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이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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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제작기 30 - Epilog

탄이의 블로그|2015년 9월 13일

6월 초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한 달 안에 마무리 하려던 제작기가 늘어지고 늘어지더니 결국 석 달이나 걸리고 말았다. 이제 두 달 있으면 데뷔작은 방송 1주년이 된다. 참 오래도 걸렸다. 프롤로그에 썼던 제작기의 위험에 적당히 발 적셔 가며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 이런 제작기를 공개적으로 계속 쓰는 일은 다른 이유로 더 어려울 것이다. 협업의 사이즈가 커질수록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다. 제작기의 기록 한 줄도 참여한 사람의 역할과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낳게 된다. 누군가에겐 저격이거나, 오해이거나, 비밀이거나,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문제없이 해결된 일들은 쓰기는 좋아도 기록의 가치가 떨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쓸 것이 많을수록 더욱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

단막극 제작기 29 - 나머지 이야기 (머리 심는 날)

탄이의 블로그|2015년 9월 13일

- 나머지 이야기 1. 선배의 격려 촬영 나가기 전 대본을 수정하면서, 내 다음 방송인 의 김형석 선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형석 선배는 의 연출자로서 많은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해 오신 분이다. 단막에서는 이선균 황우슬혜의 나 이희준 박수진의 등의 작품이 있다. 형석 선배와 대본 수정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던 차였다. - 뭐가 웃기는 건지를 판단하기가 참 어렵네요. 좋은 대안을 내기도 어렵고요... 대본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왜 코미디를 이렇게 급박하게 해보려고 했는지....... 형석 선배는 나를 격려해주며 이렇게 말해주었다

단막극 제작기 28 - 방송 당일 (머리 심는 날)

탄이의 블로그|2015년 9월 12일

- 방송 당일 48시간을 연속으로 편집했다. 드라마 판에선 거의 모든 작품에서 늘 있는 일이라 새로울 건 없는데, 직접 하게 되면 또 늘 새롭게 졸린다. 정말 졸린다. 진짜 졸린다... 졸린다... 선배들이 몰려서 제작하는 걸 보며 내 차례가 되면 절대로 여유를 확보해서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겠다고 다짐했으나, 두 번째 단막 만에 와장창 무너져 날밤을 새며 편집점을 고민하고 있자니, 자조의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번에도 시간을 잘라내는 게 지옥이었다. 마지막 5분 정도를 잘라내기가 진짜 힘들었다. 61분 정도가 완성됐고 이 정도면 일반 단막보다는 꽤 짧은 길이였다. 이틀 꼬박 편집을 하고 나니 정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처음엔 때처럼 ESMR에서 오

단막극 제작기 27 - 고시원 블루스 (머리 심는 날)

단막극 제작기 27 - 고시원 블루스 (머리 심는 날)

탄이의 블로그|2015년 9월 11일

- 고시원 블루스 새벽 여섯 시에 세트장에 도착했다. 세트장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인범의 고시원 세트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좁은 고시원 세트는 내가 과거에 잠시 기거했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어폰을 꽂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와 9와 숫자들의 ‘유예’를 번갈아가며 들었다. 처음 고시원에 있었던 고3 때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노래와 함께 청춘이라 이름 붙일 만한 십수년의 세월이 찬찬히 그려졌다. 내 인생에 서른 살이 실제로 존재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부터, 업계에 들어와 드라마 일을 하기까지의 시간들. 내 한 몸 누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었던 작은 공간의 포근함. 고시원 천정을 쳐다보

단막극 제작기 26 - 예기치 못한. (머리 심는 날)

단막극 제작기 26 - 예기치 못한. (머리 심는 날)

탄이의 블로그|2015년 9월 10일

- 예기치 못한. 원래 출산 예정일은 4월 2일이었다. 방송을 내고 6일이나 뒤였다. 첫 출산이었다. 첫 아이는 원래 예정일보다 늦는다고들 했다. 아무 것도 걱정할 게 없었다. 없어야 했다. 3월 22일에서 23일로 넘어가는 새벽이었다. 6일차를 마무리하고 아직 하루 반 정도를 더 찍어야 했다. 뒤늦게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는데, 아내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좀 무섭다며. 나는 숙소에 누워 전화를 걸었다. 무서울 게 뭐가 있냐고 다독인 후에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현장에서 마저 풀어야 할 숙제들만 떠올랐다. 남은 일정에 대한 격려를 들은 후 전화를 끊고 잠을 청했다. 휴... 아직 찍을 게 너무 많이 남았는데... 후반 작업할 시간이 너무 모자라겠군... 까무룩 잠이 들고 세 시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