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이라는 사람이 애초 그 근본이 연극 연출가라서 그런지, 화면 연출보다는 각본 그 자체에 장진의 개성이 더 뚜렷이 드러난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는 다른 감독을 쓰고 제작, 각본만 참여했는데도 보다보면 이건 그냥 빼박 장진 영화다. 미묘한 비틀기라든지 엇박자에 터지는 개그라든지. 심지어 각본의 원작자도 아닌데.. 영화는 일종의 범죄 소꿉놀이라고 볼 수 있다. 총을 쏘지만 실제로 쏜 게 아니고 팔굽혀 펴기를 하면서 그걸 강간이라고 한다. 모래로 만든 밥을 떠먹이는 소꿉놀이와 같다. 하는 사람은 진지하고 보는 사람은 황당하다. 느슨한 코미디와 캐릭터들이 재미있어 좋아하지만 흐름이나 템포가 좋다고는 하기 힘들다. 답답해 보일 정도로 강도 역할에 충실하던 정도만이 어느 순간 실제 감정마저 강도 역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