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줄 아는 자 와 아닌 자. BMW, 벤츠, 베켄바워, 쌍둥이 칼, 근면, 라인강의 기적... '도이칠란트'라는 나라의 성과를 아무리 떠들어 봤자, 그들에게는 항상 '전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범죄국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1971년 서독의 수상 빌리 브란트는 폴란드 바르샤바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비석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라가 동과 서로 갈라져야 했다. 발언권이 제한되었다. 당장의 이익과는 거리가 있음에도 '하나의 유럽'을 위해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다. 사죄하고, 배상금을 내고, 이산의 아픔을 겪어도 그들은 '다시 부르고 싶지 않은 시절'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다른 이들을 짓밟았다는 죄의식은 그들에게도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들은 눈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