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 Am 1x03] 파리에서 베를린까진 야간 열차를 이용했다. 부산에서 승선해 밤 동안 까만 바다를 둥둥 떠다니다 후쿠오카에 닿는 카멜리아호, 늦은 저녁 멜번을 출발해 이른 아침 시드니에 도착하는 야간 버스는 타봤지만 야간 열차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침대칸이라니! 오오! 나는 여행자의 로망을 운운하며 열차에 탑승하기 전에 꽤나 설레였다. 어깨에는 백팩을 메고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열차에 올랐다. "자리가... Wg. 98, PI. 56, 1 Oben..." 열차표에 인쇄된 낯선 글자를 보며 틀린 그림 찾기라도 하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문을 열고 들어간 객실은 듣던대로 정말 비좁았다. 좁은 공간에 3층 침대가 양쪽으로 빽빽하게 들어차있었다. 내 자리는 오른쪽 3층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