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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2017)

[택시운전사](2017)

|2017년 8월 2일

인터넷에 떠도는 5.18 광주항쟁 희생자 시신 사진들이 있다. 고어 갤러리의 한 켠에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사진들로, 개중엔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찢긴 사진이나, 태아임이 명백한 사진들이 포함되어있다. 이 사진들은 1987년 5월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 의해 처음 공개되었고, 그해 9월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이란 제목의 사진집으로 출간되었다. 나경택 사진작가의 흑백사진 129점, 독일 슈테른지의 기록영상에서 갈무리한 사진 14점, 그외 '익명의 시민'이 제공한 사진 75점을 엮은 것이었는데, 희생자 시신의 사진들은 '익명의 시민'이 찍은 것으로 되어있다. 이 사진집은 1994년 『오월 광주』란 이름으로 재간행되었다. 한편 이 사진집은 1990년 5월, 북한 한민전

[로렐](2016)

[로렐](2016)

|2017년 8월 2일

1. 이 영화의 결말은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통속이야말로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다. 누구나 그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새롭게 가지쳐볼까 궁리하며 인생을 보낸다. 이른바 사회적으로 중요했던 '실화'를 다루는 영화가 마땅히 겨누어야 할 목표, 즉 뻔한 얘기가 뻔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환기와, 그 뻔한 얘기를 또 뻔하지는 않게 풀어내야 한다는 목표 양자를 그럭저럭 성취해낸 영화다. 초반부 엘렌 페이지의 표정과, 후반부 줄리안 무어의 연기 디테일이 그 뻔하지 않음을 잘 견인하고 있다. 2. 확실히 연금은 죽음보다 사랑보다 강하다. 상속, 수술동의서 같이 제도적으로 긴급하고 명백하게 소수자를 차별하는 복지시스템에 타격점을 집중하자는 게 가족구성권/동성결혼 논자 일각의 주장이기도 하다.

[옥자](2017)

[옥자](2017)

|2017년 7월 7일

(스포일러 많음) 이 영화의 꽤 많은 것들이 무성의한데, 그 중에 그래도 제일 공들인 것은 감독의 공언대로 옥자와 미자의 사랑이다. 과연 그 사랑은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그려지는데, 동시에 그 사랑이 얼마나 많은 외부의 세계를 삭제함으로써 가능해지는지를 영화는 함께 다룬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사랑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감독은 이 로맨스에 대한 냉소를 전력을 다해 전달한다. 가령, 후반부의 도축장 장면에서 정작 잔인한 것은 살덩이가 썰리고 포장되는 순간이 아니다. 거기에 있는 수많은 슈퍼돼지들 중에 살아남을 이유가 있는 것은, 오직 옥자 뿐이다. 왜냐하면 옥자는 미자가 사랑하는 돼지이기 때문이다. 이 험악한 세상에서 사랑의 외연이란 딱 거기까지다. 한 커플의

모두가 맨얼굴이다 : 영화 <위켄즈>(2016)

모두가 맨얼굴이다 : 영화 <위켄즈>(2016)

|2016년 12월 28일

* 스포일러 있음 모두가 맨얼굴이다. 한두명을 제외하고, 지미집 카메라로 담은 무대 위 지보이스 단원들의 얼굴엔 블러도 모자이크도 없다. 서른 명이 넘는 게이들의 얼굴이 이렇게 한꺼번에, 아무 위장이 안된 채로 스크린에 담긴 적은 처음이다. 저 각각의 얼굴들은 곧, 그 한 사람이 촬영동의서를 쓸 때의 고민과 두려움과 결단의 무게에 값한다. 이들은 어째서 그럴 수 있었을까. 이 영화가 품고 있는 거대한 수수께끼 중 하나다. 그리고 이 수수께끼는, 관객층을 전혀 제한하지 않는 매해 지보이스 정기공연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영화엔 나레이터가 없다. 인터뷰, 공연실황, 창작곡 뮤비, 고양이(!), 일상의 스케치들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행간의 의미가 나레이터의 구실을 한다. 서두부터 머리에 꽃을 꽂

[덕혜옹주](2016)

[덕혜옹주](2016)

|2016년 10월 3일

1. 결정적으로 영화가 실화보다 재미없다. 이건 치명적인 문제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은 퍽이나 다른 나라다. 대한제국의 백성과 대한민국의 인민이 같을 리가 없다. 아무리 이승만이 개같은 새끼라도 조선왕조노릇하는 것들보단 나을 수 있단 얘기다. 그처럼 시대엔 롤백할 수 없는 게 있다. 왕가에 대한 이상한 동경들이 있는 사람들에게 한번씩 하는 얘기가 있는데, 고종왕가.. 아니 황제의 가족사진을 보기 바란다. 쫄보도 그런 쫄보들이 없다. 그자들의 얼굴은 조금도 왕가의 위신에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그처럼 저 왕가는 자신을 시대에 맞추는 데에 실패했다. 일례로 영화 속에서 복순을 끌어내니 아무 것도 못하는 덕혜옹주를 보라. 한 나라의 왕족이란 자가 봉건적 관계로 이어진 아랫사람 하나가 없어지니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