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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2011)
페미니즘이 즐겨 얘기하는 바가, 가족이란 게 애초부터 스위트한 게 아니라 애초부터 얼마나 좆같은지를, 그리고 그게 어떤 부당함과 봉건스러움을 안고 있으며 그것이 어째서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체 치장되는지에 대해들 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물론 동의하는데, 그걸 제시하는 방식이 무슨 연쇄살인범을 다룬 왕가위 영화 식이라 보는 내내 숨막혀 죽는 줄 알았다. 왜 태어나야 하는지 모르는 존재의 곤혹과 마찬가지로, 왜 낳고 길러야 하는지 모르는 부모의 곤혹과 외로움을 가장 극단적으로 그려내는 영화다. 감독은 아이를 제대로 지도하지 않은 엄마 때문에 싸이코패스가 된 아들내미보다, 기이하게 자라나는 제 자식을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모르는 엄마의 표정에 더 주목했을 것이다. 아이가 부모의 영향으로

<일대종사>(2012)
나는 역사의 격동기였던 광서(光緖), 선통(宣統), 민국(民國), 북벌(北伐), 항일(抗日), 내전(內戰)을 모두 겪었다. 종국에는 홍콩에 정착했다. * 첫번째 감상평, 상암CGV, 2013.8.28. 과거로부터, 본토로부터 찢겨진 상태를 어떻든 속으로 생활 안으로 녹여내야 했던 실향의 서사다. 더불어 홍콩인들이 "무술"이란 자국의 컨텐츠를 어떻게 의미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모든 종류의 묘사들이 지나치게 덤덤하고, 너무도 현실적이라 비현실적이다. 현대는 저렇게 모두 조각난 망향이고, 허리 부러진 선문답이다. 집요하게 손발끝을 따라다니던 카메라의 낮은 심도처럼 동양인들은 그렇게 근대를 머뭇거린 셈이다. 헐리우드에 의해 영원히 박제된 이소룡의 나체보다 어쨌든 이

<뫼비우스>(2013)
"뫼비우스" 봤다. 영화 시작 9분만에 성기절단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은 이 영화의 스포일러감도 못된다. 잘라냈다는 5분이 무얼 담고 있었을지도 아주 잘 예상된다. 젠더를 넘어 섹슈얼리티로서의 남성성을 이토록 집요하게 쑤셔대는 영화가 앞으로도 더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성 이외의 다른 주제를 다룬 영화가 한국에서 더 호평받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되지만, 성을 다루었던 김기덕의 영화 중에서는 어쨌든 최고다. 상식으로 통용되는 성의 기저를 파헤치는 데 필요한 윤리가 비로소 갖춰진 느낌이다. 영화의 모든 여자역을 한 배우가 연기하게 한 건 꽤 주효한 선택이었고,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역들은 홍상수의 영화에 나오는 그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다. 건전함의 기준이 "성인 남성(의 구림

프린세스 메이커 2
프린세스메이커2를 돌려보았다. 내 진짜 성과 진짜 생일을 집어넣고 딸의 이름도 그럴싸한 한글 이름을 지어주었다. 에디터가 있었으므로 9999999골드로 만들고 내키는 대로 딸을 교육시켰다. 눈에 보이는 물품은 무엇이든 사주었다. 무용과 미술과 시문학과 자연과학과 마법을 가르쳤고, 급이 올라갈수록 수업료가 올라갔다. 교육만으로는 늘지 않는 파라메터가 있었으므로 아르바이트를 시켰다. 공부하는 것보다 아르바이트할 때 스트레스 지수가 서너배는 빨리 늘었다. 스트레스 지수가 쌓이면 용돈을 주었고 바캉스를 보냈다. 딸이 부러웠다. 15살이 넘으면 성인용 드레스를 입힐 수 있었는데, 집사가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즉시 식단을 "다이어트 시킨다"로 바꾸고, 여타의 일정을 강행했다. 1년이 지나 드레스

에바 신극장판 Q 관람후기
에바 신극장판 Q 봤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안 쓰고 설명하겠다. 뭐 어차피 에바 광팬들 아니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려울 테지만. - 序와 破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어떤 신파의 장치를, 이번 Q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해준다. 즉 序에서 "전일본의 에너지를 총동원"하는 형태를 부각한 야시마 작전의 재해석과, 破에서 "레이를 코어 속에서 끄집어내"는 형태로 뒤튼 알미사엘 사도 습격의 재해석은 개인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클리셰였는데, 이번 Q에서는 전자의 총력전의 후폭풍이 어떤 폐허를 낳았는지를 그려내는 식으로, 후자는 레이에 대한 신지의 맹목이 세계에 어떤 민폐를 저질렀는지를 묘사하는 식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있다. 역겨웠던 전작의 부분을 너무나 콕 집어 설명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