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Posts
2018 posts
헬보이 2 골든 아미 Hellboy 2: The Golden Army (2008)
전편에 이어 다시 한 번 반복되는 '묶인 괴물'의 딜레마. 그러나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번에 상대하는 적은 제국주의의 괴인들이 아닌, 알고 보면 헬보이 그 자신과 동류인 누군가라는 점이다. 누아다 왕자는 적이지만 악당이 아니다. 애초에 협약을 깬 인간에게 적의를 품고, 동족을 위해 빼앗긴 영토를 되찾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 이치에 맞는 행동이다. 나라 잃은 설움에 비하면 오히려 신사적이기 까지 하다. 그에 맞서는 헬보이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편이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에 붙잡혀 구국의 요정 왕자를 물리쳐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거대 식물의 재난을 막아내도 적반하장으로 구는 인간 군중을 보며 그는 드디어 회의에 빠진다. 어차피 자신의 적이 아닌 자와 싸워야 하는 운명은 마찬가지. 그러

헬보이 Hellboy (2004)
악마의 형상을 한 슈퍼히어로의 활극이라 하기엔 내게는 너무 슬픈 이야기다. 주인공 헬보이는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인 이방인. 제국주의 괴물들의 초과학에 의해 낯선 땅으로 끌려 온 꼬마 악마는, 자신의 정체성에 진지하게 고민할 틈도 없이 가족애에 이끌리고 휴머니즘에 덜미 잡혀, 오히려 자신과 근본이 같은 괴물들과 싸우는 일종의 노예 검투사로 자라난다. 그가 부모라, 가족이라 믿는 이들은 그가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을 강요한다. 생각해보자, 그의 뿔을 최초로 자른 것이 과연 그 스스로였을지. 헬보이가 거친 언행 사이에 보이는 휴머니즘은 오히려 그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악마가 어째서 휴머니즘에 입각해야 하나. 라스프틴과 나찌 잔당은 인간의 적이지 악마의 적이 아니다. 최후에 헬보이는

울트라맨 X ウルトラマンX (2014)
헐리웃 영화 [13층]이나 [매트릭스], 그리고 이전에 존재했던 동사(同社)의 [전광초인 그리드맨] 등을 레퍼런스로 삼은 흔적. 사이버 가상공간의 인격체라는 점에서 그러한데, 물론 훨씬 거슬러 올라가 [트론]의 적자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인간과 일체화하는 대신 디지털 기기에 의탁한 울트라맨. 상기한 사이버 장르의 계보를 느슨하게 잇고 있으면서도 시리즈 내에서는 또한 새로운 설정이다. 덕분에 인간 주인공과 울트라맨 양쪽의 아이덴티티가 각자의 개성을 확보하게 된다. 오오조라 다이치와 X의 대화 신은 마치 만자이(漫才)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자이식 구성은 이미 [울트라맨 사가]에서 시도했던 것, 본작은 그것을 확장시켜 주인공의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기본 포맷으로 삼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겠다. 인간

특명전대 고버스터즈 特命戦隊 ゴーバスターズ (2012)
성인의 관점으로 TV용 히어로 특촬을 감상함에 있어서 겪는 딜레마는 이치에 어긋나는 서사와 설정들이다. 개인적으로 특촬은 어디까지나 원초적인 정서와 미학적 취향으로 즐기는 용도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정극들과 비교하자면 얼토당토 않은 전개에 간혹 당황하는 것이 사실. 그 와중에 본작은 그런 가려온 부분들을 개운하게 긁어주는 측면이 있다. 히어로들은 메카에 탑승하기 전에 반드시 고급 훈련을 거쳐야 하며, 사용하는 무기는 도라에몽 앞주머니에서 뿅 하고 꺼내는 게 아니라 본부에서 텔레포팅 지원하는 것. 과학적으로 고찰할 필요는 없다. 단지 기본적인 원리를 설득할 자세를 보인다는 게 중요하다. 사건현장 어디든지 순식간에 나타나는 특촬 특유의 시공간 개념은, 도시 곳곳에 배치된 비밀 통로의 소품을 그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실사화로서는 오리지널에 해당하는 진 와일더 주연의 1971년작 [초콜릿 천국]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오리지널을 옆에 세워둠으로써 발견되는 차이점으로 인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로알드 달의 시커먼 동화와도 늘 궁합이 맞았던 버튼이지만, 본작은 진 와일더의 윌리 웡카를 철저히 버튼식으로 분해-재조합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어느 문화권에든 지옥을 다룬 종교화(地獄圖)가 있다. 지옥의 여러 레벨을 소개하며 인간으로 하여금 터부를 상기하게끔 겁주는 목적이 대개인데, 로알드 달의 원작은 과연 아이들의 지옥도(地獄圖)에 다름 아니다. 그 지옥의 우화에서 '야차(夜叉)' 포지션을 담당하는 인물 윌리 웡카에 대해 버튼은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포인트. 원작에 근접한 진 와일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