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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제작기 27 - 고시원 블루스 (머리 심는 날)
- 고시원 블루스 새벽 여섯 시에 세트장에 도착했다. 세트장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인범의 고시원 세트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좁은 고시원 세트는 내가 과거에 잠시 기거했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어폰을 꽂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와 9와 숫자들의 ‘유예’를 번갈아가며 들었다. 처음 고시원에 있었던 고3 때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노래와 함께 청춘이라 이름 붙일 만한 십수년의 세월이 찬찬히 그려졌다. 내 인생에 서른 살이 실제로 존재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부터, 업계에 들어와 드라마 일을 하기까지의 시간들. 내 한 몸 누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었던 작은 공간의 포근함. 고시원 천정을 쳐다보

단막극 제작기 24 - 스타의 이름 (머리 심는 날)
- 스타의 이름에 대한 해명 ‘머리 심는 날에 정우성 이병헌 송혜교 있다.’ 기자간담회 이후 나갔던 기사 중의 하나다. 조금 당황스럽고 조금 부끄러웠다. 우리와 무관한 스타의 이름에 기대 단막극을 홍보해 보려고 하는 심산이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전혀 의도한 게 아니었다. 모든 건 현장에서의 연기 호흡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거기에 대한 태환과 성범의 대답이 ‘감독님이 우리를 정우성과 이병헌이라고 하셨어요.’였다. 아니 이건 뭔가 해명이 필요하잖아. 중언부언 나의 해명에 기자 분들이 귀신 같이 뽑은 표제였다. 전말은 이랬다. 올 해는 단막극의 정규 편성이 없어지고 부정기 편성으로 돌아선 해였다. 성과에 따른 단막극 생존에 대한 압박과

단막극 제작기 20 - 캐릭터와 캐스팅, 봉화원과 박기호 (머리 심는 날)
4. 봉화원과 하은설 인범이와 화원이의 성은 각각 변과 봉이다. 그냥 듣기에 재밌는 희성을 가져다 쓰려고 붙인 것은 아니다. 예전 친구 중에 변 씨 성을 가진 여자와 봉 씨 성을 가진 남자가 있었는데, 우린 그 둘이 모이면 ‘이게 웬 봉변이야~’라고 하곤 했다. 일명 봉변 커플. 사실 그게 재미있어서 굳이 성을 변과 봉으로 붙인 거였다. 봉변 유머를 한 번 하기 위한 포석이었는데, 결국 대본을 마무리하는 단계까지 그 지점을 찾지 못했다.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애드립이라도 쳐보려고 했는데 공간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의 성은 하지 못한 농담의 흔적이다. 화원이의 키 이야기는 처음엔 없었다. 이야기의 짜임새 있는 마무리를 고민하면서 하나 둘 맞춰나간 조각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