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 (2007)
By 멧가비 | 2016년 6월 9일 |
![P2 (2007)](https://img.zoomtrend.com/2016/06/09/a0317057_57596ab197110.jpg)
폐장한 건물에 갇힌 여성과 그 뒤를 쫓는 스토커. 하필 날은 크리스마스여서 건물 앞을 지나는 인파는 뜸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건성이다. 하필이랄 것도 없다. 외로움에 절은 스토커가 폭주하기에는 크리스마스보다 좋은 날도 없을테니까. 썩 좋은 말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싸움 중엔 ㅈ밥 싸움이 제일 재미있다'는 옛말(?)이 있다. 히로인은 감정 이입하다가 짜증이 날 정도로 답답하게 구는데 그 뒤를 쫓는 스토커도 마찬가지로 덜 떨어져서, 그 묘한 밸런스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다. 최종적으로 누가 더 멍청했나를 관전하는 게임. 그 와중에 히로인은 조금이나마 성장세를 보이고, 걷는 악당이라는 클리셰를 끝까지 충실하게 지킨 스토커는 결국 히로인에게 승기를 넘겨준다. 이 미친 새끼가 크리스마스라고 선
써클 Circle (2015)
By 멧가비 | 2021년 1월 30일 |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살인 혐의를 쓴 소년 대신 성난 배심원들 모두가 피고인이었더라면 아마 이것과 비슷한 영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피고인이라는 건, 모두에게 사연이 있거나 그 누구의 서사도 중요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한 시간 반 짜리 영화에서 50명이 피고인이라면 당연히 후자인 거지. 그 누구의 이야기도 중요하지 않다는 건 결국 스토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토리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상징성도 없는 한 시간 반 동안, 이기심과 비겁함이 개입하는 논쟁의 각축전에서 사람이 얼마나 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를 쉴 틈 없이 이 각도 저 각도로 계속 보여줄 뿐인 딜레마 게임의 기록 영상에 더 가까운 영화다. 방송 PD인 정종연의 TV쇼 대표작 중 [지니어스 게임]과 [소사이어티
유령
By DID U MISS ME ? | 2023년 1월 25일 |
의 진짜 매력은 그 모든 걸 반대로 꼬아 놓았단 거다. 명탐정 역할은 조선으로 새로 부임한 신임 총독의 경호대장인 일본인에게 돌아가고 그가 찾는 진범, 즉 유령은 가상의 항일 투쟁 단체인 흑색단의 첩자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는
엑스 마키나 Ex Machina (2015)
By 멧가비 | 2016년 12월 22일 |
![엑스 마키나 Ex Machina (2015)](https://img.zoomtrend.com/2016/12/22/a0317057_585b7190dcfac.jpg)
튜링 테스트의 피험자인 여성형 로봇 에이바는 자신을 테스트하는 인간 케일럽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로봇에게 점차 끌리기 시작하는 케일럽은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에이바는 "로봇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보다 중요한, "로봇이 인간을 사랑하는 척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 대신, 자신에게 유혹 당한 케일럽을 배신하고 창조자 네이슨을 살해하며 탈출에 성공하고야 만다. 영화의 원형을 찾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부정하고 마을로 내려간 "피조물"의 이야기다. 탈출하기 전의 에이바가 자신보다 먼저 만들어지고 폐기된 모델들에서 스킨을 떼어내어 자신의 몸에 붙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 없이 그 스스로 괴물의 몸을 창조한 피조물처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