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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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아카데미 Police Academy (1984)

By 멧가비 | 2021년 3월 24일 | 
내 세대 혹은 그보다 조금 윗 세대에게 추억의 주말 외화를 물어 볼 때 늘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다. 국내에 소개된 초창기 미국식 코미디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한국의 주말의 명화 세대는 이 영화로 미국 코미디를 배웠다. 가만 살펴보면 하나의 시대 지표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적인 감수성이나 균형 감각 면에서는 지금 시대에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단은 이렇다. 여성 시장이 취임하고 경찰 학교 지원 기준이 대폭 완화되는데, 성별, 나이 그리고 "인종"을 기준 삼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다. 바꿔 말하면, 기존 "남자" 시장 임기 중에는 경찰 채용 기준에 인종이 포함됐었다는 소리지. 즉, 단순히 어중이 떠중이 오합지졸이 경찰 학교에 모인다는 플롯을 위한 설정을 넘어, 시대의 한계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2020) / 김용훈

By 기겁하는 낙서공간 | 2020년 6월 8일 | 
출처: 다음 영화 찜질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만(배성우)은 손님이 찾아가지 않은 사물함에서 돈가방을 발견하고 분실물 창고에 숨겨 둔다. 소도시 공무원이지만 사채를 쓰고 사라져 버린 애인 연희(전도연) 때문에 독촉에 시달리는 태영(정우성)은 한탕을 노리기 위해 고교 동창과 만나기로 하는데, 고등학교 선배이자 사건의 냄새를 맡은 형사(윤제문)가 나타난다.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서로 다른 소시민 4그룹이 각각 범상치 않은 사건에 엮이고 결국 하나로 상황이 모여 돈가방을 찾아 쫓고 쫓기는 이야기로 수렴하는 [펄프픽션] 같은 범죄물. 개별 사건을 이루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 균형이 비슷한 편이고 각 이야기의 무게감도 더 할 게 없어 독특한 분위기의 범죄물로, 플롯의 맥락이 이어서 보면 명쾌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The Apartment (1960)

By 멧가비 | 2018년 11월 27일 | 
주인공 버드의 최대 고민은 퇴근 후에도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단순한 차원의 것이 아니다. 퇴근 후의 아파트를 직장 상사들이 무슨 모텔 대실처럼 불륜의 현장으로 사유화 한다는 건, 결국 퇴근해도 직장생활의 연장이라는 뜻이다. 퇴근해도 퇴근하지 못하는 말단 회사원의 고충. 이 점만은 오히려 현대 동아시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그렇다고 영화가 미래지향적인 사회비판인가 하면 천만의 말씀. 영화의 플롯은 알고보면 너무나 야생과 닮아있다. 주인공은 상위 포식자들에게 영역을 빼앗기기만 하는 먹이피라미드 하층의 호구다. 인사고과 한 줄 받아보려던 아둔한 여우의 인생 헌납은 결국 사바나 통인 코끼리의 눈에 띄이기에 이르고, 결국 사자 표범한테 백날 갖다 바치는 것보다 코끼리 똥구멍 한 번 닦아주는 게 빠

대공항 三谷幸喜 大空港2013 (2013)

By 멧가비 | 2017년 11월 4일 | 
대공항 三谷幸喜 大空港2013 (2013)
미타니의 전작들이 그 구성 면에서 연극과 같았다면 본작에 이르러서는 형식에 대한 도전이 더 돋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기획 자체가 WOWOW에서 2011년 방영한 [숏 컷]에 이어 "원 신 원 컷 드라마" 시리즈의 2탄으로 기획된 TV 영화라는 점. 임시 착륙한 여객기에서 내려 나가노의 작은 공항에 잠시 체류하게 된 타노쿠라 일가. 미타니 영화 답게 출연하는 면면들의 개성이 넘친다. 누군가는 불륜, 누군가는 협박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에게 차마 말 못하는 비밀을 품고 있는 등 군상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상대는 오코치 치구사, 공항의 지상직 승무원이다. 컴플레인이며 각종 요구에 쉴틈 없이 움직이는 오코치가 그 바쁜 동선에서 마주치는 타노쿠라 사람들의 문제를 들어주고, 코치해주고, 지지해주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