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러바다소 생존기

중쇄를 찍자 (마스다 나오코 원작, 2016)

By  | 2016년 8월 3일 | 
임의 추천으로 보았다. <중쇄를 찍자(중판출래)>. 제목 한번 재미있다. 만화 출판을 다룬 이 드라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한 두 캐릭터를 꼽자면, 유도 선수 출신의 신입 편집자도, 잘생긴 부편집장인 오다기리 조도 아닌, 야스이와 누마타다. 야스이는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싶을 만큼 자기중심적인 편집자로서, 신인 만화가를 도구로 이용하다 간단하게 버리고 동료와 언쟁을 벌이다가도 싹 무시한 채 6시 칼퇴근을 정말 칼같이 실천한다. 게다 연예인 기획사가 개입된 만화책의 표지에는 아무 고민도 없이 아이돌 사진을 싣는 등 편집자로서의 고뇌도 없고, 작가와의 미팅은 10분을 넘기지 않으며, 항의하는 이에게는 썩소를 날려줄 뿐 아니라, 근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개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할애한다. 그러나 그의 흑

드라마 조하♡

By  | 2018년 10월 5일 | 
김씨네 편의점요즘 넷플릭스에서 뭘 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캐드 하나가 엄청 재미있다고 추천하기에 보았다. 오, 제목부터 재미있음. 처음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영어인 데다 시트콤이라고 생각 안 하고 봐서 과장된 캐릭터와 상황 설정에 위화감이 들었다. 아 그런데 보다 보니 빠져들었다. 시즌 1, 2를 순식간에 보았다. 드라마 속 남의 가족이라 그런지 사랑스럽지 않은 인물이 하나 없다. 심지어 같이 살면 빡칠 것 같은 미스터 김도 사랑스럽고, 너무 신실해서 부담스러운 미세스 최도 사랑스럽고, 니나 목사님도 볼 때마다 웃음 나고, 김씨 아들 정과 시즌 2가 끝나도록 썸만 타는 핸디카 점장님도 정말 재미있고, 처음엔 도저히 좋아하기 힘들었던 김치도 보다 보니 정든다. 이 드라마에서는 정과 재

컨택트, 드니 빌뇌브, 2016 (아주 약간의 스포)

By  | 2017년 2월 4일 | 
조조로 <컨택트>를 보았다. 오, 무한 감동. L이 내게 이 영화의 원작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읽으라고 잔소리를 해댈 때 말 안 들었던 게 후회될 만큼 정말 좋았다. 물론 아무 사전 지식이 없다 보니 더 재미있기도 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는 외계인, UFO, 인류, 언어, 소통, 합치 정도 되겠다. 으레 그렇듯 인류는 낯선 존재의 등장에 군사적으로 맞서려 하고, 일반 대중은 여러 형태로 폭동을 일으킨다. 군사적 대응의 선두 주자는 중국의 섕 대령이다(과연 G2 시대로다). 이에 미국의(그래 미국의) 독보적인 언어학자이자 희귀병으로 딸을 잃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루이스가 초대형 주꾸미같이 생긴 그들과 과감하고도 감동적인 방법으로 소통하여 군사적 대응을 막아내려고 고군분투한

엑스 마키나 (엑스 갈랜드, 2015)

By  | 2018년 6월 23일 | 
주중에 <엑스 마키나>라는 sf를 보았다. 3년 전 개봉했는데, 그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오 재미있었다. 설정도, 영상도, 연기도 모두 흥미로웠다. 주인공 칼렙은 구글 같은 검색 엔진 기업의 사원으로, 어느 날 추첨을 통해 회장의 별장에 초청되고, 기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영광을 얻는다. 여성형 ai 에이바가 튜링 테스트(기계가 얼마나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에 통과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 기밀 프로젝트이며, 칼렙이 그 ai와 대화하여 프로젝트가 성공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영화 도입부만 보아도 에이바와 칼렙이 사랑에 빠지리라는 건 관객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는 단정 내리리가 어렵고

투 러버스, 제임스 그레이, 2008

By  | 2016년 7월 6일 | 
순전히 호아킨 피닉스 때문에 본 영화다. 2008년 영화인 줄 모르고서 무척 젊은 기네스 펠트로를 기네스 펠트로 닮은 배우라고 생각하면서 보았다. 호아킨은 <Her>에서처럼 수염을 안 달아서 젊어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의 줄거리는 거의 아침 드라마다. 아침 드라마의 특성이 무엇인가.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줄거리가 그렇다 해서 다른 요소까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배우, 연출에 의한 분위기 등은 어엿한 영화다. 욕이 나온다면 누가 뭐래도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주인공 레너드 때문이고, 그의 찌질함이 영화의 재미를 책임지며, 그의 찌질함은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는 계산적인 마음에서 나오기에 무작정 그를 한심한 새끼라고 욕할 수만도 없다는 게 이 영화의