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근소근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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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소근소근 노트|2013년 1월 29일

명작이 망작으로. 영화가 시작부터,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가르치듯이, 너의 가족이 죽었다, 라고 슬픔과 분노와 무력감을 입안에 쑤셔박아주네. 어째 서사가 내내 울고 울고 울다가 끝나는데. 드라마 기승전결 안 배웠나. 이건 매회 클라이막스에서 끊어야 하는 웹툰이 아니라 영화라고. 매체가 바뀌었으면 시나리오 작업에도 호흡이 있어야지. 이야기는 늘어지고 스토리는 끊어지고 대사 과잉, 감정 과잉, 어쩌라는 건지. 훌륭한 배우들 모셔놓고 써먹지를 못해. 대사는 자막처리 해야 할 만큼 안 들리고, 광주 사람 이미지는 무식, 무모, 무기력 뿐이냐고. 2D로도 구현되던 그 스케일이 왜 스크린을 만나서 다 무너지냐고. 이 이야기가 과연 누구를 위한 이야기인지 타겟 설정은 된 거냐고. 기획의도와 주제의식을 떠나서

[반창꼬]

소근소근 노트|2013년 1월 29일

고수, 한효주 주연. 일단 눈이 편안해지는 훈훈 비쥬얼 커플로. 스토리도 고만고만. 여자주인공의 캐릭터에 힘을 실어줬다는 게 포인트. 비현실적인 언어를 빼고, 요즘 쓰는 구어체로 대사를 잘 짰다. 그래도, 왜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지는 납득이 안 가. 그냥 주인공이니까 사랑하는 걸로 하자, 라는 감정의 점프컷. 아니, 고수고 한효주인데 안 사랑스럽겠어. 맥락이 없어도 그냥 그런 걸로 하자, 해도 위화감이 없어. 캐스팅이 중요하지, 그래서. 대놓고 로맨스 영화니까 어쩔 수 없나 싶지만. 그리고, 보고 나면 애주가들 술 한 잔 딱 하고 싶게 만들어놨음. 선술집에 쌓이는 소주병과 취객들이 시끌시끌한 새벽 경찰서 풍경. 그게 낭만으로 생각된다면 당신은 아직 청춘. 취해서 쓰러져도 누군가가 나를 집에 안전

[청담동 앨리스]

소근소근 노트|2013년 1월 28일

엔딩이 좋네. 적당히 달달하고. 픽션이라는 걸 말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어. 이 달달함은 차승조와 차일남이라는 말도 안되는 순수함의 화신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사랑에 대한 고찰, 작가는 충분히 한 것 같다. 100%의 사랑, 없는 거 누가 모르나. 노동하지 않아도 잘 사는 계층이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살면 좋아질 거란 믿음으로 사는 거지. 그것마저 없으면 일상이 이어지지 않으니까. 사랑 타령만 하고 살 수 있다면 행복한 거지. 현실에서 사랑 가지고 울고불고 하는 거, 그것마저 비용이라 생각되니까 연애없이 결혼없이 그저 숨만 쉬면서 살잖아. 첫인상은 참 안 좋았는데, 결국 모범적으로 잘 끝난 작품.

[늑대소년]

소근소근 노트|2013년 1월 25일

어이쿠. 이런 달달한 판타지일 줄은 몰랐네.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 사랑한다는, 늑대에 대한 판타지를 끝까지 끌고 간 영화. 큰 개 한 마리 키우고 싶다. 그리고, 박보영 같은 애긔애긔한 요정 한 마리도. 별 OOI

[나비와 바다] 결혼과 교회, 가부장제도의 진짜 속살

소근소근 노트|2013년 1월 24일

이 영화가 장애인 커플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라는 것을 안 시점에서 나는 일부러 앞선 리뷰들을 읽지 않았다. 선입견이 얼마나 영화 감상의 본질을 가리는지 알기 때문이다. 단지, 우연히 열어 본 한 리뷰어의 글에서 "씁쓸한 뒷맛"이라는 표현을 발견하고는 도대체 감동이나 눈물이 아닌 (내가 인권 다큐에서 원했던 감상의 천박한 레벨이다.) 어떤 씁쓸함일까 궁금한 마음은 갖고 갔다. 그리고 막상 스크린에서 확인했던 폭력 앞에서, 모호했던 그 표현이 얼마나 많은 것에 대한 침묵이었는지 놀라고 말았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삶을 누릴 권리는 똑같다. 정신장애나 신체장애가 있어야 장애인이라는, 차별된 시선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조금이라도 약하고 소외되고 소수인 상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