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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 없이 흐르는 어떤 설레임, 無伴奏

'어린 애 상대하듯 얘기하는군요'라 말하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라 말했고, 담배를 한 개피 꺼내 불을 붙이자 캐논 변주곡이 흘러나왔다. 그 5초 정도의 순간, 설레임이 기지개를 켜는 느낌이 내게도 다가와 아주 조금 이랑이 일었다. '무반주', 야자키 히토시

MB라는 이름의 폭력, 용산의 엔드롤은 끝나지 않았다

MB라는 이름의 폭력, 용산의 엔드롤은 끝나지 않았다

25시간. 하루하고 60분. 쌓아올린 망루가 자리도 채 잡기 전, 폭력이 급습했다. 살 곳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크레인에 묵살됐고, 주거권이란 세 글자는 불에 타 재가 되고 말았다. 연분홍치마가 '두 개의 문'에 이어 제작한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은 2009년 1월 20일 새벽의 용산, 그 후를 기록한 결과물이다. 참사로 미화된 학살의 끝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9년이란 시간이 희석한 아픔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무기력하게도 남아있는 건 희미해진 기억이고, 흐릿해진 시간이다. 용산은 어느새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저물고있다. 그래서 연분홍치마는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시간을 기록하고, 아픔을 되내이며, 참사를 지금으로, 현재로 확장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이기에, 여전

오즈 야스지로 곁에 살다, 꽁치의 맛

오즈 야스지로 곁에 살다, 꽁치의 맛

기타노 타케시에게 가족은 보지 않으면 버리고 싶은 존재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가족은 결핍으로 드러나는 시간이고, 일본의 모델 겸 수필가 마에다 에마는 가족은 타인이라고 썼다. 여러가지 갈래로 설명되고 여러 가지 말들로 정의되는 가족은 생각하기에 따라 정반대의 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이 단어의 마지막에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본다. 그의 영화에 가족이 그려지지 않는 작품이 없고, 가족으로 인해 인간이 겪게되는 딜레마와 그렇게 흐르는 시간이 오즈의 영화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혼자인 인생이 가족이란 굴레 안에서 어쩔 수 없이 함께가 되는 삶의 역설을 그는 쓰디쓰지만 따뜻한 온도로 아우른다. 그의 영화를 보면 묘하게 스산한, 하지만 풍만한 느낌을 받는 이유다. '꽁치의 맛'은 오즈 야스

98%와 2%의 배우, 아야노 고 綾野剛

98%와 2%의 배우, 아야노 고 綾野剛

드라마 '마더'의 아동을 학대하는 악한과 '카네이션' 속 사미센을 연주하는 양복 직인, 영화 '분노'의 길 잃은 게이와 '거기에서만 빛난다'의 어둠 속 청년. 흔히 얘기하는 보기 흔한 배우의 변신처럼 보인다. 어쩌면 성격과 직업이, 그저 다른 템포와 리듬으로 혼재하는 흔한 필모그래피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그러니까 아야노 고 앞에서 조금은 다른 변화를 본다. 변했지만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았지만 분명 다른 어떤 세계와 마주한다. 2003년 아야노 고는 영화 '가면 라이더 555'로 데뷔했다. '가면 라이더' 시리즈라면 오다기리 죠와 미즈시마 히로, 스다 마사키와 사토 켄타로, 그리고 후쿠시 소타 등을 배출한 인기 특촬물이다. 하지만 아야노 고의 커리어는 조금은 다른 그림을 그린다. 200

아사다 마오란 이름의 용기

아사다 마오란 이름의 용기

그녀는 떠나갔다. 2월 9일 평창 올림픽이 펼쳐내는 겨울 축제 속에 아사다 마오의 이름은 없다. 50개가 넘는 메달을 목에 걸었고, 세 번이나 세계 선수권과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에 올랐지만 결국 올림픽 금메달 없이 빙판에 이별을 고했다. 초라하진 않지만 완성되지 않은 시나리오다. 어딘가 쓸쓸하다. 심지어 2015년 1년의 휴식기를 갖고 복귀한 시즌에선 거의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나 2016년 3월 영국 보스톤에서 열린 세계 선수권에서는 7위라는 치명적인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스포츠는 메달의 색깔만으로 얘기되는 서사가 아니다. 메달 너머에, 혹은 메달이 없는 자리에 땀방울과 빛나는 눈물이 모여있다. 그리고 나는 아사다가 떠나간 자리에서 도전이라 불리는 이름의 용기를 본다. 메달과는, 순위와는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