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me Ishmael.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By  | 2017년 1월 1일 |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이랬으면 어땠을까-하는 세상의 모든 가정법은 실제론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또 영원히 가정으로만 남아있게될 것이기 때문에 보는 이들을 슬프게하지만, 영화 <라라랜드>의 진짜 마지막 장면은 그 둘의 "헤어지지 않았더라면"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클럽을 나서던 미아(엠마 스톤)와 방금 연주를 마친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서로를 응시하다 마침내 미소지어 보이는 장면이다. <위플래쉬>의 감독 다미엔 차젤레의 차기작이라면, 바로 그 <위플래쉬>의 마지막 시퀀스를 만든 감독이라면 이 영화에도 마지막 시퀀스에 잔뜩 힘을 주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지만 조용하고 강렬한 마지막 연주가 끝난 뒤, 끝내 그대로 헤어질듯한 두 남녀는 잠깐의 환상에서 이내 현실로 돌아와

홀리모터스, Holy Motors, 2012

By  | 2016년 5월 12일 | 
홀리모터스, Holy Motors, 2012
이것을 영화의 역사에 바치는 영화라고 말하는 평들을 심심치 않게 읽었다. 주인공 오스카(드니 라방)를 밤새 태우고 다니는 리무진들이 서로 대화하는 마지막 씬에서 그들이 말하는 위기 의식과 불안감의 주체들이 오래된 카메라를 비롯한, 대체되어가는 옛 것들이라는 것, 그리고 회한에 젖은 그들의 대화가 이미 다시 돌아오기 힘든 지나간 옛 영화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이라는 것은 그나마 선명하다. 그 외에도 폐허가 된 백화점과 그곳에서 노래부르는 옛 연인. 또는 오스카가 리무진 안에서 셀린(에띠드 스콥), 또는 영화 감독으로 보이는 얼굴에 점 있는 남자와의 대화에서 카메라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 등 영화 곳곳에는 지나간 과거 세대의 영화들에 대한 추억과 헌사들이 군데군데 스며있다. 게다가 레오 까락스 감독 본인

캐롤, Carol, 2015

By  | 2016년 5월 14일 | 
캐롤, Carol, 2015
아무리 이 이야기가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고한들, 여성간 동성애가 소재가 되어서인지 <가장 따듯한 색, 블루>와의 무의식적인 비교를 막을 수가 없었다. 두 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메커니즘과 이후의 전개 과정은 유사하지만 <가장 따듯한 색, 블루>가 강렬함이라면 <캐롤>은 보다 더 은근함에 가깝다. 그렇지만 난 이동진 평론가가 별 다섯개 씩이나 준 것에 대해 굉장히 의아해했다. 그정도의 영화는 결코 아니라는 나의 견해. (게다가 나의 이 의문과는 별개로 이동진 평론가는 이미 이 영화에 대한 발언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뤘던 것 같다.) 토드 헤인즈의 영화들이 조금 그랬듯이 해석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보는 관객들에게 꽤 불친절하다. 게다가

위플래쉬, Whiplash, 2014

By  | 2016년 5월 15일 | 
위플래쉬, Whiplash, 2014
다미엔 차젤레의 2014년 영화 <위플래쉬>가 국내에 공개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관에 비해서 관객과 평단에서 제법 크게 일어났던 다양한 목소리들을 기억한다. 이 영화가 ‘음악 영화’로서의 예술적 쾌감이 비난보단 칭찬 받아 마땅함에는 이견들이 없었지만, 주제가 다루고 있는 ‘교육’에 관한 방법론은 이 영화를 본 사람들로 하여금 다들 한마디씩 하게만들고 싶기에 충분하리만큼 파격적이었던 모양이다. 극중 ‘스승’ 플래쳐(JK시몬스)와 ‘제자’ 앤드류(마일즈 텔러)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의 주된 갈등선이 되는만큼, 플래쳐의 교육방식과 그에 맞추어 대응하는 앤드류의 변화가 영화의 뼈대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배경이 이러한 강도높은 훈육의 사례가 보다 더 일어나기 쉬울 ‘실기’ 위주의

마션, The Martian, 2015

By  | 2016년 11월 6일 | 
마션, The Martian, 2015
맷 데이먼이 연기한 주인공 이름 "마크 Mark"는 라틴어 Marcus의 영어식 이름이다. Marcus라는 이름은 언어권마다 Marc, Marco 등으로 조금씩 다르긴하지만 그 어원은 "of Mars", '화성의' 라는 뜻이다. 리들리 스콧의 2015년 영화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이름부터 그럴 운명이었던 것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마션>은 '스페이스 디스코'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아닌, 삽입곡들이 갖는 역할은 꽤 크다. 특히 리들리 스콧이 만든 과거의 우주, 혹은 SF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이 영화에서 음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