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than you think you are

[Prague] 모처럼이 빛을 발하는 순간

By  | 2013년 4월 20일 | 
[Prague] 모처럼이 빛을 발하는 순간
아침을 먹으러 Costa에 들렀는데 친절한 점원을 만나 기분이 좋았다. 프로모션으로 아침 세트를 판매하는 것 같아 카운터로 가서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처음에 당황하더니 웃으면서 더듬더듬 영어로 열심히 설명을 해줬다. 여행 다니면서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특별히 기분 나빴던 경험은 많이 없지만 종종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올록볼록한 Costa의 일회용 컵은 왠지 보온성이 좋을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따로 컵홀더도 없다. 컵을 만지작 거리다가 볼록한 부분을 손톱으로 꾹꾹 눌러본다. 장보기 겸 모닝수다를 떨러 나온 아주머니들과 노트북을 들고 나온 학생들까지 더해져 꽤 복작복작한 아침 풍경을 하고 있었다. 밤새 호스텔이 시끄러워 잠을 잘 못잤는데 따끈한 카페인이 온몸으로 퍼지니 조금

[Berlin] 나는 베를린에서 요란한 새해를 맞았다

By  | 2013년 4월 11일 | 
[Berlin] 나는 베를린에서 요란한 새해를 맞았다
새해를 파리가 아닌 베를린에서 맞기로 한 건 모르는 이가 던진 한마디 때문이었다. "새해에 베를린에서 불꽃놀이가 있어요" 모르면 몰랐지 이미 알게 된 이상 이런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일정을 조정하고 베를린에서 묵을만한 괜찮은 호스텔을 발견해 예약 문의 메일을 보냈다. 늦은 새벽에 답변이 왔다. 만실이란다. 헉. 정말? 예약을 늦게 한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문의한 날짜까지 두 달도 더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그때가 여름 성수기였냐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12월 31일. 분명 겨울이었다. 그랬다, 불꽃놀이로 유명한 베를린이 연말에 제2의 성수기를 맞는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12월 27일부터 1월 3일까지 30% 정도 인상된 숙박료는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베를린에 도착하자마

[Vienna] I needed more eyes

By  | 2013년 4월 24일 | 
[Vienna] I needed more eyes
비엔나 일정은 그야말로 심플했다. 지도에는 Leopold Museum과 Belvedere가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었고 Cafe Damel, Salm Brau(Rib!) 라고 써진 포스트잇이 성의없이 붙어있었다. 자고로 여행은 초반에 신명나게 계획을 세우다가 중간쯤 가면 조금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가보고 싶은 박물관은 두어개쯤 있겠다 나머지는 돌아다니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싶어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원래 이틀이었던 일정을 Leopold때문에 하루 늘렸는데 이건 무척 탁월한 선택이었다. Vienna는 예상했던 것보다 볼거리가 무척 풍부했는데 하루 늘어난 일정 덕분에 이걸 여유있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빈에 도착하자마자 왕궁을 먼저 돌아보고 해질 무렵엔 케른트너 거리에

[Berlin] 야간 열차는 아침 9시경 베를린에 도착했다

By  | 2013년 4월 2일 | 
[Berlin] 야간 열차는 아침 9시경 베를린에 도착했다
[Pan Am 1x03] 파리에서 베를린까진 야간 열차를 이용했다. 부산에서 승선해 밤 동안 까만 바다를 둥둥 떠다니다 후쿠오카에 닿는 카멜리아호, 늦은 저녁 멜번을 출발해 이른 아침 시드니에 도착하는 야간 버스는 타봤지만 야간 열차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침대칸이라니! 오오! 나는 여행자의 로망을 운운하며 열차에 탑승하기 전에 꽤나 설레였다. 어깨에는 백팩을 메고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열차에 올랐다. "자리가... Wg. 98, PI. 56, 1 Oben..." 열차표에 인쇄된 낯선 글자를 보며 틀린 그림 찾기라도 하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문을 열고 들어간 객실은 듣던대로 정말 비좁았다. 좁은 공간에 3층 침대가 양쪽으로 빽빽하게 들어차있었다. 내 자리는 오른쪽 3층이었

[Prague] 배가 나온 크레이프를 먹고 배가 불렀다

By  | 2013년 4월 17일 | 
[Prague] 배가 나온 크레이프를 먹고 배가 불렀다
지도를 한 번 보고 거리명을 확인한 뒤 걷다가 교차로가 나오면 왼쪽,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지도를 본다. 좌표는 국립 박물관. 이 길이 맞는 것 같은데 묘하게 한산한 거리를 보니 또 잘못 온건가 싶기도 하고. 국립 박물관 정도면 멀리서도 대충 형태가 보일 텐데 그 비슷한 건물이 어째 보일 생각을 안 했다.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을 때 마침내 커다란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째 주위가 너무 한산하다 했더니 찾아온 길이 박물관 뒷편이었을 줄이야! 결국 뒷문을 찾긴 했지만 그래도 찾은게 어딘가 싶었다. 반바퀴를 돌아 정문에 서니 바츨라프 광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구름이 많은 날이었지만 그 사이로 드문드문 파란 하늘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프라하역에 있던 은행에서 유로를 코루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