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Cuba),5일차:Trinidad,Maybe this is all I ask to you, Cu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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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우리는 느지막히 일어났다. 딱히 잡아둔 계획이 없기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가 우리의 시간을 할여한 곳은 단 한 곳, 바로 안곤 비치(Playa Ancon)이었다. 1. 파란 카리브의 하늘 아래 따끈따끈한 모래사장에 누워있다 더워지면 시원한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몸이 식으면 다시 밖으로 나와 백사장에 누워 다이키리를 마시고 독서를 하거나, 한가로히 이런저런 몽상에 빠진다. 그렇게 신선놀음을 하다보면 이날 하루는 후딱 지나가겠지. 여기까지가 나의 '계획' 혹은 이번 오늘이란 시간 속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여행 일정 중 하루를 오롯이, '검증되지 않은' 해안에 몽땅 투입하는 것은 리스크가 큰 선택이긴 했다. 여행의 막바지에 접어드는 이 시점까지 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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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미 저녁 아홉 시가 되었지만 하늘에는 아직 해가 남아 있었다. 아니, 이 정도의 해가 딱 좋지. 황금색, 주황색, 노란색으로 사그라지는 그 아름다운 노을을 멍하니 보며, 나는 포치의 안락의자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내 무릎 위에는 쿠바에서 산 시가 박스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나는 박스를 열어 시가를 하나 꺼내어 코 끝에 가져다 대고 깊이 숨을 들이켰다. 담배와 꿀이 섞인 그윽한 향기가 숨을 따라 코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마치, 성냥개비 소녀가 추위에 못 이겨 성냥을 그었을 때에 떠올랐던 그 광경처럼, 시가향을 맡을 때 마다 깜빡깜빡, 하바나와 트리니다드, 시엔푸에고스에서 보냈던 즐거웠던 추억이 등대 불빛 마냥 내 머릿속에 다가왔다 멀어졌다. 그 멀어지는 추억을 붙잡

쿠바(Cuba),6일차:Havana,You dirty little lover
택시로 스페인 대사관 앞에 내린 우리는 곧 숙소로 향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었지만, 이 짐을 들고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이 나라에 남아있을 시간도 이제는 반나절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전에, 나는 이 도시에서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인터넷을 하기 위해 근처 광장까지 하수와 오줌을 뚫고 걸어야 하는 그런 도시' 로 내 기억에 남기고 싶지는 않았단 말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밖으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나와 아내에게는 각각 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내는 'Havana 1791'의 향수를 한 병 더 사고 싶었고, 나는 쿠바에 와서 6일이 지나도록 듣지 못했던 '제대로 된' 쿠바 밴드의 연주를 칵테일을 마시면서 '적당한' 가격으로 듣고 싶었다. 이날이 지나면 나는 그 음악을 유튜브에서나 찾아
쿠바(Cuba),6일차:Cienfuegos, 복서와 뱃지, 그리고 시가
이번 여행지 날의 아침이 밝았다. 내일 아침에는 정신없이 공항으로 가서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야겠지. 무언가를 볼 시간도, 살 시간도 없을 것이다. 물론, 투덜거리고 짜증 낼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나는 마지막 시간 만큼은 즐거운 감정으로 색칠하고 싶었다. 가기 전에 조금이나마 많은 것을 알고 싶고, 얻고 싶었다. 그래서 말 그대로 새벽같이 일어나 바깥으로 나섰다. 1. Good morning, Cienfuegos 일단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호텔 부터 돌아보았다. 이른 아침이라 식당, 수영장, 호텔바, 기념품 가게 등등 많은 곳이 문이 닫혀 있었다. 혹은 원래부터 문이 닫힌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불이 켜져 있던 곳은 단 한 곳, 카운터 뿐. 덕분에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