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me Ishmael.

달의 항구

By  | 2021년 1월 30일 | 
인천 공항에서 파리까지 가는 비행은 뉴욕까지 가는 비행보다 2시간가량 짧았다. 지구가 자전하는 방향의 역으로 날아가기 때문일까? 미국과 다르게도, 내가 비행하는 내내 유럽도 내쪽을 향해 다가오고있었다. 비록 마스크는 계속 쓰고있어야 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출국인 수가 격감해서인지 가로세로 최소 5칸 이내에 나 이외에 승객은 없었다. 한국시간으로 자정을 넘겨 밤 1시쯤 출발하는 비행기였으나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해도 여전히 같은 요일 밤이었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 5시의 파리에 그렇게 도착했다. 이렇게 큰 공항에게도 너무 이른 시간이었는지, 환승하러 간 터미널 앞에서 아직 문을 열지도 않고 직원들도 볼 수 없는, 처음 경험해보는 일을 겪었다. 오래된 비행에 찌뿌둥한 몸보다도 더 힘들

뉴욕 2019 _ MoMA 뉴욕 현대미술관

By  | 2019년 2월 13일 | 
지난번에도 뉴욕에 도착했던 첫 주말엔 MoMA에 갔다. Museum of modern art. 뉴욕 현대미술관이라는 이 곳은 다른 뉴욕의 대표적인 미술관들처럼 그 보유하고 있는 회화작품들의 상설전시 때문에 매번 오게 만든다. 이번에도 별 특별한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던 나는 도착한지 삼일, 첫 주말 토요일에 무의식적으로 그곳으로 갔다. 사실 지난번 맨해튼에 머무는 동안 총 네번은 왔었다. 이런 곳에 오면 상설전을 주로 보게되는만큼, 뉴욕의 다른 유명한 미술관들은 아무래도 두 번 이상 잘 안가게 되었는데 이곳만큼은 달랐다. 전시 작품의 많은 수가 이미 살면서 간접경험을 했던 작품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접하며 얻게되는 장점은, 내가 아는 정보를 단순히 재확인하는게 아니라,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부분

아사코, 寝ても覚めても, Asako I & II, 2018

By  | 2020년 2월 2일 |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무수한 크고작은 선택들은, 모두 우리가 지금껏 살아온 경험에 빚을 지고 있다. 사람은 학습을 하는 동물이고, 우리의 실패와 성공의 사례들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게다가 같은 상황과 선택에서 우리의 선택은 우리가 삶의 어떤 지점에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선택이 되곤한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상대, 이상형, 매력을 느끼는 부분들은 다양한 경험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끝없이 수정되고 재고된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 일정한 방향성은 없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방향을 변경한다. 우리는 삶의 경험을 통해 완숙해지고 숙련되어가는 스스로가 점점 더 완벽한 선택을 하게 해준다고 매번 믿고는 있지만, 그건 그때의 생각일 뿐, 우리는 매번 그 시점의 우리를 위해 가장

뉴욕 2020 _ 뉴욕 현대 미술관, MoMA, New York

By  | 2020년 3월 7일 | 
뉴욕에 온 첫 주말에는 항상 이 그림을 보러 MoMA에 오게된다. 작년 봄에 온 이후로 미술관이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이 되었는지 전에 왔을때 있던 전시관에 이 작품이 없어서 찾는데까지 좀 당황했지만 그래도 결국 언제나처럼 로스코와 함께 있던 잭슨 폴락의 one: number 31. 폴락의 가장 큰 캔버스인 이 작품앞에 앉아 몇분이고 한참을 보고있노라면 이런 불규칙성과 예측불가함이 빚어낸 유일무이가 우리들 각자의 인생과 같다고 느껴져서 이 작품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게된다. 그 누구든지 이런식으로 그릴 순 있지만, 그 누구도 절대로 똑같게 그릴순 없다. 심지어 잭슨 폴락 그 본인조차 이 작품을 그대로 똑같이 다시 그릴순 없으리라. 그리기전에는 모두 같은 백지의 캔버스위였다라한들, 전부 다 흩뿌리기전

뉴욕 2019 _ 다시 Day 01

By  | 2019년 2월 7일 | 
2016년 1월의 마지막날, 뉴욕에서의 10개월간 방문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하루 앞둔 그때, 나는 조금 복잡한 심정이었다. 아쉬움과 후련함, 성취감과 섭섭함이 뒤섞인 감정이, 그 날 마지막 일정의 발걸음을 10개월간 출퇴근한 연구실 건물 앞으로 자연스럽게 향하게 만들었다. 아직 연구에 대해서 뭔가 미숙할 때 이곳에 왔다는 아쉬움과, 연구 기간에 비해서 미진한 성과, 첫 해외에서의 체류 경험 중에 겪어야했던 어려움이나 적응에 낭비된 시간들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날 그 장소에서 서서, 나는 내 학위 과정이 끝나기전에 다시 이곳에 올것만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그리고 또렸하게 들었다. 난 살아오면서 제법 예감이 들어맞는 좋은 경험을 많이 해왔다. 그리고 그 날로부터 정말로 정확히 3년하고도 하루가 지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