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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임'의 언어들

다시 한 번 '긴급사태선언'이 연장된 도쿄에서의 영화 시사 현장. 4년만에 주연을 맡은 오노 마키는 말하는 내내 울먹이고 있었다. 내게는 최고의 영화이고, 목숨을 걸고 찍은 작품이고, 꼭 극장에서 봐줬으면 좋겠다는 말은, 틀에 박힌 선전용, 때로는 게으른 멘트의 전형이기도 한데, 말에는 화자의 감정, 쌓여온 밀도, 상황과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울림'이란 게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던 5분 남짓. 오노는 "혼날지 모르지만 모두 손잡고 극장에 와주세요"라고 이야기했고, 그 문장의 감정이 너무나 알 것 같았다. 영화는 이시이 유야의 신작 '茜色に焼かれる.' 이시이 감독은 전작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이 '원점으로의 회귀'라고도 이야기했는데, 당시엔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나카노 타이가가 울먹이고 있었다.

지구의 공전설, 너와 나의 자전설. 지구의 끝까지

쿠로사와 기요시의 2019년 영화 '지구의 끝까지'는 좀 재미없게 설명하면 우즈베키스탄과 일본이 국교를 체결하고 25주년을 맞아 제작된 작품이다. 유라이사 한복판 대륙 국가와 사방이 바다에 둘러싸인 섬나라 일본 사이에 별 다른 접점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곳엔 25년간의 '관계'의 세월이 있다. 사실 그런 '관계'라는 건 정체도 증거도 없는 허울좋은 말에 불과하지만, 쿠로사와 감독이 떠올린 건 25년 거리의 '남', '타인'이란 말의 묘한 이면이다. 내가 아닌 남에게서 보이는 나, 타인에게 비치는 나의 길'같은 것. 그렇게 이 영화는 이름은 들어봤어도 아는 건 거의 없는, 미지의 나라에서 미아가 되어가는 나의 '오늘'을 바라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할 것', '극중에 나보이 극장이 등장할 것',

지구 끝에서 부르는 노래, '사랑의 찬가' 旅の終わり、世界の始まり

RADWIMPS의 노래 '세계의 끝에'랄지, 영화 '친애하는 우리아이'에서 아사노 타다노부가 열창을 했던 엘레펀트 카시마시의 '슬픔의 끝에는'이랄지. 마츠자카 토오리가 주인공 슈사쿠를 연기한 드라마, 두 해전 '키네마쥰보'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애니메이션 '세계의 어느 구석에'랄지. 어쩌다 이런 종말 전야 구석에 피는 한송이 꽃같은 거에 끌리게 된 나는 합정동의 '세상 끝의 라멘'도 참 좋아하는데(맛있기도 하지만), 구로사와 기요시의 '지구의 끝까지'라 번역된 영화의 원제는 '여행의 끝, 세계 시작(旅の終わり、世界の始まり)'이다. 느지막히, 영화 기자 1년차에 시부야 언덕의 영화관 유로 스페이스에서 그의 '도쿄 소나타'를 보고 '한 방'을 얻어맞았는데, 그건 고딩 2년차 야자를 땡땡이 치고 보았던 워터

나는 다시 한 번 '망각'을 기억하고 싶었다, 너의 이름은

페북이 전해주는 알고리즘의 '시간 스토리'는 대부분 맥락이 없지만 때로는 꽤나 심오한 우연같아, 몇 해 전 내가 적어놓은 한 리뷰의 글을 보고, 다시 그 영화를 찾아보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에서 천만을 넘겼다고 하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당시(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지금보다 몇 살이 어렸을 때)의 난 그 영화를 '내가 보지 못한 나', 꿈속에 잠시 떠오르다 사라지곤 하는 그림자거나 뒷모습같은 '모놀로그'의 영화로 보았'었나본데', 몇 해가 흘러 다시 마주한 그 애니메이션은 절반은 맞고 혹은 틀리고, 완전히 빗나간 오독이거나 앞을 바라보며 뒤의 이야기하고 있는, 깨어나지 못한 현실의 꿈처럼 느껴졌다. 그 때의 나라고 하면 모든 게 잘 굴러가지 않아 어디라도 숨고싶었던 나약함 그 자체였던지

영영 끝나지 않는 영화가 있다면, 그건 아마 '삶', 찬실이는 복도 많지

세상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때로 보는 사람과 보지 못하는 사람을 칭한다. 추상적이고 애매하고 모호하기만 한 얘기를 주절거리고 있는 것 같지만, 오즈의 '동경 이야기'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루한 영화로 보는 사람과 삶의 고개고개 깃들어진 애수의 흔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나란히 술잔을 기울이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작 영화 한편에 정반대의 관점이 뒤섞여 공존하는,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야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음이란 대상이 아닌, 행위의 차이이고, 깊이거나 너비에서 드러나는 차이과 대립이다. 현실은 온통 '보이는 것'들의 세상인 듯 싶지만 실은 보이지 않음과의 작용이기도 하고, 그렇게 알 수가 없다가도 어김없는 (보이는) 현실 앞에 무너지기도 한다. 지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