 이걸 '리부트'라고 하기보다 3연작 한 데 묶어 '프리퀄'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007 시리즈에 대한 견문이 적은데다가 그걸 열심히 보충학습할 만큼 부지런하지도 못하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카지노 로얄'에서 '스카이폴'에 이르는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아는(알던) 007의 캐릭터와 세계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