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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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인저 디아볼릭 Danger: Diabolik (1968)
아르센 뤼팽을 방불케하는 괴도 디아볼릭. 그러나 어떤 면에서 그는 슈퍼히어로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쾌락주의자들 기준으로 보면, 도덕이고 나발이고 어떻게든 돈을 획득해서 마음껏 펑펑 써제끼며 정부를 엿먹이는 까만 옷의 슈퍼도둑이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대리만족을 충족시켜주는 슈퍼히어로가 아닐까. 훔친 돈으로 지하 기지에 숨어 뿅 간 약쟁이들과 함께 뒹구는 모습, 그리고 그 뒤로 흐르는 사이키델릭 음악. 너무나 이탈리아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60년대스럽다. 배트맨처럼 까만 옷에 까만 차를 타고 온갖 신묘한 테크닉으로 자신을 쫓는 자들을 따돌리다가도, 자신의 기술이 스스로 취하거나 범죄의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면 너무나 악당스럽게 웃어제끼는 모습은 또 조커와 닮아있다. 그 호방한 악당 웃음에 빠지다보면

철갑무적 마리아 鐵甲無敵 瑪利亞 (1988)
당시 '월간 우뢰매'등 여러 매체의 홍보성 특집 기사에는 서극의 연출작이라는 사기성 문구와 함께 '여자 로보캅'이라는 간판이 줄기차게 사용됐다. 아마 대다수의 관객이, 엽천문이 사고 후 사이보그로 개조되는 영화인 줄 알고 봤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사실은 메탈 재질의 로봇 몸체에 사람 얼굴이 붙어있는 조형적 이미지만 제외하면 차용의 흔적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전혀 무관한 영화. 즉, 엽천문은 굳이 1인 2역을 할 필요 조차 없었다. 그냥 엽천문 얼굴을 한 로봇도 보여주고 싶고, 캐주얼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던 영화의 노림수일 뿐이었겠지. 무단 도용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던 시기. 이런 저런 작품들의 이미지를 베껴다 쓰고 있는 잡탕같은 영화인데,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1호기 로봇은 자쿠의 이미지와 미

더 퍼지 The Purge (2013)
살인을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면책하는 국가 연중 행사. 배틀로얄 이상으로 비겁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퍼지 데이'를 제외한 기간의 낮은 범죄율을 자랑하지만 그 통계에 퍼지 데이는 포함되지 않겠지. 쉽게 말해, 할부냐 일시불이냐의 차이 뿐이다. 인간의 폭력성을 다루는 영화의 태도는 무책임하고 위험할 정도로 순진해빠졌다. 폭력성과 광기라는게 한번 거하게 털어버리면 1년 동안은 억누를 수 있는 것 쯤으로 여기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인간의 폭력 본능이란 건 우발적이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지, 광기와 증오라는 게 법으로 통제되는 성질의 것이라면 퍼지 데이마저도 필요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국가가 허용하는 범죄의 날이라는, 조금만 디테일을 손봤더라면 좋았을 아이디어인데 그마저도 플롯이 영 좋지

P2 (2007)
폐장한 건물에 갇힌 여성과 그 뒤를 쫓는 스토커. 하필 날은 크리스마스여서 건물 앞을 지나는 인파는 뜸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건성이다. 하필이랄 것도 없다. 외로움에 절은 스토커가 폭주하기에는 크리스마스보다 좋은 날도 없을테니까. 썩 좋은 말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싸움 중엔 ㅈ밥 싸움이 제일 재미있다'는 옛말(?)이 있다. 히로인은 감정 이입하다가 짜증이 날 정도로 답답하게 구는데 그 뒤를 쫓는 스토커도 마찬가지로 덜 떨어져서, 그 묘한 밸런스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다. 최종적으로 누가 더 멍청했나를 관전하는 게임. 그 와중에 히로인은 조금이나마 성장세를 보이고, 걷는 악당이라는 클리셰를 끝까지 충실하게 지킨 스토커는 결국 히로인에게 승기를 넘겨준다. 이 미친 새끼가 크리스마스라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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