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2017

포스트: 34|아이템:2017(133)
Tags

Posts

34 posts
문라이트 Moonlight (2016)

문라이트 Moonlight (2016)

멧가비|2017년 3월 11일

흑인 빈민가는 은근히 마초이즘을 지향하는 미국 사회에서도 터프하지 못하면 부서지는 것으로는 최상위권 난이도의 정글이다. 첫사랑에게 두들겨 맞은 상처로 자신을 숨기고 살게 된 샤이론에게 '블랙'이라는 별명은 가면이자 갑옷이다. 케빈은 자신이 평생을 쓰고 사는 가면을 친구에게도 나눠 준 셈이다. 샤이론에게는 섬세한 내면을 드러낼 용기가 없고 케빈처럼 가면 위로 가짜 얼굴을 그릴 융통성도 없다. 결국 아무도 몸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머슬카와 근육, 권총이라는 단단한 갑옷에 의지해 그저 외롭게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타인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식하길 즐기며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동성애자든 뭐가 됐든 소수로 낙인 찍어 고립시키기를 잘하는 미국 사회의 편협한 단면이 드러나는 영화. 많은 아웃사이더와 소수자에

핵소 고지 Hacksaw Ridge (2016)

핵소 고지 Hacksaw Ridge (2016)

멧가비|2017년 3월 11일

초반 진단은 확실히 똑떨어진다. 이해 못할 신념을 고수하는 신념은 동료들과 갈등을 빚을 것이고, 여차저차 참전해선 당연히 멜 깁슨 식 자극적인 전투 시퀀스가 이어질 것이며, 포화 사이에서 공황 상태에 빠진 주인공이 주변을 둘러보면 슬로우 모션으로 죽어가는 동료들. 가장 괴롭히던 친구는 베스트 프렌드가 될 것이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실존 인물의 삶이 텍스트로 요약되겠지. 꽤 적중한다. 그러나 한 방 먹는다. 영화 속에서 전우들이 데스몬드를 잘 못 본 것처럼 나도 영화를 잘 못 봤다. 진짜는 핵소 고지에서 퇴각한 이후부터다. 예측할 수 있는 갈등과 해소의 드라마를 해치우듯이 끝낸 데스몬드에게 진짜 무대는 부상병들로 가득한 무주공산이다. 영화는 갑자기 잠입 액션의 장르적 쾌감

콩 스컬 아일랜드 Kong: Skull Island (2017)

콩 스컬 아일랜드 Kong: Skull Island (2017)

멧가비|2017년 3월 10일

탐험가들이 해골섬에서 원주민을 만나고 괴물들과 대왕 고릴라를 만난다. 사실 그 밥에 그 나물인 상차림이다.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진 태도를 대대적으로 수정함으로써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이 된다. 섬의 괴물들은 임무 수행하듯 기계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게임 몬스터가 아니다. 온순한 녀석도 있고 자연에 의태하는 녀석도 있다. 조금 더 "생태계"라는 느낌이 강해진다. 원주민들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콩에게 경외심을 바치고 콩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관계에도 조금은 유기적인 변화가 생긴다. 해골섬은 이제 유원지의 어트랙션이 아니다. 더불어 콩은 공포의 대왕으로 군림하지도, 금발 미녀에게 까닭 모를 집착을 품지도 않는다. 콩은 다른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계의 일원이자, 영역을 지키려고 노

신 고지라 シン・ゴジラ (2016)

신 고지라 シン・ゴジラ (2016)

멧가비|2017년 3월 9일

유구한 지진 보유국답게 일사분란한 시스템의 발동, 그러나 겹겹이 쌓인 관료제 구조가 발목을 잡는 등 일본식 재난 대처 시스템의 입체적인 면이 부각되어 재미있다. 극장용 괴수 영화의 딜레마는 긴 러닝타임을 괴수 레슬링으로만 채울 수도 없고, 관객이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 인간들의 드라마로 채우면 이야기가 뻔해진다는 데에 있다. 이 영화는 괴수 구경의 나머지를 조금 새로운 것으로 채운다. 거대 괴수물 혹은 재난물을 통틀어 손 꼽히게 차분하고 논리적인 영화다. 겁먹어 패닉에 빠진 사람도, 질질 짜는 사람도 없다. 등장인물 모두가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재난을 타개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재난물 중 이 정도로 "보통 사람들"의 드라마를 배제한 영화가 또 있었나. 날카롭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