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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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 The Mist (2007)

멧가비|2018년 11월 5일

"화살촉 프로젝트"라는 모종의 실험은 닿아선 안 될 곳에의 문을 열어 인류에게 재앙과도 같은 초자연 현상과 조우하게 한다. 마치 금기를 행한 인류에게 내려진 징벌과도 같다. 선악과를 따 먹거나 바벨탑을 쌓은 인간들을 벌줬다는 그리스도교 경전의 에피소드들 처럼 말이다. 이런 종교 메타포적 이해 안에서, 그 유명한 "카모디 부인"은 어쩌면 그저 잔혹한 광인일 뿐인 게 아니라, 정말로 신의 의지를 담은 그릇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역발상이 가능하다. 신의 권능인지 뭔지를 사유화하려고 선을 넘은 광신도 카모디는 결국 권총에 맞아 일종의 죗값을 치른다. 적어도 카모디에게 저항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군이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신의 뜻이란, 인간의 그릇

월드 워 Z World War Z (2013)

멧가비|2018년 11월 5일

초반 30분, 정말 끝내준다. 클리셰에 발목 잡히지 않는 쾌속 전개. 상황 판단 빠르고 실력 좋은 주인공. 짜증을 유발하지 않는 합리적인 전개. 쓸데 없이 분란을 유발하는 캐릭터도 없고, 특히 책을 이용해 간단하지만 유용한 방어도구를 만드는 장면에서는 감탄을 하게 된다. 왜 저 생각을 아무도 안 하는 거지? 하지만 영화의 이 모든 장점과 특징들을 간단히 그리고 아득히 뛰어넘는 이 영화만의 개성은 브래드 피트의 출연 그 자체다. [새벽의 저주]부터 시작된 좀비 장르의 속도감과 스펙터클함 등, 메이저 장르로 분화한 현대 좀비 영화의 한 계보에서도 특 A급이랄 만한 사실 아닌가. 세계 각지를 도는 로케 촬영, 헬기에 항공기에, 그리고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 과연 좀비 거장 조지 A. 로메로가 시체 삼부작

램페이지 Rampage (2018)

램페이지 Rampage (2018)

멧가비|2018년 6월 29일

조금 큰 고릴라와 훨씬 큰 파충류 괴수의 싸움. 이거 레전더리 픽처스의 "몬스터버스"에서 열심히 기획 중일 "킹콩 vs 고지라" 프로젝트를 엉뚱한 놈이 선수쳐버린다. 어릴 때, 킹콩이랑 고지라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커서 돌아보면 터무니 없는 호기심이었다. 가상의 괴수를 두고 쓸 데 없이 정색해서 논하건대, 킹콩이 못 이기는 차원이 아니라 일대일로 붙을 체급이 아니다. 그래서 토호의 1962년작 [킹콩 대 고지라]에서는 킹콩이 전기 먹어 체급을 뻥튀겼고, 그 꿈의 매치를 다시 한 번 재현할 레전더리 시리즈에서는 그래서 킹콩이 처음부터 오버 사이즈로 리부트 되고야 말았다. 어쨌든 말인 즉슨 이게 싸움을 붙일 수가 없는 매칭이라는 건데, 하지만 "더 락"이 파트너라면

25주년 재감상 -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

25주년 재감상 -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

멧가비|2018년 6월 10일

비교적 현실적인 사이즈, 현실에 존재했던 괴수들이 활개치는 괴수물이자 동시에 재난물. 댐에 난 작은 구멍이 홍수를 일으키듯, 인간이 설계한 시스템의 작은 구멍 하나가 만들 수 있는 재난을 영화는 살벌하게 보여준다. 영화가 공개 됐을 당시부터 과학 기술의 오남용에 대한 경고는 현재도 유효하며 이 영화만큼 효과적으로 이를 말하는 작품도 이후에 드물다. 데니스 네드리의 컴퓨터에 붙어있는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사진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이 영화가 자본가와 노동 계급의 갈등을 암시하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공룡들에게 있어서의 재난이기도 하다. 종의 연속성을 마감하고 영원한 안식에 들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20세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