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 자신을 미워하지 않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By  | 2022년 10월 29일 | 
적어도 내가 본 중에서는, 가장 이야기가 탄탄한 멀티버스 영화였다. 노쇠한 아버지와 착하기만 한 남편, 자꾸만 버성기는 딸과의 관계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중년여성이 무수한 선택들과 가능성들로 연결된 멀티버스들과 갑자기 접촉하고, 거기서 한없는 허무의 길로 본인과 세상을 파멸시키려 하는 저쪽 세계의 딸과 마주서는 이야기... 사실상 시작에서부터 결말이 어쩔 수 없이 거진 정해져 버리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남다르게 만드는 요소는 첫째로 최소한 열두 개 이상의 멀티버스 속 주인공의 세상을 현실세상과 숨가쁘게 교차시키는 연출의 힘이며, 둘째로는 주인공의 가족사와 각종 갈등, 그리고 다양한 감정선들을 구질구질할 정도로 디테일하면서 극단적으로 다루는 각본의 힘이다. 두 번째 요소가 내게는 특

하우스 오브 드래곤 1시즌 에피 1~5

By  | 2022년 10월 3일 | 
솔직히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기획이다. 조지 마틴 옹이 나서서 주도한다고 했을 때, 아니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싶었다. 새 드라마 제작에 참여할 여력이 있었으면 '왕좌의 게임' 결말부를 먼저 챙겼어야지? '얼음과 불의 노래'의, 옛날부터 예정되었으되 아마도 영영 나오지 않을 것 같은 6권 이후 이야기가 하다못해 '불과 피' 수준으로라도 정리되었다면 '왕좌의 게임'이 저렇게 기록적인 흥행을 올리고도 욕을 바가지로 퍼먹을 일은 없었지 싶은데? 본업인 저거는 뒷수습을 안 하시고 또 새 드라마 일을 벌인다고? (덩크와 에그 이야기 후속편 안 나오는 일 같은 것은 이제 욕할 기운도 없다...) 그래서 여러모로 곱잖은 눈으로 쳐다봐 온 기획인데, 실제 나오고 있는 결과물은 뜻밖에 대단히 준수하다. 원작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 1시즌 에피 6~10

By  | 2022년 11월 6일 | 
하우스 오브 드래곤 시리즈는 방영 전의 우려와 달리 기록적인 흥행을 보여주며 1시즌을 마쳤다. 흥행 면에서 대성공이고, 어쩌다 라이벌이 되었다고 할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도 압도한 모양새로 보인다. 시즌의 후반부는 에피 5까지를 봤을 때 생각한대로 무난하게 흘러갔고, 명품 사극(?)으로 마무리. 작품 전체에 대해선 지난 포스팅에 딱히 더 덧붙일 말이 없다. 다만, 주인공이라 할 라에니아 타르가르엔의 캐스팅만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역 쪽의 포스가 워낙 남달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에마 다시의 연기에는 딱히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안타깝게도 에마 다시의 라에니아에게서는 타르가르엔 특유의 광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라에니아는 설정상 당대의 타르가르엔 가문 내에서도 으뜸가는 또라이

주술회전0, 우르세이야츠라 리메이크, 코플라버전 드라큘라

By  | 2022년 11월 26일 | 
어쩌다 이번주에 보게 된 것들 한꺼번에 1. 주술회전0 주술회전 1기 1쿨을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본코스보다 사이드디쉬랄까, 보너스로 딸려오는 요소들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거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오프닝이랑 엔딩... 특히 1인 작화라는 엔딩은 와, 이런 게 바로 요즘 트랜드로구나 내가 늙긴 늙었나보네! 충격 비슷한 걸 줄 정도로 느무느무 쌔끈하고 간지가 넘쳤다. 점프 특유의 능력자 배틀 컨셉과 오바가 심한 연출, 자기들끼리만 세상 심각한 파워밸런스, 세계관 같은 부분에서는 나같은 틀딱이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그런 메인디쉬말고 캐릭터, 타이틀, 알고보면 별 것 아닌 이야기에 계속해서 긴장감을 주는 연출의 세세한 솜씨가 돋보였다. 카메라워킹으로 유명하다는 박성후 감

건담 수성의 마녀 1~6화

By  | 2022년 11월 23일 | 
넷상에서 반응이 핫해서 찾아 봤는데, 프롤로그를 거르고 본 첫인상은... 미술과 연출이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요즘 애니스럽고, 무엇보다 건담 시리즈 특유의, 세계는 우주는 인간은! 그러니까 나는! 이런 식으로 내용 없이 정념만 가득해서 질러대는 1호선 할저씨 쉰내가 느껴지지 않아서 좋긴 했다. 말 나왔으니 말인데 저렇게 내용없는 개똥철학으로 제 좁은 세계관을 웅변하는 건담 특유의 꼰대냄새는 최신작이라 할 섬광의 하사웨이나 야쿠자물로 장르 변환을 의도한(?) 철혈의 오펀스에서도 전혀 나아지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본가 적통작이라 할 수성의 마녀에서 아직까지는 풍기지 않고 있어서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밋밋했다. 3화까지는 말이다. 고딩들이 학교 안에서 전술병기로 사적 결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