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러바다소 생존기

이야기들

By  | 2015년 12월 7일 | 
1. 엑소시스트, 1973,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훌륭한 영화다. 이후 모든 엑소시즘 영화의 바이블이 되기에 충분하다. 거의 30년 전 영화임에도 배우들의 복장과 헤어스타일만 빼면 그 무엇도 촌스럽지 않았다. 필요 이상의 음향 효과나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이 없어도 충분히 무서웠다. 악마에게 사로잡힌 리건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엑소시즘을 멀리하고 심리학적 근거에 집착하는 카라스 신부 캐릭터도 매력적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의 걱정은 리건 역을 맡은 배우 린다 블레어는 그 뒤로 어떻게 살았을까, 였다. 저렇게 어린 나이게 저런 연기를 하고도 건강하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싶어 찾아보았더니 영화 <오멘>의 관계자 다수가 기이하게 죽었던 사건 같은 일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린다 블레어는

액션 블록버스터가 보고 싶었다

By  | 2015년 6월 29일 | 
어제 총 세 편의 영화를 내리 보았다. 엘리시움 (Elysium, 2013) 아주 사적인 동기로 거대한 구조적 악에 도전하는 영화. 그러나 허점 속출, 뒤틀어지는 갈등의 포인트로 보면 볼수록 지루하다. 멧 데이먼 뇌 속에 들어간 데이터를 보고 어쩜 다들 그렇게 순식간에 엘리시움 전복 전략임을 안단 말인가? 또 멧 데이먼을 아무 매력도 없는 하찮은 크루거가 아니라 계속 조디 포스터랑 싸우게 했어야지. 퓨리 (Fury, 2014)이 영화에서 건질 건 딱 세 개다. 티거 탱크와 셔먼 탱크의 전투 씬. 셔먼 탱크가 수백의 독일 ss 친위대를 격파하는 씬, 브래드 피트의 “내가 하라는 대로 해. 그럼 살 수 있어”라는 대사. 특히 극한 상황에서 저렇게 확신에 찬 말을 해줄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살 수

춘천 방문

By  | 2015년 7월 11일 | 
춘천 방문
간다고 약속한 지 1년 만에 갔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을 뿐 아니라 즐거웠다.8일 저녁에 만나 우선 명물 시민닭갈비에서 닭갈비 폭풍 흡입.2인분 다 먹은 뒤 우동 사리 볶고, 볶음밥도 먹을 수 있는 여성 2인 몇 명이나 되나요. 9일 류 언니가 일하는 동안 나는 원룸과 카페에서 나의 일을 하고 퇴근 후 서울로 상경. 밤 9시, 보라매공원 인근 상가에서 또다시 샤브샤브 폭풍 흡입한 심플한 일정이었다. * 어제 식당에 두고 온 휴대폰 배터리 찾을 겸 운동할 겸 도보로 보라매 다녀오다,탈진할 뻔했다. 왕복 한 시간 걷기가 이렇게도 힘들다니! 저래 봬도 이 카페 점주. 춘천의 남산, 춘천의 산토리노라는데. 나도 한번! 재활용 리폼 가구로만 꾸며진 소박한 원룸아

비포 미드나잇, 리처드 링클레이터, 2013 "낭만은 짧고 유머는 영원하여라"

By  | 2015년 11월 14일 |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을 보지 않았지만 <비포 미드나잇>만 보아도 괜찮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찾아보니 같은 배우들이 계속 연기를 했는데, 참 멋진 일이다. 이러다 10년 뒤 <비포 트와일라잇> 나오면, 어떨까. 미드나잇처럼 뻔하면서도 공감과 감동이 있을까. 아 말빨 좋은 남자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 극중 에단 호크 매력 터졌어. 그야 물론 유머 때문이었다. 역시 낭만은 짧고 유머는 영원하다. 두 주인공에게 유머가 없었다면 이기적이며 얼마간은 마초적인 제시와 대단히 똑똑하지만 신경질적인 셀린느가 서로를 극복하면서 살 수 있었을까?

주말에 본 영화들

By  | 2015년 8월 23일 | 
1.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감독, 2014) 오우, 넘흐 재밌어. 왜 이렇게 재밌을까? 모든 면이 훌륭해서다. (만화스럽고도 진지한) 배우들의 연기력, 정교한 세트, 걸핏하면 장시를 읊어대지만 소년과의 우정을 금같이 여기는 무슈 구스타브의 낭만, 저마다 또렷한 캐릭터대로 움직이는 배역들, 확실히 오락영화인데 완벽히 예술영화스러운 미장센. 웨스 앤더슨 영화 또 볼 테다! 2. 벨과 세바스찬 (니콜라스 배니어, 2013) L은 영화나 소설을 보고 나면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아주 평론가스러운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오늘도 이 영화를 두고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이 영화는 "믿음"을 말하는 영화라고 답했다. 동네 할아버지들은 벨을 믿지 않고, 할아버지와 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