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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1997)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1997)

|2016년 2월 9일

1. 나는 어릴 때 개를 많이 먹고 자랐다. 시골에서 아버지가 축산업을 비롯한 개장사를 했고, 그 개들이 병들면 가족들은 병든 개를 먹었다. 우리 집은 제법 가난했고, 나는 꽤 자주 아팠다. 나는 병든 개를 끓어먹고, 삶아먹고, 고아먹었다. 내가 개를 딱히 예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만지고 예뻐할 수 있는 개와 먹을 수 있는 개가 어째서 한 개일 수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살다보면 그런 게 당연해진다. 내가 가장 예뻐한 강아지는 도시로 이사온 후 옥상에서 몇 년을 더 살고 죽었다. 아버지는 그 개를 종량제 봉투에 넣고 버렸다. 예뻐하는 동물이 입에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예뻐하는 동물이 분리수거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 후로 내게 개는 장판바닥에 올라와서는 안되는 동물이 됐다.

Evangelion 3.0 : Q

Evangelion 3.0 : Q

|2016년 2월 9일

신지 : 이대로 별을 보자. 카오루 : 별을? 별을 좋아하니? 신지 : 응. 이 우주의 광활함을 느끼고 있으면, 어릴 때부터 왠지 매우 편안해진다고 할까, 14년 정도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게 기쁘다고 할까, 자기 일 같은 건 아무래도 좋게 되어서 침착해진다고 할까... 잘 설명하기 힘드네. 카오루 : 너의 마음은 전해졌어. 변화를 바라지 않고, 허무와 무자비한 심연의 세계를 좋아한다, 너다워. 좋네. 신지 : 죄라니, 아무 짓도 안했다고! 난 관계 없어! 카오루 : 너는 없더라도 타인은 관계가 있어. 후유츠키 코조 : 세계를 무너뜨리는 일은 별 거 아니지. 하지만, 다시 만드는 건 그렇지 않아. 시간처럼 세계에는 가역성이 없으니까 말이야. 사람의 마음도... 마리 : 칭얼거리지

영화 "박쥐" OST, <상현의 기도>

|2015년 6월 18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저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허락하소서.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 모두가 저를 피하게 하시고, 사지가 절단된 환자와 같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시고, 두 뺨을 떼어내어 그 위로 눈물이 흐를 수 없도록 하시고, 입술과 혀를 짓찧으시어 그것으로 죄를 짓지 못하게 하시며, 손톱과 발톱을 뽑아내어 아주 작은 것도 움켜질 수 없고, 어깨와 등뼈가 굽어져 어떤 짐도 질 수 없게 하소서. 머리에 종양이 든 환자처럼 올바른 지력을 갖지 못하게 하시고, 영원히 순결에 바쳐진 부분을 능욕하여 어떤 자부심도 갖지 못하게 하시며 저를 치욕 속에 있게 하소서. 아무도 저를 위해 기도하지 못하게 하시고, 다만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만이 저를 불쌍히 여기도록 하소서. -

[밀양](2007)

[밀양](2007)

|2014년 4월 25일

내가 태어난 곳은 경상도다 어디보다 거친 말투 속 무언의 불문율들이 많은 곳이다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 그걸 헤집지 않고 살아가는 곳이다 이불 속처럼 따뜻하고 숨막혀서 그곳을 나오려고 했고 이제는 그런 따뜻하고 세균 끓는 아랫목이 없으면 못살겠다 2년만에 두번째로 보고 너무 많이 울었다 전도연처럼 앙앙거리며 울었다 내 마음속의 것들은 풀어내도 풀어내도 마를 줄을 모른다 한 사람의 마음은 하나님의 사랑처럼 한도 끝도 없이 크고 불행하다 눈으로 본 세상보다 상처로 벌어진 제 마음 속의 세상이 더 크고 아름다워 사람들은 한없는 주관성의 융털 속에 한올 한올 머무는 것으로 한평생을 보낸다 나는 당신들이 머문 당신 마음 속의 융털 속에서 행복하기를 기원하겠다 - 200

[안티크라이스트](2009)

[안티크라이스트](2009)

|2014년 4월 25일

- 인간은 인간의 날것을 결코 온전히 견뎌낼 수 없다. 인간은 짐승이고, 짐승에게서 태어났으며, 죽을 때까지 짐승의 일부를 달고 산다. 인간은 짐승임을 부정함으로써 특유의 짐승스러움을 내보인다. 이렇듯 인간에게 태연히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는 공포다. - 사람은 자기 스스로 느끼는 온갖 류의 생각을 결코 온전히 책임지지 못한다. 생각은 사람이 만든 거고, 사람이 만든 생각은 사람이 책임지지 못한다. 물론 책임지려 하겠고, 끝내 책임지지 못한다. 따라서 사람은 자기도 잘 모르는 자기 생각과 마치 잘 알 것만 같은 타인의 낯선 생각이 겹친 자리에서 가장 혼란스러워한다. 생각으로 또아리진 마음을 생각으로 푸는 노력이 헛된 이유이다. - 라스 폰 트리에가 중세의 마녀를 현대에 복각해냈다. 마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