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우리는 느지막히 일어났다. 딱히 잡아둔 계획이 없기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가 우리의 시간을 할여한 곳은 단 한 곳, 바로 안곤 비치(Playa Ancon)이었다. 1. 파란 카리브의 하늘 아래 따끈따끈한 모래사장에 누워있다 더워지면 시원한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몸이 식으면 다시 밖으로 나와 백사장에 누워 다이키리를 마시고 독서를 하거나, 한가로히 이런저런 몽상에 빠진다. 그렇게 신선놀음을 하다보면 이날 하루는 후딱 지나가겠지. 여기까지가 나의 '계획' 혹은 이번 오늘이란 시간 속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여행 일정 중 하루를 오롯이, '검증되지 않은' 해안에 몽땅 투입하는 것은 리스크가 큰 선택이긴 했다. 여행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이 시점까지 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