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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가족 (1998)
영화는 사소한 오해나 어긋남 등으로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소동극을 다루고 있다. 사람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소동극이라는 게 문제지만. 그 사건을 꼬아나가는 템포와 사건을 쌓아가는 조립 설계가 좋은 걸작이다. 코믹 잔혹극이라는 사족같은 독자적 장르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아마도 국내 첫 사례일 것이며, 이 영화 이후로도 이런 절묘한 템포의 슬래셔 + 블랙 코미디의 퓨전 장르는 찾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김지운 감독이 재능의 절반을 이미 쏟아부은 데뷔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대배우 이전의 최민식, 송강호가 기존의 캐릭터였던 각각 어리숙하고 촐싹거리는 청년의 모습으로, 게다가 "동반 출연한" 귀한 영화이기도 하며 스크린에서 만나기 힘든 박인환 배우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보는 맛이 있는

회사원 (2012)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암살자들의 비밀 회사라는 "기믹"을 제거하고 나면 영화는 영락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회사원들의 이야기이다. 영화의 설정처럼 영업직일 수도 있고 인사 담당일 수도 있고 관리직일 수도 있다. 그냥 오른쪽 어깨에 노트북 가방을 짊어 매고 목에는 출입키를 건 양복쟁이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게 암살자라는 "외피"를 걷어내고 보면 영화 전체가 꽤 재미있는 은유다. 주인공 형도의 말대로 자신의 모든 생활을 회사에 바쳤는데(잘못의 원인이야 자기에게 있을지언정) 해고라니, 그것도 새파란 부하직원들로부터의 통보라니. 부조리한 오피스 라이프에 분노해 본 직장인이라면 소총 들고 사무실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광경이 마냥 초현실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팀장의 입에 권총을 물리고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2013)
대략 90년대 말 쯤으로 보이는 시대 배경. 같은 "무리"에는 속해있으나 친구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는, 친구라는 외피를 얄팍하게나마 유지하면서도 사실은 힘의 논리로 매겨진 서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 시절 소위 "일진"이라 자칭하던 불량학생들의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리얼하게 묘사한 영화다. 추측컨대, 감독의 자전적인 측면이 많이 반영된 듯 하다. 그 자신이 일진과 관련된 누군가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일진들을 바라보는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기억이 담긴 관찰 기록일 수도 있겠다. 골프 웨어를 차려입고 까페에 둘러앉아 담배를 뻐끔거리는 장면, 그 안에 담긴 미묘한 서열 확인의 정서 등은 그 시절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재현하기 힘든 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날 것 같은 묘사들에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아이들에게 매우 흥미진진하게
한국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연상호, 이성강의 제작 감독작이며,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애니메이션 을 어린 조카와 관람하고 왔다. 전체적으로 좋은 느낌의 등장 캐릭터의 디자인과 아름다운 색감에 호감이 들었으나 이미 막강한 블록버스터 해외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완성도에 익숙한 어른으로서, 아직도 옛스런 진한 외각선이 선명하거나 디테일에서 떨어지는 배경 CG는 기대에 못미처 다소 아쉬웠다. 살짝 과거 외국 작품과 익숙한 설정이 부분적으로 차용된 점이 보였던 것도 있었고...그 밖에 드라마와 코미디적 중간부 전개에도 약간 심심함이 느껴졌으나 정령 등 초자연적 캐릭터의 흥미롭고 인상적인 등장은 아이들과 함께 몰입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후반부 판타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