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 자신을 미워하지 않다.

앤트맨과 와스프(2018)

By  | 2018년 7월 20일 | 
영화는 재미있게 보았다. 슈퍼히어로물이 많이 식상해진 것도 사실이고, 영화가 그리려고 하는 감정이 진지할수록 그 식상함이 더해지게 마련인데, 이 시리즈는 의도적으로 힘을 뺀 개그물 컨셉이라 그런대로 즐길 수 있다. 여전히 지루하지 않게 통통튀는 개그 연출이 좋았고, 폴 러드가 분한 앤트맨(스콧 랭) 캐릭터가 무척 귀엽다. 미셀 파이퍼 온니의 인간같지 않은 미모는 여전해서 30년만에 이세계에서 돌아온 왕년의 히로인이라는 설정이 별로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고. 하지만 그와 별개로, 앤트맨이 마이크로한 공간에서 구르고 뛰고 샤워기 물을 뒤집어쓰고 하는 걸 4D로 경험할 수 있었던 전작의 신선함이 그 이상 업그레이드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개그 컨셉으로 설정의 한계와 '어벤져스 월드' 자체의 진부함

보헤미안 랩소디(2018), 쇼 미 더 라이브에이드

By  | 2018년 12월 9일 | 
프레디 머큐리가 죽었을 당시 중2병 고딩이었던 틀딱 입장에서, 일단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맘마미아'와 마찬가지로 해당 밴드 팬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이다. 러닝타임내내 울려퍼지다시피하는 퀸 음악 매들리를 짱짱한 사운드로 즐기고 오는 것만으로도 본전 생각은 들지 않는데, 거기에 공 들여 재현한 퀸의 멤버들 모습과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이 더해지면, 유튜브 클립으로만 남은 그 시절을, 동영상이 아니라 그때의 감동과 흥분 자체를 리마스터링한 듯 느끼게 만든다. 영화관 안에서 당시의 그들과, 동시에 당시의 우리가 함께 그 시절로 젊어진 것 같은 느낌은 기쁘게 소비할 만한 값진 경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이게 정말 실화의 재현이 맞는지, 이런 재현에 누군가의

근래 본 무난한 영화들 - 완벽한 타인, 아쿠아맨, 범블비

By  | 2019년 2월 12일 | 
1. 완벽한 타인 '사업'을 기막히게 잘한 영화. 영화 자체는 (돈 많이 들인)소품에 가깝고 그냥 평이하다고 생각되지만, 평범한 소재와 무난한 이야기를 상품화해서 팔아먹는 방식이 눈에 띄게 노련했다. 개봉 전에 버스 광고가 뜰 때부터 '아, 저 영화는 되겠구나' 싶었을 정도로 마케팅과 포장 능력, 홍보와 카피 등등이 무척이나 영리하게 잘 짜여 있었다. 영화가 지닌 매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도 구체적인 알맹이는 가려놓고 잘 포장해서 흥미와 기대를 더하는 제목, 카피, 스틸광고와 예고편 등이 영화 마케팅의 정석을 보여준다고 해도 좋았다. 막상 이야기와 연출, 연기는 특출한 게 없고 무난하다는 느낌이었는데 회사 실무쪽이 아주 유능한 듯. 감독보다는 해당 영화사의 다른 작품들을 눈여겨보아도 괜찮겠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 시작

By  | 2019년 4월 20일 | 
대단원이 다가왔다. 8년 이어온 드라마의 종막이기도 하지만, 20년 넘게 이어온 큰 이야기의 마침표이기도 하다. 아무리 봐도 원작의 후속편이 나올 것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좀 하드한 영웅 판타지인 척하다가 마지막에 에다드가 확 죽어버렸던 20여 년 전 첫 이야기의 충격과 공포가 HBO드라마라는 형식으로 드디어, 드디어 마무리가 된다는 의미다. 시작부터 느무느무 불쌍해 보였던 어린 주인공들도 20년 넘게 다양한 방식으로 디테일이 더해지고 더해져서 이젠 마감질된 완성작으로 명예의 전당에 전시될 것이고. 첫 에피소드는, 처음 접하거나 이전 전개가 가물가물한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이래저래 한담을 나누는 평이한 전개로 보였겠지만, 주의깊게 따라온 팬들한테는 억, 소리가 나올 장면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2018)

By  | 2018년 12월 19일 | 
어느 평론에 따르면 "(앞부분 다소 루즈할 수 있는 30여분 동안에) 관람을 멈추면 안 돼!" 라고 한다. 영화를 보니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가장 지당하고 도움이 되는 프리뷰랄까. 앞부분 30여분 동안에 관람을 멈추면 절대 안 될 뿐더러, 눈여겨, 집중해서,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 그래야 뒷부분의 절묘한 개그들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스포일러 없이는 더 얘기할 수 있는 게 없기에 길게 쓸 내용이 없어져 버린다. 한 마디로 나한테는, 올해의 영화. 12월에 보게 되었기 때문에, 프로야구 MVP는 꼭 코리안시리즈 마지막 게임 승리팀에서 나오듯이, 그렇게 더 기억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서치'와 함께, 오래간만에 내 안의 영화 감각 세포가 막 꿈틀댈 듯한 영화였다. 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