鑑賞小説

The Adjustment Bureau : {조정(조정)}

By  | 2012년 10월 5일 | 
The Adjustment Bureau : {조정(조정)}
데이빗 노리스 앞에 놓인 선택지의 한쪽이 호화롭다. 백악관이냐 춤쟁이 아가씨 엘리스냐. 이 여자를 안 만난다고 약속하고 삼가 지켜 주기만 하면, 인류의 운명을 조정한다는 조정국 직원들이 합심하여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겠다고까지 해도 데이빗은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중절모 신사들의 온갖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남자 변소에서 첫눈에 홀딱 반한 여자를 쫓는다는 스토리. 이로 드러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정치적 외계 킹메이커들이 따로 암약하고 있었다는 실로 놀라운 SF 음모론보다 더 경이로운 사실은, 전문적인 이미지 관리를 받으며 정치 쇼의 길을 걸어온 하원 의원의 정치적 야먕이 고작 그 정도였다는 것이었다. 박수! 데이빗은 자유의지 운운했다. 그리고 난 여자 쪽이 좋아요 하고 자유의지를 사용

로우리스 : 찰리 레익스

By  | 2012년 10월 23일 | 
로우리스 : 찰리 레익스
프랭클린 카운티 촌구석의 촌닭 삼형제의 활약이 을매나 별 볼 일 없었던지 당 영화는 졸지에 리젠트의 레전드 찰리 레익스 이 사람의 스토리가 되고 말았다. 디븨디 출시 때는 바라건대 이 양반의 심히 빤질빤질한 정중선 가르마를 커버에다 앞세워 주길 빈다. 애송이를 패는 포옴이 일품이다 더 패라! 어릴 때는 가축 한 마리, 좀 커서는 못돼 먹은 악당이라도 한 놈 골로 보내야 진짜 사나이로 대접받는다는 마카로니웨스턴풍의 성장드라마 양상을 띠는 점은 이해가 간다마는, 보아하니, 스토리를 샤이아 라보프가 분하는 이 막내 잭의 복수 중심으로 살살 몰아가던데, 살짝 가소로웠다. 여러분, 요것 하나 때문에 이 사람이 참 멋대가리 없는 놈이라 생각지 않았는지? 올백 댄디즘의 화신 찰리

스카이폴 : 총질 댄디즘

By  | 2012년 12월 16일 | 
스카이폴 : 총질 댄디즘
3년 전 총질 댄디즘의 진수를 선보였던 "헬 라이드"의 4기통 할리데이비슨족 턱시도 총잡이 '더 젠트(마이클 매드슨)'의 자태만큼 기막힌 앵글이 아닐 수 없다. 어딜 봐도 스포츠머리는 군바리지만, 비전투적인 반듯한 정장이 총질 맵시를 결정하고, 총탄이 다발로 난무하는 절체절명의 때와 장소에서 단체 정렬자세인 듯한 모습으로 뻣뻣이 서서 성큼성큼 단독 종횡하며 쏘는, 얄궂지만 당당한 영국 남성의 신사도까지 드러낸 듯이 보일 정도로 각도와 폼이 중요했으리라 사료되는데, 장면을 총구 정면 및 얼굴 정면으로 잡아냈더라면 똥폼 감도곡선만 살짝 더 높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앞의 배신자 두 놈의 이마에다 차례로 구멍을 냈던 더 젠트의 구석진 사무실에서와는 달리 여기가 국가 요인들이 다수 참석한 법정이

레 미제라블 : 그놈의 노래만 안 불렀어도...

By  | 2012년 12월 25일 | 
레 미제라블 : 그놈의 노래만 안 불렀어도...
적어도 「레 미제라블」만은 어쨌든 시네마로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던 대하드라마. 누구나 다 아는 원작 소설의 각색 내지 데포르메인 고로 당초 장르가 장르이니만큼의 마음도 준비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오페라의 유령」 때와 같은 그때 그 기분이 복습되리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십 세기 말에 태어난 노래방 문화의 융성과 그 수혜가 다 무슨 소용이랴. 아직도 시의 시성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이나 소생이 정서적으로 쪼다라서 그런 모양이다. 감정이입이 힘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남들 보는 앞에서 도중에 나가기도 그렇고 해서 이어폰을 꽂고 여러 얄궂은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걸작 원작 서사극의 대사에다 당 영화에서처럼 장중한 가

Good Fellas : 빌리와 구두닦이

By  | 2012년 12월 23일 | 
Good Fellas : 빌리와 구두닦이
출소한 김에 축하 겸 술 한잔하러 술집에 들른 정통파 이탈리안 조폭계의 왕고참이 토미 쪽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다. 소싯적에 꽤나 놀림 받으며 꿀려 지냈던 안 좋은 기억이 있었을 게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도 인사가 맨 마지막이고 그것도 겉치레다. 한편 이로 살짝 자존심이 상한 빌리는 그런 토미를 보자마자 리틀 토미의 리틀 구두통 및 그에 걸맞는 따까리 신분이 새록새록 기억날 수밖에 없다. 한데 기억이란 그 정의상 항시 낡아 있다는 게 문제다. 그때 그 시절의 구두약 묻히고 다니는 그 얼굴이 그립다는 듯이 술잔과 남들 앞에서 주둥이로 회상해 주는 것이, 토미가 올챙이였을 적에 선배 마피아가 이미 어떤 왕개구리였는지를 알려 주는 방식이다. 당연히 말싸움으로 번진다. 그러다가도 표면상 서로 어른스럽게 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