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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posts이창 Rear Window (1954)
많은 사람들이 [현기증]의 미술을 찬양할 때, 나의 반골기질은 이 영화를 가장 "흥미로운" 히치콕 미술 영화로 꼽는다. 주인공의 원룸과 맞은편 다세대주택이라는 심플한 배경 설정, 하지만 영화의 A부터 Z까지의 모든 플롯이 이 구조 안에서 진행되며 영화의 주제의식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바로 그 세트들이다. 모든 입주민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는 건너편 빌라는 카메라의 시선에 따라 동물원처럼도 보이고 갤러리의 액자처럼도 보인다. 어쨌든 주인공에게 있어서는 구경감 혹은 소일거리 관찰의 대상일 뿐이지 인간적인 소통의 대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히치콕 영화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미술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은 공간의 배치와 거기서의 주인공의 행동 양식이 결과적으로 흔한 주
이스케이프 룸 The Escape Room (2019)
시작부터 뭔가 새로운 걸 기대하기는 힘든 영화인 게 사실이다. [큐브]와 [쏘우] 시리즈의 영향력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며, 한국에서는 일종의 '방탈출 트렌드' 같은 게 있어서 TV 방송에서도 요새 꽤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성이니까. 그러나 [큐브]와 같은 세계관적 난해함이나 [쏘우]의 고어를 배제하고, 기성품이라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며 클리셰 사용을 주저하지 않자 영화는 접근성 좋은 상품이 된다. 스테이지 이동이라는 구성에, 자본을 가진 흑막이라는 심플한 설정, 저마다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이라는 캐릭터 빌드업 까지 종합하면, 별 특징 없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안정적인 하나의 '틀'로서 완성되는 것이다. 틀이 느슨할수록 이것 저것 담기 좋은 법. 이미 영화의 결말부에서는 여객기에서의 방탈

이창 Rear Window (1954)
프랑소와 트뤼포는 이 영화에 대해 '영화에 대한 영화'라고 수식한 바 있다. 관음증에 대한 중립적 고발과 장르적인 범죄 수사극이라는 외피를 걷어내고 나면,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영화에 대한 영화 그 자체다. 이 영화가 가진 독특한 양식, 관객의 시선이 직접 영화 속 인물을 관찰하는 대신 영화 속 또 다른 프레임을 거치게 구성되어 있다. 관객은 건너 아파트 주민들의 일상은 물론이고 중심 소재인 살인사건 역시, 주인공 집의 창문이나 주인공의 쌍안경을 통해 관찰하게 되는데, 카메라 앞에 놓은 사물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간"을 거쳐 인물들을 관조하게 되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히치콕의 공간 형성은 오즈 영화에서의 "관조"와 달리,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영화 보는 사람이

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 (2017)
침대 위에 갇혀버린 제시에게 그 자신의 내면이 말을 걸어온다. 죄책감이나 트라우마, 증오, 분노, 두려움을 대변하는 쪽. 그리고 자기연민과 방어기제를 대변하는 쪽. 해가 달에 가려지듯 그렇게 무의식으로 가려져 있던 언젠가의 기억이 제시를 찾아오면서 공포는 시작된다. 아니, 반대로 문득 찾아온 공포가 제시의 기억을 해방시킨 쪽에 가깝다.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가끔 전혀 무관한 무언가이기도 하다는 점을 섬세하게 캐치해냈다. 들개의 물리적 공포, 해가 진 이후 나타난 문라이트맨의 오컬트적 공포 등 버라이어티한 호러 구성. 이런 장르적 공포의 끝에 찾아오는 건 제시의 내면에서 스스로 발생한 심리적 압박감이다. 외부에서 찾아온 공포가 결국 내면의 공포를 깨우고, 그 끝에는 착취적인 남성성에 대한 근원적 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