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시기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영화가 아니라 역사 수업이었더라면, 과거의 그 일이 이제와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떻게 무언가가 면면히 이어지는지 열심히 설파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 영화는 영화가 겨누고자 하는 뜻과 문법이 따로 있다. 역사학도들에게 짐짓 바람직한 재현으로 평가되는 <암살>(2015)이 굳이 아니더라도, 일제 때의 유미주의를 다루는 <아가씨>(2016)라든지, 감독 자신의 색깔을 시대에 짓눌리지 않고 표현한 <밀정>(2016)은 각자 모두가 영화적으로 유의미하다. 그리고 <동주>(2015)를 보았다. 물론 윤동주라는 아이콘이 어떻게 청년과 순수와 항일과 민족의 표상으로 내내 이어졌는지에 대한 실체와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