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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2017) : 민주정권 정훈영화의 슬픔

[1987](2017) : 민주정권 정훈영화의 슬픔

|2017년 12월 28일

* <1987>(2017) 나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못 만들었단 얘기가 아니다. 영화 자체는 퀄 있게 잘 뽑혔다. 실화를 바탕으로 이렇게 균형을 지켜낸 영화도 몇 없다. 특출나게 잘난 부분도 없지만, 결정적인 흠결도 없다. 라쇼몽식 군상극의 형식도 주효하게 작용했고, 저 많은 등장인물들이 함부로 버려지는 법이 없다. 산만하기 쉽지만 극의 구심력은 끝까지 유지한다. 먼저 이 영화는 민주정권의 정훈영화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6월 항쟁의 한 주역이었던 김영삼과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어 어떤 일을 했는지 우리는 대강 알고 있다. 그런 마당에 역사교육이 아닌 영화의 장에서, 그것도 거대 자본과 초특급 배우를 앞세워 왜 굳이 6월 항쟁을 보아야 하는

[시인의 사랑](2017)

[시인의 사랑](2017)

|2017년 9월 15일

"씨발 내가 불쌍해서 그러는 거죠?" 한국 뿐만 아니라 내 눈으로 본 전세계 모든 퀴어영화 중에 최고다. 물론 관객은 많이 안들 것이다. 이 영화는 성소수자에게도 이성애자에게도 제대로 불편할 영화이니까. 먼저 동성애란 뭘까. 이 영화에 나오는 양익준과 정가람은 동성애자일까. 영화에서 둘 사이의 그 흔한 키스·애무·섹스신은 단 한 컷도 안나온다. 심지어 둘이 극 속에서 실제로 육욕을 느꼈는지에 대한 단서조차 없다. 그럼 이들의 관계는 뭔가. 여기서 이들의 관계가 과연 '동성애냐'란 질문은 과연 정당한가. 내지는 어떤 관계가 동성애다-라고 명토박힐 때, 인간의 삶과 사랑 중 어떤 부분이 삭제되고 마는가. 동성애란 말이 정체성으로 자리잡을 때, 그것은 자연히 이성애와는 다른 계보를 가진 어

[박열](2017)

[박열](2017)

|2017년 8월 15일

이준익 감독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전작인 도 그랬지만, 이 영화 역시 일제시기 무정부주의 운동사를 알지 않고서는 절대 찍을 수 없는 감각과 연출로 가득하다. 가령 지금은 넌더리나도록 닳고 닳은 국가니 민족이니 하는 것이, 이 시기에는 개인이 개인으로 바로서기 위한 보조재로도 사용될 수 있었음을 그려논 장면들이 많다. 이런 감각은 그 시대를 다룬 연구서를 읽지 않고는 얻어지기 어려운 통찰이다. 또한 일본 사람이 다 나쁜 게 아니라는 뻔한 소리는, 이 영화의 묘사 정도는 돼야 합당한 무게감을 얻는다. 세상이 생각하는 선악의 구도보다 운동이 몸소 겪는 현실이 언제나 더 구체적인 법이다. 일본근현대사 전공자 임성모 선생 수업 때 (2003)를 읽은 것이

[꿈의 제인](2016)

[꿈의 제인](2016)

|2017년 8월 6일

"방법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겠어요." _ 인륜의 지긋지긋함과 피떡 위에 올라앉은 인륜에 대한 환상. 현실일 법한 광경과 비현실일 법한 광경이 서로 바꾸어 마주앉았다. 사람 사이의 일이 이렇게 속해져도 좋은 것이기 이전에, 사람 사이란 이미 그렇게 주어진 것이어서, 태연히 움직이는 사실처럼 입 다문 채 이리저리 몰려다니던 아픈 기억들이 마구 되살아난다. 고통스런 현실을 전달하는 다양한 기법들이 있다. 꿈과 환상을 사용한 영화들은 대개 고통스런 현실에 대비되는 찬란한 꿈들을 앞세우는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꿈들은 이미 현실인 양 똑같이 불행하다. 마치 상식 밖의 일들을 거듭 마주하고 나면 그 비상식이 이내 일상이 되고 마는, 그렇게 한번

[동주](2015)

[동주](2015)

|2017년 8월 2일

일제 시기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영화가 아니라 역사 수업이었더라면, 과거의 그 일이 이제와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떻게 무언가가 면면히 이어지는지 열심히 설파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 영화는 영화가 겨누고자 하는 뜻과 문법이 따로 있다. 역사학도들에게 짐짓 바람직한 재현으로 평가되는 (2015)이 굳이 아니더라도, 일제 때의 유미주의를 다루는 (2016)라든지, 감독 자신의 색깔을 시대에 짓눌리지 않고 표현한 (2016)은 각자 모두가 영화적으로 유의미하다. 그리고 (2015)를 보았다. 물론 윤동주라는 아이콘이 어떻게 청년과 순수와 항일과 민족의 표상으로 내내 이어졌는지에 대한 실체와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