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 자신을 미워하지 않다.

더 배트맨 (2022)

By  | 2022년 4월 2일 | 
워너브라더스의 슈퍼히어로물은 늘 대사와 각본이 문제다. 이 점은 경쟁사라 할 디즈니 계열의 마블 슈퍼히어로물이 워낙에 재기발랄 통통 튀는 각본과 대사 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한층 두드러진다. 워너 히어로물은 종종 불필요하게 장황하고, 뜬금없이 심각하며, 여튼간에 총체적인 말빨이 너무 떨어진다. 그 점이 쿨함에 강박증이 걸린 양 속사포로 달려가는 '스파이더맨'류 마블 영화에 비해 좀 더 진중하고 진실된 듯한("그 형이 참 사람은 진국이야...") 느낌(착시?)을 주긴 하지만, 그래도 참 '말을 못 한다'는 점은 어쩔 수가 없다. 이번 '더 배트맨' 역시, 각본만으로는 사실 '원더우먼1984'에 뒤지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특히 '다크나이트' 속 조커의 인셀버전 짝퉁 같은 리들러가 이야기의 전면

듄 (2021)

By  | 2021년 10월 24일 | 
21세기는 경이롭다. 도저히 영상화가 가능할 것 같지 않던 20년째 미완성 대작이 8시즌짜리 HBO 드라마로 완결되더니, 이제는 '저게 영화관 영화로 가능하기는 한 거야?' 싶었고 실제로 데이빗 린치를 거의 격침시켜 버렸던 프로젝트가, 그것도 코로나 시대에 그럴싸하게 실현된다. 여러 조건들을 생각할 때 영화의 완성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원작이 반 세기가 넘게 옛날 작품이고, 스케일과 영향력만 따지자면 '반지의 제왕' 내지 '얼음과 불의 노래(왕좌의 게임)' 수준이다. 그걸 대략 90분에서 150분 사이 러닝타임의 독립된 이야기로 재구성하는데 그러면서 60년 전 감각의 오리지날리티와 21세기 정서 양쪽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 뭐... 상상만으로도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프로젝트다. 그래서 제작

블랙 위도우 (2021)

By  | 2021년 7월 9일 | 
주인공들이 최종보스의 던전(?)에 돌입할 때까지는 제법 재미있었다. 나타샤 역의 스칼렛 요한슨과 엘레나 역의 플로렌스 퓨 사이 합이 생각 외로 잘 맞았고, 그래서 자매의 애증관계도, 초반 티격태격이 좀 과하고 의무적이다 싶었지만 감칠맛이 있었다. '윈터솔저'를 재탕한 듯한 첩보물 컨셉도, 십 년 전이라면 감탄스러웠을 것이고 이삼 년 전이라면 이채로웠겠지만 지금도 그냥저냥 괜찮았다. 가장 좋은 부분은 역시 가족드라마 부분이었는데, 소련에서 슈퍼솔저 계획의 일환으로 기획했다는 프로젝트 속 가짜가족들이 이십여 년만에 재회해서 서로의 복잡한 감정을 토로하기까지의 과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세팅이었다. 문제는 본격적인 보스전 돌입 이후. 클라이막스 액션 부분이 영화 전체에서 제일

데드 돈 다이 (2019)

By  | 2022년 9월 24일 | 
아마도 이런 영화는 짐 자무시(요즘은 '짐 자머시'라 불러야 맞는가 보던데)만이 찍을 수 있지 않을까. 빌 머레이, 아담 드라이버, 틸다 스윈튼, 스티브 부세미, 대니 글로버 같은 대배우들이,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고 어쩌다 힙스터들이나 인스타 사진찍으러 들르는 촌동네 구석에서,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멍을 때리다가 하나씩 죽어간다. 심지어 셀레나 고메즈나 오스틴 버틀러는 뭐가 있는 척 나왔다가 죽는지도 모르게 죽어버리고, 이기 팝은 좀비 역으로 나온다는데 끝까지 누가 이기 팝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아 참, 장르는 아포칼립스 좀비물... 이다, 일단은. '동성서취'의 장르가 어쨌든 무협이었듯이. 거장 감독의 친목 과시 스케일? 세상에서 제일 바쁠 것 같은 미국 유명배우+뮤지션들을 거장 감독의 영화 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2021)

By  | 2021년 8월 8일 | 
보는 내내 "제임스 건, 저런 쌍노무시키를 봤나!" 탄복했다. 디즈니에서 짤렸던 한을 영화혼으로 승화시켰는지, R등급 슈퍼히어로물이란 자고로 이래야 한다고 영화내내 악을 빡빡 쓰는, 아니 숫제 슈퍼히어로 장르를 하늘높이 들었다놨다 저글링해대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한 손에는 히어로물의 (위선적인)비쥬얼공식을, 다른 손에는 세상의 모든 악에 대한 가장 너드스럽게 위악적인 상상력을 들었다. 두 가지는 사실 정당한 죄책감 없이는 화해가 거의 불가능한 정서일 텐데, 제임스 건은 그걸 허공에 던져놓고 현란하게 돌림으로써 두 가지가 장대하게 어우러지는 큰 원을 (이건 곡예자가 조금만 삐끗해도 한 번에 무너져버릴 곡예이다) 위태로우면서도 화려하게 그려 보인다. 제임스 건이 미우니고우니 해도 해당 장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