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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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배낭여행 (0) 시작하기 전에
1. 사실 '꼭 쿠바에 가야지!' 따위의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 여행 전, 내가 알고 있는 쿠바는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 시가, 교양 시간에 본 영화 아바나 블루스 정도였다. 물론 흥미롭긴 했지만 굳이 지금 여행까지 갈 필요성은 못느꼈다. 왜, 다들 쿠바를 모든 여행자들의 로망, 종착지 등등으로 부르잖아. 그래서 난 내가 쿠바를 베테랑 여행자가 됐을 때, 그러니까 한참 뒤에나 갈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캐나다에서 누군가 내 계획을 물어볼때면, 내 입에서 나오는 건 쿠바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글쎄? 일하다가 돈 모으면 여행이나 가고, 그러려고." "여행? 퀘벡이나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같은?" "아니 캐나다 말고. 음, 뭐, 쿠바 같

쿠바여행 여덟번째, 산타 클라라의 체
로스 인헤니오스를 지나 다시금 산타 클라라를 향해 달린다. 녹색 씨에로는 거침없이 잘만 달린다. 오고 가는 길 모두를 포함한 도로는 삼차선. 중앙선도 따로 없다. 그래도 차들은 하나 엇갈림 없이 잘도 달린다. 달은 낡디 낡은 론리 플래닛을 넘겨가며 가보고 싶은 곳들을 꼽는다. 나는 창 밖을 구경하다가, 다시 창 밖을 구경하다가, 그러다 살풋 잠이 들었다가 깬다. 들판과 나무들과 독수리대신, 도시의 풍경이 서서히 들어온다. 산타 클라라, 이름도 어여쁜 그 도시에 도착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체의 기념관. 넓은 광장 가득 햇살이 쏟아졌다. 그 옛날. 체의 시신이 고국인 아르헨티나도, 사망한 볼리비아도 아닌 이곳에 이르렀을 때를 상상했다. 국장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여 슬퍼했을까. 볕에

쿠바여행 일곱번째, 로스 인헤니오스에서 한라산을
달은 산타클라라에 가보고 싶어했다. 산타클라라, 예쁜 이름의 이 도시는 켜켜이 체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일정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고민할 때 까를로스 아저씨가 제안을 했다. 여기서 차를 빌려 하루 투어를 하렴. 버스 시간 맞춰 오고가고 하는 것보다 그게 나을거야. 버스 시간표와 숙소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우리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제안이었다. 기사가 픽업부터 산타클라라에서 원하는 장소까지 잘 데려다 줄거야. 물론 다시 트리니다드로 오는 것까지 포함이지. 주섬주섬 영어로 들은 설명이었다. 우리는 우리끼리 또 의논을 한다. 낯선 한국말 틈에서 아저씨는 유유히 담배를 한 대 태우셨다. 역시나 지나치는 아미고들과 뭐라뭐라 인사를 한다. 그럼 그렇게 하자, 롤란도네 까사는 예약이 다 찼다고 했으니 돌아와 머물 숙

쿠바여행 여섯번째, 다시 앙꼰
비가 퍼붓는 앙꼰을 떠나기 전, 달이 앙꼰 호텔에 잠시 가보자 한다. 아무래도 이곳을 그냥 떠나기가 쉽지 않은 모양. 나는 더하다. 바닷물에 발 한번 담궈보지 못했으니. 로비에 가서 방을 좀 보고 싶다고 하니 선뜻 키를 내어준다. 우리는 낡고 어두침침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사층에 내리니 넓고 탁 트인 복도엔 비가 비껴들고 있었다. 어딜 봐도 우중충한 하늘. 조심스레 키를 넣고 문을 여니, 어딘가 음산하다. 발코니도 없는 방. 창 밖으로 비가 쏟아진다. 너울너울 야자수 잎이 흔들린다. 이건 뭐, 과 같은 제목의 납량특집물을 보는 기분. 그냥 트리니다드로 돌아가자. 어차피 오늘은 까사에서 자야하니까. 그러나 그 바다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사면이 바다인 섬이건만, 흔히 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