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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옆에서 보고 싶었다

불꽃놀이 옆에서 보고 싶었다

어느 여름 날의 오후로 기억하는 10월의 하루가 있다. 독한 기침으로 회사를 등뒤로 하고 집에서 지내던 날, 늦은 점심을 먹으로 밖으로 나왔다. 처음 보는 가게에 들어가 차돌배기 덮밥을 시켰고, 유아인을 닮은 남자가 대각선 오름편에 앉아 식사를 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많이 먹지 못했다. 혼자였고 오렌지 한 조각을 남길 뻔하다 입에 물었으며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묘하게 슬펐다. 직선으로 20m가 채 되지 않는 거리를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 집에 들어갔다. 약을 먹고 두 통의 전화를 주고 받고 그렇게 병원이었다. 이 날의 기억은 왜인지 선명해 아직도 가끔씩 나를 그 착각 속 10월의 여름 날로 데려간다. 1993년 일본에선 'If もしも'란 옴니버스 드라마 시리즈물이 있었다. 후지 테레비

한국엔 없는 것, 일본이 시간을 사는 방법

한국엔 없는 것, 일본이 시간을 사는 방법

어딘가 백화점 광고를 닮았다고 하여 말이 많았던 영상. 2017년 일본을 달궜던 코미디언 블루종 치미에가 시청자를 어느 쇼핑몰로 초대하는 듯한 오프닝과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빵빠레는 오해를 살만 했다. 뒤이어 이어지는 퍼퓸의 비비드한 컬러 의상과 세트도 흡사 쇼핑몰의 풍경같다. 하지만 영상은 일상이 축제로,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스며드는 소중한 시간을 그려낸다. 쇼핑몰과 쇼윈도, 길거리와 2층 버스를 지나는 길가엔 칸쟈니8와 아라시, 세카이노오와리와 토키오가 있고, 도시의 전광판, 도시의 어느 뒷골목, 이름 모를 어느 언덕길의 계단과 어느 바와 클럽 한 켠엔 마츠 다카코와 아이돌 멤버들이 걸어간다. 우체통 앞에서 편지를 보내려는 호시노 겐과 고층 빌딩 옥상에서 노래를 부르는 후쿠야마 마사하루까지. 하늘

말이 아닌 어디에서, 피나

말이 아닌 어디에서, 피나

눈을 감고 춤을 춘다. 남자의 상체를 한 여자가 서성이고, 그 곁엔 하마를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수십번이나 안겼다 뿌리치고, 마치 바위를 깨기라도 하겠다는 듯 무수히 많은 물을 퍼붓는다. 언어를 벗어난, 몸의 언어로 구현된 풍경이다. 영화는 최대한 언어를 피하려 한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말하는 이들의 모습이 아닌 정지해 웃고 있거나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단원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런데 그 아무 것도 없는 표정이, 얼굴이 어느 순간 어떤 떨림과 설렘, 그리고 애잔함과 고독을 드러낸다 독일의 무용수 피나 바우쉬를 기리는 빔 밴더스의 영화 '피나' 얘기다. 물론 이 중 몇몇은 나의 해석이고 상상이다. 일본의 시인 사이하테 타히는 오늘의 언어는 남용과 오용으로 인해 의미가 피폐해졌다고 말하며, 진부한

12월 32일, 아직 남아있는 것들에 관하여. 고스트 스토리

12월 32일, 아직 남아있는 것들에 관하여. 고스트 스토리

늦은 밤 알 수 없는 어떤 소리, 수상한 인기척과 묘한 울림, 이상하게 굴절하는 햇살과 그렇게 그려지는 프리즘. 세상은 어쩌면 이곳이 전부가 아닐지 모른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또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영화 '고스트 스토리'는 공포로 감지되는 어떤 순간과 장면들을 현실 곁에 존재하는 다른 질감과 속도의 세계로 그려낸다. 오래 전 공포 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하얀 천을 뒤집어쓴 달걀 모양의 유령을 귀엽게 연출한 것부터 남다르다. 그에게 공포는 현실의 또 다른 장면이고, 지금의 또 다른 순간이다. C와 M은 시골 한적한 곳에 살고 있는 연인이다.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갑작스레 C의 죽음이 찾아온다.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하얀 천을 바라보는 기나긴 롱테이크를 지나

별난 이름의 일본 영화들를 들춰보니

별난 이름의 일본 영화들를 들춰보니

어쩌면 새로운 장르가 태동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액션이나 로맨스, 코미디나 스릴러와 같은 틀로부터 자유로운 어떤 장르가. 일본 영화에 작은 흐름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로 불을 지폈고 몇몇의 공포 영화, 그리고 오다기리 죠나 카세 료, 아오이 유와 같은 배우의 영화로 시장을 키워나갔던 일본 영화가 배우도, 감독도, 장르도 아닌 어떤 감정의 맥락에서 자리를 넓히고 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일주일간 친구' 등. 제목부터 별난 이 영화들은 크진 않지만 나름의 수익을 냈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나 올해 10월 개봉한 '너의 췌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