鑑賞小説

The Fly ― 1958 &1986

By  | 2018년 3월 4일 | 
The Fly ― 1958 &1986
데이빗 크로넨버그 하면 항상 제일 먼저 이 작품이 떠오른다. 그래서 개봉 당시 부산극장에 미리 사 들고 들어가 2층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아 먹었던 월드콘이며 꼬깔콘이며 오징어구이도 따라 생각날 수밖에 없다. 다 보고 나올 땐 모두 중졸 출신이었던 신발공장 직공 네댓 명은 오바이트할 것 같다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당 영화에 재미 외의 무슨 깊은 의미가 담겼는지는 하나도 몰랐으나 제대로 센 영화 한 편 봤다는 충만함을 요연하게 표현할 아이큐가 모자라는 바람에 서로들 수줍은 비아냥 정도는 그래도 섞을 줄 알았던 게다. 1. 1958 ― 마법적 변신 생물학적 이종융합에 대한 진화론적 비용과 시간 절약은 물론, 현 과학이 미몽으로나 꿈꿀 생물학적 완성체의 재조합적 공간 전이까지 다룬 이 걸

Ex Machina - 굴뚝 청소부

By  | 2017년 11월 14일 | 
Ex Machina - 굴뚝 청소부
당 영화의 백미 하면 단연 케일렙이 자기 의심에 빠진 이 대목이다. 에이바에게 너무 빠진 나머지 그 인공지능 로봇과 연애하는 상상까지 했었고, 단지 영어 못하는 시녀인 줄로만 알았던 쿄우코마저 로봇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자신 역시 네이던이 개발 중인 시제품이 아닐까 의심한다. 튜링 테스트를 당하는 기분에서 도저히 헤어나올 길이 없어 우선 눈을 까뒤집고 구강 점검에 이어서 면도날로 전완 피부를 그어 피하 조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검사하려 한다. 데카르트식 악마의 21세기식 재림이다. [1] 시대정신의 아들답게 케일렙은 어딘지 이상하면 우선 몸으로 확인한다. 갈라진 살갗 사이로 빠알간 피가 줄줄 나오는 걸로 보아 적어도 뇌가 혈액 순환계를 의지한다고 판단한다. 피를 천연 생명의 직유라

BR 2049 = (Human + Replicant) + A.I.

By  | 2017년 10월 27일 | 
BR 2049 = (Human + Replicant) + A.I.
[1] K&J 얼굴이 노상 피범벅이 돼서 상처투성이로 돌아다니는 자가 다름 아닌 "껍데기" 레플리컨트라는 점은 82년 작의 정통성을 잇는 답습이다. 거기에 더한 AI의 등장과 역할은 21세기의 감성적 저변에 호응하는 정도의 타성에 머문 것 같지는 않다. 0과 1의 조합으로 현출하는 "조이"이야말로 당 영화에서 한술 더 떠 가장 인간적인 것의 정통성을 체현하는 인성에 속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카스트와 흡사한 탄생 서열 및 존재 등급을 감안하면 영혼이 없다고 멸시받는 유사 인간인 동시에 온통 상업 광고로 뒤덮인 디스토피아의 슬럼가에서 경제 활동을 하며 사는 레플리컨트 '상품' KD6-3.7이라는 소비자에 의해서 인조인간 이상으로 무한 대량 생산의 극치에 있는 추출된 인간미가 육체적 실체를 못 가

리어카맨

By  | 2016년 10월 18일 | 
리어카맨
수레 주인의 행색은 가히 수레 주인답다. 그러나 이것은 간혹 온종일 도심을 돌아다니다가 하루에도 족히 50명쯤은 목도할 수 있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파지 줍는 영감의 모습이 아니다. 리어카에 각종 과일이 실려 있는 것도 아니다. 이래 봬도 현해탄 저편에선 대단히 저명한 모험가로 통한다. 나가세 타다시(永瀬 忠志). 이 사람은 삶 자체가 노상 인생이라 할 만치 무시무시한 도보 여행 경력(링크)을 보유하고 있다. 한데 그가 세계 일주하는 데 짐 운반용으로 사용한 것은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아니며 자전거도 아니었다. 아~ 우째서 하고많은 수단 중에 요런 걸 택하셨나. 어찌하여 곤궁의 상징, 그 어떠한 세련미도 없는 이런 빈한한 생계용을 도보 여행, 세계 일주의 도구로 삼았으며 그렇게 애달

真夏の方程式 - 한여름의 액운과 탐정

By  | 2017년 12월 9일 | 
真夏の方程式 - 한여름의 액운과 탐정
"용의자 X의 헌신"의 속편 용의자 X들의 헌신 반투명 거울 취조실을 무대로 하는 이 탐정 '공포물'에 헌정하는 스핀오프 [1] 쿠니시마 아츠코 1.1 사람들이 죽을 장소를 찾아 몰려든다는 야마나시현 '후지노쥬카이'의 으스스한 기운을 두 콧구멍으로 한껏 들이쉬며 자란 쿠니시마 아츠코는 만 열넷 되던 해의 여름 방학, 친구들하고 놀러 가기로 했다며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고 아침부터 집을 나서서는 처음으로 그 넓고 어둡고 스산한 자살 명소에 들어갔다. 산행과 산중은 힘들고 어두웠다. 그러나 가는 길 도처에서 떠돌거나 도사릴 법한 혼령들의 귀기가 여중생을 괴롭히진 못했다. 다만 심히 우거진 나무들의 차양이라는 결계가 하늘로부터 숲 안쪽을 숨기고 또 그 내부의 무성한 작은 식물군마저 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