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than you think you are

[Marrakech] 호스텔을 찾아가는 동안 주름이 늘었다

By  | 2013년 8월 19일 | 
[Marrakech] 호스텔을 찾아가는 동안 주름이 늘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마라케쉬의 Djemaa el-Fna 광장에 도착했을 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낡은 자동차와 당나귀들, 낯선 생김새의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다. 게다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치 오랫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묵을 곳은 있나며 달려드는 모로코인들은 나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미리 프린트해간 지도에는 '현지인들에게 절대 호스텔 이름을 알려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쓰여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말을 무시했지만 한 할아버지만은 계속 집요하게 나를 따라왔다. 조금 걷다보니 곧 광장의 중앙에 들어설 수 있었고 수많은 오렌지 쥬스 가게와 지도에 표시된 Cafe de France 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계속 쫓아오던 할아버지를 여기 와서야 겨우 따돌릴 수 있었다. 카페를 발견하고

[Marrakesh] 동그란 껌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By  | 2013년 8월 16일 | 
라이언 에어 FR 8113편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Katy Perry의 Wide Awake를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비행기가 로마 피우노미치 공항에서 이륙한지 거의 두시간이 지난 때 였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낯선 손이 쑤욱- 하고 튀어나와 나에게 동그란 무언가를 내밀었다. 껌이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녹색눈의 외국인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 까지 옆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외국인이었다. 눈짓으로 "껌 하나 드실라우?" 라고 묻고 있었다. 해석하자면 그 동그란 껌은 '아직 비행 시간은 1시간 정도 남았고, 우리 둘 다 조금 지루한 것 같은데 잠깐 얘기나 할까?' 정도의 의미가 되겠다. 나는 "Thank you"라고 대답하며 깊숙히 꽂혀있던 이어폰을 뺐다. 껌을 받아든 나는 그동안 어

[Marrakech] 아침부터 저녁까지

By  | 2013년 8월 25일 | 
[Marrakech]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로코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책으론 론리 플래닛을 구입했다. 가이드북에는 각 도시마다 상세한 지도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기대한 것 만큼 실용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모로코는 큰 도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도로명이 없었는데 그래서 여행책에도 무척 자세한 그림이 구불구불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주로 다니게 되는 medina나 호스텔이 모여있는 골목길을 다니다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오히려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헷갈리기 쉽상이었고 몇몇 재래시장에 위치한 음식점은 간판조차 걸려있지 않아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도 같은 곳을 맴도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자세한 지도가 실질적으론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별다른 예약없이 찾은 모로코는 여러 가지 우연이 점철된 곳이었다. 광장으로 나오자마자 당

[비포 미드나잇] 마치 탁구 경기를 보는 것 처럼

By  | 2013년 8월 21일 | 
[비포 미드나잇] 마치 탁구 경기를 보는 것 처럼
얼마 전에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던 도중 우연히 영화 [비포 미드나잇]이 이야깃거리로 떠올랐다. 나는 초반의 자동차씬이 어찌나 길던지 에단호크랑 줄리델피가 차 안에 앉아 그렇게 계속 수다만 떨다가 다시 그리스 공항에 도착하며 영화가 끝나는 건 아닌가 걱정했다고 이야기하며 무엇보다 둘이 말장난하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훈훈한 마무리를 지으려던 찰나 친구 하나가 자기는 너무 실망스러웠다며 내 의견에 툭 하고 제동을 걸어왔다. 그리고 친구는 대실뫙 포인트 1과 2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에단 호크의 한쪽만 나온 청남방을 마저 넣던지 빼주고 싶어 견딜 수 없었고 또한 줄리델피의 쳐진 가슴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고 이야기했다. 아니, 그게 뭐 어때서. 함께한 세월을 증명해주듯 일상을 공유하는 편안

[Rome] 가본 곳을 다시 찾는 것은 큰 결심을 필요로 한다

By  | 2013년 8월 13일 | 
[Rome] 가본 곳을 다시 찾는 것은 큰 결심을 필요로 한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서 로마 떼르미니 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을 때는 어느 때 보다도 기분이 조금 남달랐다. 2년 전, 나는 승진을 자축하는 의미로 짧은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데 어느 곳을 갈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했더랬다. 처음에는 편히 지내다 올 수 있는 싱가폴을 생각했는데 그러던 중 이런 식으로 계속 미루다간 꼬부랑 할머니가 되고서야 겨우 유럽 땅을 밟게 될 지도 몰라 라는 위기감이 엄습해 갑자기 프라하를 비롯한 유럽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결국 몇 차례의 치열한 저울질 끝에 이탈리아, 그 중에도 로마를 최종 목적지로 결정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여행기를 봐도 알 수 있듯 로마는 내게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베네치아에서 바로 밀라노나 스페인으로 가는 동선을 짜기도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