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물
Posts
68 posts불가사리 (1985)
죽어서 영웅이 되거나 살아 남아 악당(혹은 골칫거리)가 되거나, 라는 오랜 딜레마는 대괴수에게도 얄짤이 없다. 탐관오리와 부패한 왕실을 필사적으로 격퇴해 준 수호신임에도 당장에 많이 쳐먹는다 타박하는 나약한 민초들의 태도는 순간 혐오스럽다가도 일견 동정과 이해가 간다. 농민들의 관점에서는 당장에 땅을 일굴 농기구를 빼앗아 가는 놈은 관군이든 수호신이든 다를 바가 없거든. 적을 물리친 힘이 계속 비대해지기만 한다면 결국 통제불능이 되어 그 힘의 주인에게도 오히려 해가 되어 돌아올 수 있는 법이기도 하고. 민중의 힘으로 왕조를 몰아내는 일종의 혁명 영화이기도 한데, 공산주의 국가에서 표리부동하게도 사실상 왕좌를 세습했던 김정일이 이 영화를 각별히 좋아했고 제작에 일부 관여하기 까지 했다더라. 대체
물괴 (2018)
이름을 남기는 괴수 영화나 매력있는 괴수 캐릭터가 조연으로라도 나오는 영화라면 대개 그 괴수의 탄생 배경이 심플하다. 혹은 하는 짓이 심플하다. 고지라는 피폭 당한 공룡, 한강 괴물은 독극물 쳐먹은 수중 생물이다. 심지어 킹콩은 그냥 존나 큰 야생 고릴라야. 초롱이는 어떠한고. 연산구이 수집한 정체불명의 외래종 생물이 역병 걸린 시체를 먹고 자랐다고? 일단 여기서 과부하 걸린다. 괴수의 탄생 배경이란 곧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와 직결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고지라]는 원폭의 트라우마를 재현, [킹콩]은 원시 자연의 공포를 어트랙션화 한 영화다. 봉준호 [괴물]은 주한미국 독극물 방류에 대한 문제제기가 깔려있었지. 그러니까 초롱이의 저 조잡하게 분산된 설정은 영화가 이것 저것 하고싶은 얘기가 존나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Godzilla: King of the Monsters (2019)
토요일 오후는 무조건 AFKN 틀어서 보는 시간이었는데, 간혹 로얄럼블이라도 하는 날이면 미치는 거다. 이 영화의 기획이 키덜트들의 로얄럼블이 되었어야 했다. 근데 이거 뭐지. 워리어, 헐크 호간, 달러맨, 언더테이커, 미스터 퍼펙트, 빅 보스맨이 줄줄이 링에 오르는데 씨발 화면에 자꾸 해설자 나오고 주심 쳐 나오고 있으면 되겠냐 이거. 헐크 호건이 손바닥 빙빙 돌려서 귀에 한 번 댄 다음에 피니쉬 무브 들어가려는데 분골함 들고 다니는 언더테이커 꼬봉이 원샷 받으면 되겠냐고. 괴수 레슬링 전에 에피타이저로 인간극장 1절 2절 해대는 피터 잭슨의 [킹콩] 흉내를 내고 싶으셨나보지. 그래도 그건 아니지 씨발 고지라가 인간이랑 연애할 거 아니잖아. 피잭 킹콩도 공룡이랑 다찌마리 할 때는 그것만

불가사리 Tremors (1990)
에컨대, 엘리자베스 헐리 주연의 [일곱가지 유혹]이 떠오르는, 누군가의 욕망이 왜곡된 형태로 성사되는 소동극 코미디의 뉘앙스. 주인공 발렌타인은 척박한 네바다 컨테이너촌에 근거지를 두고 돈만 주면 온갖 허드렛일은 다 해주는 이른바 심부름 센터 콤비의 한 명인데, 파트너인 프레드에 비해 젊고 그만큼 현실에 대한 불만, 상승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 시작부터 줄곧 밉지 않게 투덜대던 그의 상승 욕구는, 본작의 대표 괴물인 '그라보이드'가 출현하면서 엉뚱한 국면을 맞는다. 땅 밑에서 진동을 감지하며 움직이는 괴물을 피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트럭 위에서 바위로, 건물 옥상 위로. 빌은 어느샌가 더 이상 세속적인 욕구 때문이 아닌, 그저 살기 위해 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