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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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 (2017)

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 (2017)

멧가비|2017년 11월 16일

침대 위에 갇혀버린 제시에게 그 자신의 내면이 말을 걸어온다. 죄책감이나 트라우마, 증오, 분노, 두려움을 대변하는 쪽. 그리고 자기연민과 방어기제를 대변하는 쪽. 해가 달에 가려지듯 그렇게 무의식으로 가려져 있던 언젠가의 기억이 제시를 찾아오면서 공포는 시작된다. 아니, 반대로 문득 찾아온 공포가 제시의 기억을 해방시킨 쪽에 가깝다.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가끔 전혀 무관한 무언가이기도 하다는 점을 섬세하게 캐치해냈다. 들개의 물리적 공포, 해가 진 이후 나타난 문라이트맨의 오컬트적 공포 등 버라이어티한 호러 구성. 이런 장르적 공포의 끝에 찾아오는 건 제시의 내면에서 스스로 발생한 심리적 압박감이다. 외부에서 찾아온 공포가 결국 내면의 공포를 깨우고, 그 끝에는 착취적인 남성성에 대한 근원적 트라

모아나 Moana (2016)

모아나 Moana (2016)

멧가비|2017년 11월 1일

생소한 마오리족 창세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그러나 낯설지 않은 것은, 영웅설화나 창세신화라는 게 민족, 문화권을 초월해 공통적인 부분을 가져간다는 점을 오히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터전을 떠나 여정을 통해 동료를 모으는 부분은 소설 서유기나 일본의 민담 모모타로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특히 무인도에 "갇힌" 마우이를 모아나가 픽업하는 과정은 삼장법사와 손오공의 첫 만남을 연상시킨다. 불을 훔쳐서 인간들에게 제공한 마우이? 말할 것도 없이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떠오르고. demigod이라고는 하지만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마우이. 그에 반해 인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똑소리나게 구는 모아나가 오히려 마우이를 독려하는 부분은 바보 온달을 장군으로 만든 평강 공주의

토르 라그나로크 Thor: Ragnarok (2017)

토르 라그나로크 Thor: Ragnarok (2017)

멧가비|2017년 10월 26일

마블 유니버스의 토르는 언제나 이방인이다. 가족이 해체되는 비극의 가운데에서도 토르를 괴롭힌 건 늘 눈물 젖은 타향살이. 문제는, 영화 속 설정 외적으로도 이방인이라는 점. 뉴욕이 아닌 아스가르드의 사건들은 언제나 한 번 쯤 짚고 넘어갈 "저기 어딘가"의 일이었을 뿐이다. 오딘이 정복왕에서 피스메이커로 돌아선 계기. 오딘과 헬라의 갈등. 헬라와 발키리 군단의 대전투. 작정하고 다루면 난리났을 서브 플롯들을 그저 적당히 소개하는 선에서만 그친다. 애초에 북유럽 신화의 그랜드 피날레를 마블 식으로 어레인지한 "라그나로크"라는 테마부터가 코믹스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이벤트인데, 역시나 지구의 이야기, 어벤저스의 이야기가 아니면 그냥 짚고 넘어가는 수준으로 소비될 뿐이다. 사실 길게 다루자

혹성탈출 종의 전쟁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2017)

혹성탈출 종의 전쟁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2017)

멧가비|2017년 10월 26일

리부트 시리즈 시저 3부작, 그 유종의 미. 털복숭이 모세는 이번 영화에서야 진정한 "출애굽"을 완료하고 전설로 남을 최후를 맞는다. 3부작 자체가 스토리보다는 시저의 캐릭터성을 원동력 삼아 달려왔으니 시저에 대해서야 더 말 할 것도 없고, 영화에서 그 이상 눈에 띄는 것은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맥컬러 대령이다. 전작들에서의 인간을 온정적인 측과 착취자들로 분리해서 묘사했다면 맥컬러는 그 두 가지 측면을 기묘하게 모두 갖춘 인물이다. 전작들의 어느 인간 캐릭터보다도 잔인하고 폭력적이지만 그 이면에 깔린 "명분"에 이르러서는 완벽히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구 시리즈가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인원들의 "New Earth"였다면 리부트는 유인원 시저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몰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