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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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걸 205
알렉스가 성지향성으로 고민하는 중이다. 딱히 퀴어물도 아니고 처음부터 대놓고 게이 캐릭터도 아니었는데, 슈퍼히어로 TV 드라마에서 주요 인물이 커밍아웃 직전의 내적 혼란을 이 정도로 표현한다는 건 드문 일이다. 알렉스는 자기 정체성에 이제야 눈 떴는데 그걸 어찌해야 할지 몰라하고, 또 다른 쪽에선 몬-엘이 자신에게 강요된 가짜 정체성의 압박에도 아랑곳 않고 하고 싶은대로 밝은 성격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한 가지 주제에 서로 대비되는 두 이야기는 잘 다뤄지면 되게 재미있다. 은근히 주제의식 있는 에피소드들이 가끔 한 번씩 있다. 전에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냥 슈퍼걸 몰빵 드라마도 아니고 카라 댄버스로서의 기자 커리어 성장기를 공들여 다루는 점도 좋고. 그러면서도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잊지

사망유희 死亡遊戱 (1978)
평가의 지점이 갈리는 문제작이다. 용쟁호투보다 먼저 찍기 시작한 영화의 필름 일부로 만든, 일종의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영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덕분에 영화는 이소룡 영화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소룡이 직접 연기하는 클라이막스 싸움에선 육성이 아예 제거되어 있으며(추측컨대, 괴조음 역시 이소룡 본인의 것이 아니다) 초반 장면에선 아예 당룡의 몸에 이소룡의 사진을 합성한 괴상한 장면이 버젓이 삽입되기도 하니 말이다. 이른 나이에 별안간 사망한 불세출의 스타를 위한 때늦은 작별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죽은 사람을 도로 끌어다가 카메라 앞에 세운, 죽어도 죽지 못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냉혹함 또한 느껴진다. 확실한 것은, 이소룡이 무술 연구가로서 보여주고 싶었던 결과물의 집대성과 같

용쟁호투 Enter The Dragon (1973)
이소룡이 주연한 첫 미국 영화. 그래서일까,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주인공 리는 그의 다른 어떤 영화들의 캐릭터보다도 서구인들이 기억하는 "브루스 리"의 구도자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다.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한 71년작 TV 시리즈 '롱 스트리트(Long Street)'에서 그가 연기했던 "충 리"의 모습과 가장 흡사하다는 점에서는 (TV 시리즈 '그린 호넷'을 제외하면) 그가 진짜 브루스 리로서의 경력을 미국에서 시작한 시점, 즉 원점회귀의 의미도 일부 본작에 있다 하겠다. (모르긴 몰라도 "손가락 말고 달을 보라"는 말을 미국 영화에서 가장 먼저한 게 이소룡이지 않을까.) 시류에 맞게 '007 시리즈'와 같은 첩보 장르를 표방하는 점도 이색적이고, 뭣보다 도입부 홍금보와의 대련 장면은 현대적인

맹룡과강 猛龍過江 (1972)
이소룡 필모그래피의 주요 다섯 작품 중 연출, 각본까지 이소룡이 맡은, 온전히 이소룡만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영화. 그것은 곧, 이소룡이라는 배우가 구상했던 이상적인 영웅상을 알 수 있는 작품라는 뜻이기도 하다. 당룡은 이소룡 영화 사상 가장 캐주얼한 주인공이다. 개인적인 원한이나 복수심 대신, 어디까지나 요청된 해결사로서의 책임감과 의협심만으로 움직이는, 갈등 관계에서 벗어나 타자(他者)로서만 머물렀던 이소룡 캐릭터가 바로 당룡이다. 모나지 않은 밝은 성격과 장난끼를 감추지 않는 순박한 청년이면서도 승부에 임할 때는 진지한, 즉 완성형 영웅상을 이소룡은 자신의 아바타로 내놓은 것이다. 전작 '정무문'보다 조금 더 인간 이소룡을 노출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마치 동영상 강의처럼

정무문 精武門 (1972)
전작에 이어 다시 나유 감독, 각본이지만 단 1년 만에 작품 전체가 이소룡 스타일의 완성에 근접한 것으로 미뤄보건대, 촬영장에서 늘 태만했다던 나유 감독 대신 거의 이소룡 주도로 만들어진 영화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홍콩 무협-권격 영화의 계보에 있어서 아편전쟁 이후 열강들에 대한 저항을 다룬 영화 중 가장 상징적인 영화 중 하나일 것이다. 사부의 죽음과 "동아병부" 조롱에 분노한 진진은 일본인들의 가라테 도장을 격파하고 러시아인 파이터를 꺾는다. 중화권 관객에게 호소할 소재를 기가 막히게 고른, 좋은 비즈니스 영화인 셈이다. 그런가하면 반대로 진진은 민족성을 탈피한 국적 불분명의 Asian badass의 모습도 갖추고 있다. 정무관 내의 배신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모습은 진진이 단순한 민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