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 자신을 미워하지 않다.

주디 (2019)

By  | 2020년 4월 3일 | 
영화는 무난하게 잘 만들어졌지만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아니, 내 기대가 과했던 것이고 기획 의도와 대다수 팬들의 기대가 그쪽이었을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르네 젤위거에게 모든 스폿라이트가 집중된, 냉소적으로 말하면 그녀의 연기력 과시를 위한 아카데미표 전기 영화. 주디 갈란드에게 헌정된, 르네 젤위거 영화. 르네 젤위거가 분한 주디 갈란드는 '오즈의 마법사' 한 편으로 당시 모든 이들의 유년기를 대변하게 되어 버린 역사적 스타. 하지만 그 성공은 철저하게 미국식 영화 스튜디오 체제에 의해 기획된 것이었고, 성공과 관련 산업의 이익을 짜내기 위해 위해 그녀의 재능과 성장기는 마지막 한 조각까지 믹서에 갈려 버렸다. 영화는 모든 영광이 지나간 후, 짜내고 버린 레몬처럼 망가져 버린 주디의 말년

'원령공주' 다시 보기

By  | 2020년 3월 15일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로부터 13년 후, 유사하다기보다 사실상 동일하다고 할 주제를 좀 더 발전시킨 작품. '나우시카'와 같은 단순명쾌 영웅담의 재미는 없지만, 같은 문제에 대해 각각 어린아이와 어른의 시각으로 대비되어 보일 만큼 더 원숙하게 다루었다. '나우시카'의 완전판 내지 보완판이라고 우겨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 20여 년 전 좌빨 꼬꼬마였던 나는 이 작품이 정말 싫었다. 아마도 내가 원했던 건 '나우시카' 같은 나이브한 동화였던 듯, '원령공주'가 쓸데없이 진지한 척, 거창한 척, 어른인 척을 한다고 생각했다. 마침 금기시되었던 일본제 대중문화들이 우르르 풀리던 시점이었고, 그때 당시 이미 고일대로 고인물 덕후였던 나는 후발 덕후들의 열렬한 찬사에 괜히 나만의 영역을 침해당한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 (2019)

By  | 2020년 4월 5일 | 
2010년대 WWE의 신데렐라라 할 여성 레슬러 '페이지'의 데뷔담을 그린 영화. '더 락' 드웨인 존슨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본인 역할로 꽤 비중있게 나온다. 페이지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감독은 드라마 '오피스'의 토대를 만든 사람이자 '로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스티븐 머천트. 실화 바탕 성공담 영화의 정석적인 틀을 따라가는데, '우연에 가깝게 자기 길을 자각 -> 기회와 좌절 -> 주변인들, 특히 가족과의 갈등과 해결 -> 실제 성공담의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을 재연한 후 피날레 -> 엔딩 크레딧과 함께 실존인물 자료화면으로 마무리' 라는 정석은 무난하기 때문에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이런 영화를 몇 편 보다 보면 '아 저

브이 오리지날 시리즈 2부작 (1983)

By  | 2020년 4월 12일 | 
코로나시국맞이 칩거퇴행 이벤트의 일환으로 어렵사리 시청. 몸이 틀어박히니까 마음도 그러는지 옛날 리비도(의 대상)들에 퇴행하는 재미가 좋다. 한동안 소비할 만한 신제품 컨텐츠가 나오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고. 나는 우리나라에 이 드라마가 방영되었을 때 초등학생이었으니, '브이' 신드롬을 정통으로 직격당했다 해도 좋을 세대다. 당시에 우리 꼬꼬마들이야 뭐 그냥 '브이'의 노예였고,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광범위하게 이 드라마의 매력에 빠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은, '브이'가 80년대 중반 공중파 체계에서, 특히 어린이들이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중에서는 가장 수위가 높으면서도 흥미로운 폭력 묘사를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브이'는 공중파로 접할 수 있는 영상물들

원더우먼 1984 (2020)

By  | 2021년 1월 24일 | 
마블의 기성품 양산형 슈퍼히어로물 범람 속에서, 또 다른 '정통파' 슈퍼히어로물의 계보를 이었다는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트럼프의 미국이 빤스까지 벗어던졌던 2020년 시점에서 일종의 힐링무비로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참신함은 떨어지지만 모든 대중영화가 획기적일 수는 없으니까, 말하자면 '(나름대로)의미 있는 범작'. 워너브라더스의 슈퍼히어로물이 마블 프렌차이즈와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이야기의 '진정성' 정도가 아닐까 싶다. 마블 프렌차이즈는 사실상의 시초라 할 '아이언맨'으로부터 그 적통을 잇는다 할 '홈커밍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거의 강박증에 가까울 정도로 '쿨함'을 추구한다. 자의식 과잉의 토니 스타크도 질풍노도 사춘기의 피터 파커도, 이야기가 조금만 심각해 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